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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6兆 시장 도전하는 'K-오가노이드'···활용 범위 넓히고 임상 '속도'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6兆 시장 도전하는 'K-오가노이드'···활용 범위 넓히고 임상 '속도'

등록 2024.04.05 15:56

유수인

  기자

해외서 규제 정비 나서···국내도 법적근거 마련 넥스트앤바이오, 하반기 췌장암 대상 임상 돌입넥셀·오가노이드사이언스, 기술성평가로 IPO 도전

그래픽=홍연택 차장그래픽=홍연택 차장


국내 오가노이드 기업 넥스트앤바이오가 올 하반기 국내 최초로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넥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 일부 오가노이드 개발 기업들도 본격적인 임상 진입을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최근 '오가노이드' 기술이 급부상하며 정부 지원 강화 기조가 이어지자 국내 시장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연평균 25% 이상 성장···동물실험 대체제·재생치료제 등으로 각광


5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조9200억원(14억2000만 달러)에서 2028년 5조9300억원(43억8000만 달러)로 연평균 25.2% 성장이 예상된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하다는 의미의 접미사 'Oid'가 합쳐진 합성어로 인체 유사 장기를 가리킨다. 쉽게 얘기해 종양, 장, 뇌, 간, 폐, 위 등 사람의 장기를 모방해 작은 크기로 만든 것이다.

인간의 줄기세포 기반 2차원 또는 3차원 배양법을 통해 제작되는 만큼 생체 내 조직의 기능·구조·생리학적 특성을 묘사할 수 있다.

특히 동물 모델보다 인간과 질병 생물학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동물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고전적인 방법으로 찾을 수 없는 약물 표적 식별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오가노이드는 약물의 효과와 독성을 테스트하는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이식 시 생착 및 재생 효과가 탁월해 차세대 재생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치료도구로 오가노이드 채택, 신약 발견 및 맞춤형 의학에 오가노이드 적용, 연구개발에 오가노이드 사용 등은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바이오 선진국, 규제 완화하고 법적근거 마련


이같은 성장세에 해외 규제당국들은 발 빠르게 규제를 정비하며 산업 발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22년 동물모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odernization Act 2.0(현대화법 2.0)'을 통과시켰다.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동물시험 의무를 삭제시키고 인간유도 만능줄기세포, 오가노이드 및 장기칩 등의 동물실험 대안법 활용을 허용했다.

또 FDA는 대체 방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규제과학혁신센터 프로젝트' 등을 가동시켰다. 이는 금속 혼합물이 뇌 오가노이드 발달 신경독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개별 민감도와 관련된 잠재적인 유전자-환경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럽의약청(EMA)은 유럽연합(EU) 전역의 의약품 테스트에서 동물의 윤리적 사용을 위해 대체(Replace), 축소(Reduce), 개선(Refine) 등 3R 원칙의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인간 및 동물세포, 오가노이드, 장기 칩 및 인 실리코(in silico·가상공간) 모델링을 기반으로 한 시험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더 우수하고 예측 가능한 과학적 도구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 연구개발전략센터(CRDS)는 지난 2019년 우선 추진해야 할 연구 주제로 '인체 첨단 오가노이드 및 인간 복합계 오가노이드 발전을 위한 방안 마련'을 선정했다. 아울러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차세대 국가 먹거리로 육성하면서 임상 승인제도를 간소화했으며, 지난해 일본에서 '장 오가노이드'의 임상 1상이 세계 최초로 진행됐다.

해당 임상은 와타나베 마모루 일본 도쿄의치대 박사가 개발한 장 오가노이드를 인체에 이식하는 시험이다. 연구팀은 염증성장질환 환자에 장 오가노이드를 이식하면 손상된 장이 복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서도 지원 강화···공동연구 등 통해 활용 범위 확대


국내에서도 오가노이드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제2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오가노이드를 첨단전략기술 중 하나로 지정했으며, 최근 바이오·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4개 산업의 범위를 제정해 고시하는 등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또 지난 2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시장 확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개정안은 중대·희귀·난치성 질환 등에 한해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오가노이드 치료제는 높은 자가증식능력과 분화능력을 갖추고 있어 재생치료제로서 큰 가능성을 가진다.

정부 지원 기조에 힘입어 국내 오가노이드 개발 기업들도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 자회사 넥스트앤바이오는 암 분야에 특화된 오가노이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췌장암 등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질환의 정밀치료 및 신약개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넥스트앤바이오는 김재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과 함께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췌장암 환자 대상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약물 선정 플랫폼의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올 하반기 진행 예정인 해당 임상은 시중에 나와있는 췌장암 치료제 가운데 개별 환자에게 어떤 약이 가장 잘 듣는지 오가노이드에 먼저 시험한 뒤 이를 환자에 투입해 대조해보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와 함께 회사는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잇따라 협업 및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오가노이드의 활용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순환종양세포(CTC) 기반 액체생검 전문기업 싸이토젠과 오가노이드 제작에 대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CTC 오가노이드를 통해 전이암 환자에 대한 정확한 약물 평가를 수행, 암 정밀 의료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뇌질환 신약개발 기업인 소바젠과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오가노이드의 활용 범위를 기존 암종 외에 뇌전증, 교모세포종,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 뇌질환까지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오가노이드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보유한 티앤알바이오팹은 한국공학대와 함께 UCSD(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의과대학 연구팀과 뇌 오가노이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MOU를 체결한 상태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서울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사람 피부와 완벽하게 같은 형태의 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 피부 오가노이드를 구현했다. 특히 기존의 인공피부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던 모낭조직을 구조적‧ 기능적으로 재현해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세라트젠과도 협약을 맺었다. 세라트젠의 장기 맞춤형 세포배양 소재 '레제닉스(Regenix®)'를 기반으로 췌도 오가노이드 기반 세포치료제의 안전성 및 효능을 검증하고 최적화된 제조공정을 확립해 당뇨병 세포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일부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기술성평가를 통한 기업공개(IPO) 추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 통과한 넥셀은 줄기세포 유래 체세포 및 오가노이드 전문기업이다.

넥셀은 독자적인 hiPSC 분화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hiPSC 유래 세포제품을 미국, 인도, 일본, 중국 및 영국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아울러 심근세포를 활용한 심장 안전성 평가와 약물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과 일본에도 사업을 개시했다.

국내 첫 오가노이드 기반 기술기업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기술성평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성체줄기세포를 사용한 오가노이드로 세포치료제 및 약물 스크리닝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자체 개발한 장 오가노이드 치료제 '아톰(ATORM)-C'의 임상 1상 투여도 앞두고 있다.

바이오협회는 "오가노이드 기술의 규제 정비가 늦어질수록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잃게 된다. 오가노이드 기반 치료제가 국내에서 개발돼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유통된 후 국내로 다시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한 임상시험이 돌입했음에도 기존의 규제 틀을 적용할 경우 상용화에 큰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규제 정비는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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