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苦' 맞은 K바이오···전문가 '지배구조·오픈이노' 강조

환율, 투자심리 위축, 높아진 상장 문턱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겪고 있는 3중고(重苦) 돌파를 위해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으로 신뢰도를 제고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종합 바이오 컨벤션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BIX 2023) 기조강연에서는 좌장을 맡은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과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 등이 참석해 바이오산업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최근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자금줄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했다.
투명한 지배구조로 신뢰도 제고···공매도는 없어져야
먼저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는 바이오기업들이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벤처이건 전통제약사이건 제대로 된 이사회를 운영하면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좋은 연구 데이터들을 보여주는 것도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M&A(인수합병)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지분 희석 때문이다. 이는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며 "만약 상속세를 초장기로 연장해주는 제도가 활성화 된다면 M&A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산업처럼 오랜 기간 수많은 자본이 필요한 사업은 어쩔 수 없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창업주들의 역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복수의결권 제도가 통과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이사회 중심의 기업 문화가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복수의결권은 경영에 관한 주요 의결사항에 대해 창업주에게 주식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조달과 스케일업을 하는 스타트업 창업주들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이와 함께 황 대표는 바이오분야에 대해선 공매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국내 바이오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는 해도 여전히 우호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기상장된 회사들이 적정 가치를 받아야 그 물이 아래로 흐르게 된다"며 "국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바이오를 포함 4차산업들에 대해 공매도가 없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상장 바이오기업 중 공매도에 해당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 상관없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리더 기업들이 공매도 때문에 올라가지 못하면 밑에 회사들이 올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황 대표는 "바이오업계가 동료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상황이 어려울 때엔 작은 결점이 있는 회사들을 꼬집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회사와 기술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며 "업계 사람들의 연락처만 알아도 어려움이 있을 때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 같다. 우수인력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선택과 집중 통해 세밀한 전략 짜야, 글로벌 협력은 필수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세밀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올해 창립한지 18년, 상장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자생을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적자"라며 "2년 전쯤 갑자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방향을 원해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가 하고 있는 R&D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맞게 플랜을 다시 짰다. 파이프라인 구성과 플랫폼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처럼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경제 여건 때문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바이오 시장 스스로가 만든 것도 많다"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 또 스타트업을 만들 때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위해 창업하는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ADC(항체-약물접합체)회사인데, 플랫폼에서는 탑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신흥강자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ADC는 새 기회를 맞고 있다. 전 세계에서 수백개의 ADC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이를 잘 이용한다면 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파트너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레고켐바이오는 국내외 파트너가 20곳이 넘는다.

그는 "기술수입이든 기술수출이든 공동개발이든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우리(회사)는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포커스하고, 파트너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꾸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공이 생기기 전까진 우리가 직접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글로벌 제약사와 콜라보레이션하는 것도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픈 이노로 벤처‧기술 물색···'자체 개발'로 신약가치 높여야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사가 보유하지 못한 기술과 인재들을 영입해 자체 신약개발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4개월 전 유한양행에 처음 들어와서 한 일은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것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유한양행 중앙연구소는 R&D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새 모달리티와 플랫폼에 대한 역량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제약사가 갖추긴 어려운 분야"라고 했다.

그는 "이런 쪽은 10~20년 이상 해당 분야에 특화해서 연구해온 벤처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그 기업들과 협력해서 우리가 목표하는 타깃의 신약을 개발하려고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국내 기업이든 글로벌 벤처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사장은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인재다. 작은 벤처라도 뛰어난 후보물질을 보유한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분들과 접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협력이 잘 되면 스핀오프 회사 도 만들 수 있다. 보스턴 랩센트럴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스핀오프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체 역량도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장 사례로 렉라자를 얘기한다"며 "국내사가 라이선싱 아웃 하는 경우 자체 연구에서 물러서는 경우가 많은데, 옥동자처럼 키운 파이프라인의 생사를 글로벌사에 맡기는 셈이다. 기술수출하며 받은 100억원에 만족할게 하니라 1조원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라이선싱 인한 글로벌사들은 관심 있는 분야와의 병용임상이나 자사 우선 파이프라인 임상 등을 우선 추진하다보니 임상개발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체 개발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전략적 투자대신 유망 후보물질 기술도입 등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는 "앞으로 전략적 투자는 가능한 한 배제를 하려고 한다. 수많은 전략적 투자를 하다보니 규모가 5000억원 정도로 불어났는데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며 "앞으로는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라이선싱 인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정말 투자해야 할 기업이 물생되면 200~3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1대 주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