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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불난 혐중에 기름···'이것은 맥주인가 소변인가'

라이프 기획연재 스토리뉴스 #더

불난 혐중에 기름···'이것은 맥주인가 소변인가'

등록 2023.10.27 08:20

이성인

  기자

불난 혐중에 기름···'이것은 맥주인가 소변인가' 기사의 사진

칭따오 후폭풍이 상당하다. 지난주에 SNS를 통해 '소변 맥주' 동영상이 퍼지면서부터다. 해당 영상은 중국 산둥성 팡두시 맥주 3공장의 맥아 보관소에서 한 남성이 작업 도중 소변을 보는 모습이 담겼다. 칭따오 원료에다 대놓고 '오줌을 눈' 것이다.

네티즌은 충격에 휩싸였고 SNS는 발칵 뒤집혔다. 그도 그럴 게 칭따오는 국내 수입맥주 1위 자리를 한동안 지켜오고 있는, 한국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맥주 브랜드 중 하나다. '양꼬치엔 칭따오'는 유행어를 넘어 생활수칙과 같았다. 실망을 넘어 분노, 불매로 이어지는 흐름은 필연처럼 보인다.

▲(네이버 아이디 nnow****) 중국인들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아무 데나 똥오줌 싸는데 중국에서는 더할 것 같다.
▲(네이버 아이디 icer****) 중국판 소맥

불난 혐중에 기름···'이것은 맥주인가 소변인가' 기사의 사진

실제로 칭따오 판매량은 급감했다. 10월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로 앞선 21~23일 사흘간의 편의점 3사 칭따오 매출은 이전 주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0.8%, 25%, 18.9%씩 줄었다.

이미 칭따오를 사놓은 사람 중에는 영상을 본 즉시 냉장고에서 꺼내 다 버려버렸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맥주의 노란 빛이 더는 맥주의 그걸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국내 칭따오는 괜찮다는 수입사의 항변도 소용이 없었다.

칭따오 수입사인 비어케이는 논란이 일자 "문제가 제기된 곳은 중국 내수용 맥주만을 생산하는 칭따오 제 3공장"이라며, "국내로 수입·판매 중인 칭따오는 (이번 소변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상의 충격과 공포에 맞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불난 혐중에 기름···'이것은 맥주인가 소변인가' 기사의 사진

중국에서 먹거리에 해서는 안 될 패악질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에는 배추들 틈에 옷을 벗고 들어가 배추를 절이고 또 굴삭기로 옮기는 모습이 담긴 '알몸 배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강타했다.

앞서 2013년에는 중국산 김치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돼 국내 판매가 금지된 바 있다. 2005년에도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김치들에서 납 성분과 기생충 알이 나왔다. 김치에만 장난질이 유독 심한가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2021년에는 중국 광둥의 한 시장에서 더러운 맨발로 각종 곡물을 뒤섞는 시장 노동자의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고발됐다. 공개된 장소에서 맨발로 곡식을 밟아대는 그들에게는 '해선 안 될 짓'이라는 기본 개념조차 부재해 보였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때는 중국 영유아 6명이 사망하고 30만명이 입원하는 비극마저 있었다.

끊이지 않는 중국발 먹거리 만행. 우리의 불신도 극에 달했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알몸 배추 파문 전인 2020년 28만1186톤이던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이후인 2021년에는 24만606튼으로 15% 줄었다. 칭따오를 비롯한 중국 내 생산 맥주의 판매량 감소는 불을 보듯 훤하다.

불난 혐중에 기름···'이것은 맥주인가 소변인가' 기사의 사진

중국산 먹거리를 향한 혐오는 단지 음식에만 그치지 않고 중국인들을 비롯한 중국이라는 나라 전체로 번질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서의 혐중(嫌中) 정서는 확산세에 있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 1위가 바로 중국(34%)이다. 11년 전 조사(19%) 대비 거의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과거 조사 때 1위였던 일본을 지목한 이들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44%→24%) 중국에 대한 비토 정서는 일본은 물론 주적인 북한(17%), 그리고 전쟁으로 비호감도가 커진 러시아(12%)도 훌쩍 뛰어넘는다.

우리의 중국 혐오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두드러진다.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부정+매우 부정)이 81%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것. 뒤를 이은 스위스(72%)와 일본(69%)도 한 수 접어야 할 정도다. 안 그래도 싫은 중국(인), 이번 사태로 더 미워지게 생겼다.

불난 혐중에 기름···'이것은 맥주인가 소변인가' 기사의 사진

물론 국내 혐중 정서를 한국인들의 편견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중국에게 받은 피해가 적지 않은 데다, 지난 수년간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에 대한 반감이 큰 영향을 줬다. 여기에 중국이 사드 보복이나 요소수 수출 금지 같은, 겉으로는 대국(大國)인 척 실제로는 소국(小國)적 행보를 연이어 보인 것도 원인이 됐다.

혐중 정서는 어느새 인터넷 밈(meme)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행동이나 그런 사람이 등장하는 기사 및 동영상에는 '중국인인가요?' '중국이 중국했네' 유의 댓글이 어김없이 달린다.

문제는 혐오로 피해를 보는 쪽이 결국은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 또는 중국 음식 등을 파는 국내 자영업자라는 점이다. 인천 남동구에서 양꼬치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칭따오를 수십 상자나 들여놨는데 다 버리게 생겼다"며 한탄했다. 현재로서는 중국인들이 각 분야에서 혐오 유발을 멈추는 게 최선이지만 인구가 14억, 쉽지 않은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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