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6-06 07:01

외풍 이겨낸 윤석헌, 금감원장 3년 임기 완주 가능할까

부원장 인사 마무리…사실상 정부 재신임 얻어
역대 금감원장 12명 중 3년 임기 완주자 2명 뿐
금융 관가 안팎 상황 감안하면 완주 가능성 높아
내부 분위기 장악·‘초강경 제재’ 금융권 반발 변수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최근 금융권 안팎에서 여러 압박을 받아왔던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외풍의 굴레에서 조심스레 벗어나고 있다. 금감원장 임면권을 갖고 있는 정부로부터 신임을 다시 받았고 윤 원장의 업무 파트너인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협업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기에 앞으로 11개월 정도 남은 임기의 완주 가능성은 미지수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원장은 최근 불거진 안팎의 거취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금감원장으로서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다. 이번에 선임된 부원장 인사를 감안할 때 윤 원장은 당분간 조직 안정에 주력하면서 감독 활동 지휘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윤 원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최근 직·간접적으로 감찰 조사를 받았고 머지않아 윤 원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다. 특히 윤 원장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민간 금융권이 윤 원장을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지난 3월 윤 원장의 결재를 통해 일부 은행에 부과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관련 징계를 두고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이 조사는 윤 원장의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만약 윤 원장이 이번 인사에서 갑작스레 물러났다면 부원장 인사는 더 늦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초 이달 중순께 단행될 것으로 전망됐던 부원장 인사가 앞당겨 이뤄진 것을 볼 때 윤 원장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 원장에게 남은 임기는 약 11개월이다. 지난 2018년 5월 8일 취임한 윤 원장은 3년으로 정해진 임기 중 약 70%를 소화했다.

금감원장은 금감원 운영 근거를 명시한 관련 법령에 따라 3년간 재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는 1회에 한해 금감원장 연임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지만 역대 원장 중 연임에 성공한 사람은 1명도 없다.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금감원을 거쳐간 역대 원장 12명의 평균 재직기간은 약 1년 8개월이다.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5대 원장과 현재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창 7대 원장 둘 뿐이다.

수행 임기의 범위를 2년 이상으로 넓히면 윤증현 전 원장과 김종창 전 원장 외에 이근영 3대 원장(2년 7개월), 권혁세 8대 원장(2년), 진웅섭 10대 원장(2년 10개월) 등 5명이 전부다. 윤석헌 원장은 역대 6번째로 2년 이상의 임기를 넘긴 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윤석헌 원장이 역대 3번째로 3년의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날 가능성은 절반이다. 금융 시장의 상황과 금융 관가 안팎의 분위기가 워낙 유동적이기에 여러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다만 현재 분위기 상으로는 남은 11개월간 윤 원장이 완주할 가능성이 다소 높아 보인다.

우선 현재 시점상 금감원장의 교체가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가장 큰 배경이다. 정부가 이른바 ‘경제 전시상황’을 선포한 상황에서 금융지원 업무에 온 힘을 다해야 할 금융당국 수장을 무리하게 교체하면 시장에 혼란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경제적 피해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현재의 체제가 유지될 확률이 높다.

업무 파트너인 은성수 금융위원장과의 관계가 꽤 가깝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윤 원장은 과거 최종구 전 위원장과의 사이가 다소 껄끄러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은 위원장과는 다각적 소통을 이어가며 소원했던 금융위-금감원 관계를 좁혀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5일 낮에도 은 위원장과 윤 원장은 점심을 함께 하며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의 불협화음이 나지 않는 만큼 무리하게 정부가 금감원장 교체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은 적다. 더구나 은 위원장도 지난해 9월 취임해 아직 서로 일의 합을 맞춰본 지 1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교체 인사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줄곧 경제 관료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교체 인사를 자제하는 기조도 윤 원장의 완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변수는 금감원 내부 관리다. 신임 부원장들과 합을 맞춰야 하는 윤 원장이 내부 장악에 문제를 드러낸다면 윤 원장이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그동안 감독당국의 제재에 연거푸 공개적 불만을 드러낸 금융권의 움직임이 더 커져 대대적인 갈등이 촉발된다면 시장 전체를 안정시키는 차원에서 윤 원장이 책임을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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