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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아바타 경제 효과가 말하는 것

전문가 칼럼 김헌식 김헌식의 인사이트 컬처

아바타 경제 효과가 말하는 것

등록 2023.01.02 15:47

아바타 경제 효과가 말하는 것 기사의 사진

"아바타 2가 별로던데···." "별로라고요? 뭐로 보셨어요?" "뭐로 보다니요?" "3D, 4D와 스크린X, 아이맥스(IMAX) 가운데 어떤 거예요?" "그거 아닌데 그냥 봤지." "2D로 본 거네요. 2D로 보면 꼭 그렇게 말해요." "뭐라고요···." 영화 '아바타 2'를 두고 벌어질 수 있는 가상의 대화다. 영화 '아바타 2'는 영화 관람의 동기와 이유를 바꿔 놓고 있는 듯싶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바타 1편'이 관객 수 1400만 명이라는 기록했는데, 상당한 매출액은 3D 관람에서 나왔다. 당시 배급사인 20세기폭스 코리아는 국내 관객의 약 20%가 3D 관람객이었다고 밝혔다. 3D 매출은 총매출의 40%로 추정했다. 관객 수는 20% 적은데 매출액은 40%가 많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2D보다 3D 관람의 가격이 높았기 때문이다. 2D를 관람한 후 다시 3D 관람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 때문에 'N 차' 관람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번 '아바타 2'에서는 많은 사람이 아예 2D를 건너뛰고 3D, 4D와 스크린X, 아이맥스(IMAX)를 직행하는 일이 빈번했다. 사실 한국은 이런 장비를 갖춘 상영관이 흔한 편이고 이 때문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을 추진한 이유가 되었다. 한국보다 내수 시장이 큰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3D 등의 상영 장비나 상영극장이 부족해 제대로 개봉이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일본에서는 '슬램덩크' 등 애니메이션이 극장가를 휩쓸었다. 역시 일본은 애니메이션 대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애니 흥행은 반가운 일만은 아닐 수 있다. 우리도 숙고해야 할 점이 있는 것도 물론이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2022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극장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물론 영화 '헤어질 결심'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한국에서도 200만 관객의 동원을 하며 박찬욱 감독 영화의 자체 신기록을 세우기는 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기 위해 꼭 영화관에 갈 필요는 없다. 감동적으로 본 관객들은 3D, 4D와 스크린X, 아이맥스(IMAX)를 요구하지 않았고 서점으로 달려갔다. 바로 각본집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화제라고 해도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반드시 극장을 가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망가 원작을 구매하러 서점에 갈 일이다. 이 또한 부가가치 창출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아바타 시리즈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멀리 길을 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아바타'는 원작도 없다. 맨땅에 헤딩하기로 뮤에서 유를 만들어낸 콘텐츠 사례다. 앞으로 3, 4, 5편의 작품을 연이어 제작해야 하기에 2편에서는 다섯 명의 아이 캐릭터를 새롭게 등장시켜냈다. 여기에 숲에서 바다로 공간적 외연까지 넓혔다. 새로운 캐릭터와 공간의 창출은 시각적 효과를 통한 감정 몰입과 전경 감흥 효과를 배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내러티브 자체를 중심으로 영화를 보던 종전의 극장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저작권 통제를 통해 단속해도 불법적으로 콘텐츠를 보는 어둠의 경로 관람 형태는 여전하다. 또한, 글로벌 OTT는 언제든지 영화콘텐츠를 접속하고 누리게 만들 수 있다. 장르적으로 볼 때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는 파괴되었다. 영화 제작진은 물론 촬영 장비와 편집 보정기술은 드라마에 결합하고, 영화 같은 드라마는 일반화되었다. 때문에 '씨네라마'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통속극이나 로맨스 드라마가 흥행하지 않는 이유나 다른 이종 장르와 결합하는 것은 바로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를 상영관에서 자기 돈을 내고 볼 관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간 할리우드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영화관 유입을 끌어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러한 변화된 미디어 매체 환경과 관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2009년 아바타 이후 아바타 시리즈를 계속 선을 보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비록 어벤져스 시리즈가 보여준 기존의 내러티브와 시각적 특수 효과는 한계에 이르렀다. 아바타 시리즈의 흥행은 다른 시대적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이제 영화관은 관객의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나길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화들은 장기적이고 꼼꼼한 제작이 필요해졌다.

관객들은 관람 경험을 위해서라면 능히 자신의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는 포미족들이다. 선택과 집중을 한다. 다른 끼가 부실해도 이왕 한 끼 식사해도 풍성하게 즐기기를 원하듯이 상영관에서는 풍성한 볼거리를 원한다. 더구나 혼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자리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서 극장은 최대한 편안하게 현실의 시름을 잊을 수 있는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곳으로 공간과 장소성을 갖게 된다. 상대적으로 어렵고 힘들고 불편하게 하는 콘텐츠와는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경제적 효과의 판가름이라는 점에서 영화산업을 달리 접근하게 신호 하는 것이다.

그럼 당장에 모두 아바타를 제작해야 할까. 2020년 티켓파워를 자랑한다는 감독과 배우를 캐스팅한 대작들이 맥을 못 췄다. 오히려 영화 '올빼미'나 영화 '육사오' 같은 중소 영화가 의외의 선전을 해서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하이 컨셉팅(high-concepting) 영화들이었다. 하이 컨셉의 영화를 통해 신선한 자극과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사례가 2023년에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예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작업을 코로나 19 상황에서 못했던 몫까지 포함해 활발하게 이뤄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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