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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10명 중 8명이 '가치소비'···기업이 '비건'에 뛰어드는 이유

유통·바이오 식음료 민지야 놀자

10명 중 8명이 '가치소비'···기업이 '비건'에 뛰어드는 이유

등록 2023.04.10 13:14

유지웅

  기자

'가치소비 중시' 2030세대 채식문화 확산'비건에서 플렉시테리언'으로 외연확대 중"2040년 글로벌 육류 시장 60%는 대체육"

신세계푸드, 풀무원, 롯데웰푸드가 대체육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신세계푸드, 풀무원, 롯데웰푸드가 대체육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식품 기업들이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채식 문화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에 대한 신념으로 시작된 비건(엄격한 채식주의) 문화는 '환경'과 '건강'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며 '유연한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 영역으로 확장됐다. 채식 트랜드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계는 '대체육'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기 시장인 만큼,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소비자에 브랜드 이미지 각인시킬 수 있다면 향후 '리딩 플레이어'로서 사업 전개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대체육은 한때 '콩고기'로 불리며 모양과 맛에서 실제 고기와 괴리가 컸다. '비건'만 찾는 특수 식품이었다. 이제는 모르고 먹으면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제조기술이 발전했다.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던 '맛'이 개선되며 소비자 시선도 달라졌다. 동물과 환경, 건강 등 본인이 중시하는 가치에 부합한다면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소비를 통해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는 이른바 '가치소비' 현상이다. 지난해 롯데맴버스의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80%가 가치소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은 SNS에서 자신의 가치소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전파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젊은층에 채식 문화가 확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 제품군. 사진=신세계푸드 제공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 제품군. 사진=신세계푸드 제공

선두주자는 신세계푸드다. 이 회사는 대체육에 '진심'이다. '대체육' 대신 '대안육'이라는 명칭을 제안하고, 자사 동물성 캔 햄인 '올팜' 단종을 선언하며 화제를 모았다. 송현석 대표는 2020년 취임 이후 식품 제조, 식자재 유통, 급식 등 그동안 영위해온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외연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대안육 사업이다.

신세계푸드는 2016년부터 대체육 연구를 시작, 2021년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하며 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다. 기존 사업을 활용해 시너지도 창출하고 있다. 베러미트에 감자샐러드, 달걀 등을 더한 '베러미트 토스트'가 대표적이다. 베러미트 토스트는 전국 이마트 베이커리 등에서 판매돼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8만개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베러미트를 활용한 간편식은 특식 메뉴로 SK하이닉스, 서울시 등 단체급식 사업장에서 제공되고 있다.

올해부턴 외식업 적용 사례를 늘린다. 최근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 매장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에선 기존 재료를 베러미트로 대체한 양식 메뉴를 판매한다. 노브랜드버거에는 비건 버거를 출시할 계획이다.

풀무원이 진행한 '나는 지구식단 합니다' 캠페인 광고. 사진=풀무원 제공풀무원이 진행한 '나는 지구식단 합니다' 캠페인 광고. 사진=풀무원 제공

풀무원은 '지구식단'으로 맞불을 놨다. 지난해 8월 론칭한 지구식단 브랜드는 이름에서부터 '환경'과 '건강'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위해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실천하자'는 쉬운 언어로 마케팅을 진행하며 젊은층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구식단은 치킨텐더, 만두, 볶음밥, 짜장면 등 식물성 원료로만 만든 제품으로 구성됐다. 동물복지 식품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식물성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지구식단은 론칭 7개월 만에 식품사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도달했다. 풀무원은 2025년까지 지구식단 매출 비중을 27%로 키운다는 목표다. 풀무원은 대체육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턴 글로벌 식품 기업들과 협력, 식물성 조직 단백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롯데웰푸드가 내놓은 '제로미트' 제품, 비건푸드 브랜드 '비스트로' 상표. 사진=롯데웰푸드 제공사진 왼쪽부터 롯데웰푸드가 내놓은 '제로미트' 제품, 비건푸드 브랜드 '비스트로' 상표. 사진=롯데웰푸드 제공

롯데웰푸드도 본격적으로 비건푸드 사업에 뛰어든다. 지난해 12월엔 비건푸드 브랜드 '비스트로(Vistro)'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를 론칭했으나, 대체육 수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목표 매출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2019년 82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대체육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가치소비 인식이 확산하며 2022년 212억원으로 확대됐다. '비스트로'와 '제로미트'의 지정상품은 거의 동일하다. 콩으로 만든 까스·너겟·패티 등이다. 신규 브랜드 출시로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롯데웰푸드는 식물성 제품군을 다양하게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롯데중앙연구소에 '헬스앤웰니스' 부문이 신설되며 신제품 개발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롯데지주는 대체육, 건강기능식품 등 미래 먹거리와 신제품 개발 등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4%인 200만명이며,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이른다. 국내 대체육 시장은 2020년 1740만달러(230억원) 규모에서 2025년 2260만달러(299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매년 증가 추세인데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 높다는 평가다.

대체육 시장이 일반 육류 시장의 점유율을 추월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에이티커니는 2040년 글로벌 육류 시장의 60%를 대체육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에선 대체육이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글로벌 기업이 대체육 상품을 출시하면서 일상적 소비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23년 현재 미국 비건 시장 규모는 32억7000만달러(4조3131억3000만원)로 2030년까지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식품 회사들은 최대 대체육 시장인 미국 진출도 본격화한다. 신세계푸드는 미국 자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를 설립했다. 이마트의 미국 자회사 굿푸드홀딩스(Good Food Holdings)의 내부 인프라를 활용,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풀무원은 지구식단 사업부에서 수출 전략을 수립한다.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 법인에선 현지 맞춤형 제품을 출시해 시장 경쟁력을 높인다. 미국에선 최근 '식물성 대체육 고추장 스테이크'와 '스위트 칠리 토핑 두부' 등 신제품 2종을 출시했다.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대형 유통채널 입점을 통해 인지도를 강화하고, 미국 공장 증설을 마친 후 현지 생산 체제를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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