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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유한양행 '렉라자', 건보 적용 첫 관문 통과···폐암치료제 시장 판도 바뀔까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유한양행 '렉라자', 건보 적용 첫 관문 통과···폐암치료제 시장 판도 바뀔까

등록 2023.08.31 08:21

유수인

  기자

1차 치료제 허가받고 두 달 만에 암질심 통과이례적 속도···'국산 신약' 장점 영향 준 듯건보 진입 전까진 무상 공급···"내년 1분기 적용 기대"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故) 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을 계승하고자 렉라자 1차 치료제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유수인 기자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지 두 달 만에 국민건강보험 적용 1차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통과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날 열린 제6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에서 렉라자를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 급여기준 설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렉라자는 1년 약값이 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표적항암제 신약이다.

앞서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지난 6월 30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약물치료 전력이 없는 암 환자에 국산 항암제를 먼저 쓸 수 있게 된 것은 렉라자가 처음이다.

항암제는 환자에게 처방되는 순서에 따라 1~3차 치료제로 나뉜다.

렉라자는 지난 2021년 1월 국내에서 EGFR 변이가 생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받고, 그해 7월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국내 사망률 1위인 폐암 대부분은 비소세포폐암이 차지한다. 특히 환자의 30~40%는 EGFR 변이 양성으로 진단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T790M 돌연변이에 의한 내성으로 기존 1~2세대 표적치료제 사용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3세대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렉라자 뿐이다.

현재 국내 비소세포폐암 항암제 시장은 타그리소 위주로 형성돼 있다. 타그리소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1065억원이다.

문제는 타그리소와 렉라자 모두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질적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암환자가 급여 등재된 1차 항암제를 사용할 땐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되지만, 비급여로 처방받을 땐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폐암 환자가 비급여로 타그리소를 처방받는 경우 매월 6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렉라자가 먼저 1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을 받는다면 국내 3세대 폐암 표적항암제 시장에 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거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훨씬 앞설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타그리소는 2016년 국내 첫 허가 후 2018년 1차 치료 적응증을 추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19년부터 급여 1차 관문인 암질심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약효 분석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다 5번의 도전 끝에 지난 3월 첫 문턱을 넘어섰으나, 다음 단계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항암제가 건보 시장에 진입하려면 우선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심평원의 암질심, 약평위,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통상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급여 등재되기까지는 평균 1년 6개월 이상이 걸린다. 렉라자가 이례적인 속도로 타그리소보다 빠르게 허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국산 신약'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타그리소의 경쟁약물이 생겼기 때문에 약가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환자의 치료 옵션을 위해 급여화는 필요하지만 타그리소는 글로벌 시장에 론칭해 있는 약물이라 약가 협상시 제한이 있다"며 "반면 렉라자는 국산 신약이기에 상대적으로 탄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두 약제를 비교해서 재정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처방받을 수 있는 환자에게 치료제를 전액 무료 지원하는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을 시행하고 있다. '모두에 좋은 약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고 그 수익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고(故) 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을 계승해 보험 급여 처방 가능 시점까지 환자들이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한양행 측은 "렉라자도 비급여 처방 시에는 약가가 낮지 않아 처방이 쉽지 않다. 1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을 확대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글로벌 제약사도 하지 못하는 무상 공급 프로그램을 유한양행이 시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EAP를 시행하긴 하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한다. 렉라자는 경쟁 약물과 견줄만한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무상으로, 제한 없이 의약품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는 국산 신약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국인, 외국인 관계없이 국내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무상으로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다"며 "1차치료제 보험약가가 언제 나오는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내년 1분기 중 받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심의위는 한국화이자제약의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 치료제 로비큐아정(성분명 로라티닙), 한국로슈의 전이성 유방암과 조기 유방암 치료제인 페스코피하주사(성분명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에 대해서도 급여기준 설정을 결정했다.

머크의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는 직결장암 공고 안 EGFR양성 조건 삭제로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반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한국다케다제약의 전이성 비엑스키비티캡슐(성분명 모보서티닙)과 한국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에 대해서는 급여기준을 미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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