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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반쪽 성공' 그친 지주사 전환

등록 2023.06.21 16:09

수정 2023.06.21 17:01

김민지

  기자

그린푸드 지주사 전환 성공·백화점 주주 반대로 불발자사주 소각·배당금 확대 당근책에도 "주주가치 희석 우려"현대百그룹 "백화점 인적분할 재추진 없다" 입장 고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한 그룹으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함께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며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이 주주들의 반대로 지주사 전환에 실패하면서 '반쪽짜리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9월 16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투자부문 및 사업부문을 각각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해왔다.

현대백화점은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으로 분리할 예정이었다. 이후 현대백화점을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해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지주회사 전환을 완성한다는 방안이었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자회사를 지원하고 자회사는 본업에 집중하는 한편 사업영역 확장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골자였다.

현대그린푸드도 존속법인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현대그린푸드로 인적분할하고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신규사업 투자, 사업회사 현대그린푸드는 식품사업을 전담케 할 예정이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주 설득을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적분할을 진행한 후 자사주 취득 후 소각, 배당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인적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백화점은 분할 후 3년 내 자사주 6.6%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자사주 6.6%에 대해선 인적분할 확정 후 1년 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백화점은 2021년 배당금 총액 240억원을 분할 이후에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홀딩스도 최소 150억원 이상을 배당하는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분할에 따른 배당금 감소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액주주보다 오너일가인 정지선 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반발이 거셌던 탓이다. 현재 정지선 회장의 지분은 17.09%로, 지주회사에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높여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키지 못했다. 사업 특성이 다른 사업부를 인적분할하면 기업가치 극대화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이번 인적분할은 동일한 특성의 사업부를 쪼개고 현물출자를 하는 방식이었다.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반대' 의견을 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은 좌초됐다.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이 임시주총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정족수의 3분의 2(66.6%)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만 했다. 그러나 찬성표가 1.7% 부족한 64.9%에 그쳤다. 반대는 35.1%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재추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할계획서 승인 건이 최종 부결된 직후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이번 임시 주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그간 추진해왔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경우 계열사 지분정리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가 상장회사일 때는 30%, 비상장회사일 때는 5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또 계열사가 아닌 국내 회사의 주식을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우선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신주를 발행해 현대그린푸드에 넘기고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현대이지웰 지분도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다.

또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백화점(12.1%), 현대퓨처넷(5.9%), 한무쇼핑(0.4%)의 지분을 내년 중 전량 매각할 예정이다. 현대A&I의 지분 10.41%도 지주사 전환 후 2년 내 매각해야 한다.

문제는 현대홈쇼핑이다.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는 현재 지분을 25.0% 쥐고 있는 현대지에프홀딩스다. 그런데 현대백화점 또한 현대홈쇼핑의 지분을 15.8% 갖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 지분을 5% 추가로 확보하거나, 가지고 있는 25%의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데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을 어디로 편입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 관련 재추진을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대홈쇼핑을 어느쪽으로 편입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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