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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만큼 인력난 극심한 배터리···근속연수 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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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대비 1분기 근속연수, 최소 2개월 단축
신규 채용 영향도 있지만, 핵심 인력 이탈 여전
해외 경쟁사, 고연봉 등으로 인력빼가기 가속화
과거 중국으로 유출 활발···최근엔 완성차·유럽
선제적 인재 육성에 연중무휴 채용 불구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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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배터리 3사의 고급인재 유출 현상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선제적 인재 육성과 '연중무휴' 채용 등으로 인력 방어에 나섰지만, 배터리 산업 성장세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인력 이탈을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지표는 '근속연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근속연수는 7년1개월이다. 지난해 말 근속연수인 7년3개월보다 2개월 단축된 수치다. 작년 1분기(7년6개월)와 비교하더라도, 오히려 5개월 줄었다. 근속연수 변화는 기존 직원 이탈뿐 아니라 신규 채용도 영향을 미쳤다. 직원수(기간제 포함)는 지난 1분기 기준 9721명으로, 작년 말 9564명 대비 약 2% 늘어났다. 1년 전 8020명보다는 21% 성장했다. 하지만 핵심인력 유출폭은 여전히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에너지사업부문의 지난 1분기 기준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이 13년, 여성이 9년7개월이다. 작년 말과 비교할 때 남성은 2개월, 여성은 3개월 줄었다. 평균 근속연수는 12년5개월인데, 작년 말 12년 7개월보다 위축된 것으로 추산된다. 직원수는 9300명에서 9568명으로 3% 가량 많아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분사하면서 구체적인 직원수 현황 파악이 어렵다. 작년 1분기 8년7개월이던 전사 평균 근속연수는 2분기 8년6개월로 줄었고, 3분기에 다시 8년1개월로 축소됐다. 하지만 1500여명에 달하는 배터리 사업부문 직원들이 빠져나간 지난해 말 전체 근속연수는 12년2개월로 늘어났다. 즉, 배터리 부문이 그동안 전체 근속연수를 깎아먹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배터리 3사는 일찍이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R&D)을 시작하며 전문인력을 육성해 왔다. 이들 업체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줬다. 하지만 사업 성장 속도와 처우 개선 속도간 엇박자가 나면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돼 갔다.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배터리 3사간 인력 이동이 잦았다면, 후반대 해외 경쟁사로의 유출이 두드러졌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인력들의 '품귀현상'이 심화된 여파다. 중국 CATL와 장성기차, BYD 등 후발업체들이 가장 먼저 노린 것은 한국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는 만큼, 큰 돈 들이지 않고 인재들을 빼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배터리 관련 인력은 석·박사급이 대부분이지만, 연봉 수준은 글로벌 업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부진한 실적을 이유로 타 사업부문과 상이한 성과급 등도 사기를 저하시키는 이유였다.

국내 업체들은 부랴부랴 연봉 인상과 복지 혜택 강화에 나섰지만, 기술인재 이탈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가 발표한 '두뇌유출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4.00점을 기록하며 주요 64개국 중 43위에 그쳤다. 점수가 낮을수록 해외로 나간 인재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업체 대신, 완성차 업체나 미국과 유럽 배터리 업체 등으로 이직 수요가 몰리고 있다. 과거 중국으로 넘어간 국내 인력들이 기술만 빼앗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먹튀' 사례가 많아지면서 고용안정이 보장된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다.

배터리 3사는 인재 선점과 상시 채용 등 구인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산업의 미래 전망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내 대학과 배터리 계약학과를 확대해 등록금과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취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단기간 내 숙련된 인력을 배출하기 힘든 특성상 직접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도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에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를 개설했고, 연세대에서 '이차전지 융합공학협동과정'을 신설했다. 삼성SDI는 서울대, 포항공과대(포스텍)에 배터리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 중이다. SK온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성균관대와 각각 손잡고 인재양성 협력을 맺었다.

또 3사는 기간을 한정하지 않은 상시 채용을 진행하며 최대한 많은 배터리 인재들의 자발적인 유입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 현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배터리 석·박사급 연구 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인력 1810명이 각각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채용이 늘면서 배터리 R&D직원도 늘었지만, 숙력된 '고급인력'의 이탈도 이어진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배터리 인력 시장은 아직 과도기이고 풀도 한정돼 있다. 안정화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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