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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총리 “합의” 강력 권고에도···평행선 달리는 LG-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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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기술 탈취 더는 못해” 대외 직격탄
소송과 별개로 기술·투자···‘톱’ 목표 제시
K-배터리 프레임 속 합의하라엔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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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LG와 SK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두고 그 이면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합의를 종용했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양사 중 어느 한쪽이라도 손해를 감수하며 합의를 봤다가는 중국 업체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결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 아닌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자사 경쟁력을 지켜내겠다는 또 다른 메시지도 있는 것”이라며 “이참에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을 앞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합의 창구가 닫혔다” “소송 테이블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등의 뒷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양사의 소송전이 3년째를 맞이해 최종판결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양사 관계자 모두 “합의문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합의를 고려하고 있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소송전에서 중국 업체 동향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한국의 여타 산업군에서 인력을 끌어가고 기술을 탈취한 사례가 배터리 사업에서도 반복될 수 있어 이를 막겠다는 뜻이다.

일례로 유럽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에서 LG, 삼성, 테슬라 등 유력 업체 직원을 데려간 뒤 이를 토대로 경쟁력을 자랑하다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슬그머니 이를 감춘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간 문제이므로 영업 비밀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지 말라는 지적이 일부 있는데 LG 입장에선 어불성설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영업비밀이든 특허든 이를 보호받지 못하면 해외 경쟁사들의 표적이 될 것이란 우려엔 업계 전반적으로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전 LG화학은 지난 2017년 10월 중국 배터리 회사인 ATL을 안전성 강화 분리막 기술 특허 침해로 ITC에 소송을 제기해 올해 초 ATL의 합의를 끌어냈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6위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를 차지했지만 투자만 이행된다면 기술력으로 시장을 추격해 내부 직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았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 입장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해 근간이 되는 소재 사업까지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은 단순히 LG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까지 추격해 톱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LG와 소송전에 패하면 차후 손해 막대한 배상까지 감내해야 하는 궁지에 몰렸다고 일각에서 보고 있지만 그만큼 더욱 강한 투자와 드라이브를 걸어 시장에 사업 이행 존재감과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진행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소송 법률 비용을 전부 손익에 반영 중이다. 그러면서도 최근 약 1조2700억원을 투입해 헝가리에 유럽 제3배터리 공장은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며 ‘글로벌 톱 플레이어’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오로지 ‘K-배터리’ 프레임을 짜고 양사의 합의가 최선이라는 지적을 한 것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글로벌 무대에서 각 사의 미래를 담보로 기술력 확보에 열을 올리며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것을 눙쳐서 합의하라는 권고는 오히려 중국 업체들이 국내 기업의 영업비밀과 지식재산권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란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해 연말 출입기자단 인터뷰에서 “두 기업이 자신의 기술과 인적자원 문제를 놓고 서로 시각이 달랐고 법원에 판단까지 맡긴 상황에서 친구 간 협상하듯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저보고 양사를 중재해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두 기업의 규모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쉽게 중재나 화해를 떠올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소송 때문에 양사가 투자를 못하고 있다거나 그 비용이 쓸데없이 집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겉핥기식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오히려 양사 모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자사만의 기술력을 갈고닦고 투자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기술 탈취 선례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양사가 원칙대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도록 놔두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2위(23.5%)로 1위를 차지한 중국 CATL(24%)과 각축전을 벌였다. 삼성SDI가 5위(5.8%)를 차지했고 SK이노베이션이 6위(5.4%)를 기록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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