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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후계자들⑫-2]금호家 박세창, 사실상 ‘경영승계’···항공 떼고 건설·고속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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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중 가장 먼저 경영수업 나서며
부친 대신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도
동생 박세진 상무, 고속사업 안정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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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남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6개 자회사의 통매각이 끝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사업은 ‘건설’과 ‘고속’만 남게된다. 그룹사명에서 ‘아시아나’도 빼야 한다.

박 사장은 우선 기존사업으로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킨 뒤, 신사업 진출 등으로 그룹 재건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세창, 경영승계 확실시…위기관리 능력 우수 = 1975년생인 박 사장은 박삼구 전 회장과 이경열 여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 여사는 고 이정환 전 재무장관의 차녀다. 휘문고등학교와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박 사장은 금호가 3세 중 처음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한 박 사장은 1년여 만인 2006년 말 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초고속 승진했고, 2007년에는 상무보에 올랐다. 2008년에는 상무 승진과 함께 금호타이어로 자리를 옮겼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계열분리에 나선 것은 이 시기다. 박 사장은 2010년 전무로 승진했고, 이듬해 금호타이어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을 달았다. 2015년에는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지만, 채권단 등 주주들의 반대로 3일 만에 물러났다.

박삼구 전 회장이 2016년 1월 금호타이어 인수로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할 당시에도 박 사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겸직)으로 승진한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재인수에 나섰지만, 산업은행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타이어 기업을 선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기내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경영진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에 빠진다. 박 사장이 경영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대표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아시아나항공 SI(시스템통합) 자회사인 아시아나IDT 대표에 오른다.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시아나IDT의 성공적인 상장이라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며 주식 매매가 정지됐고, 아시아나항공 상장채권인 ‘아시아나항공 86’도 상장 폐지됐다. 이 여파로 박삼구 전 회장은 경영퇴진을 선언했고, 결국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통매각이라는 결정을 내린다.

박 사장은 부친을 대신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했다. 적정 매수자를 확보하기 위해 재계 인맥을 총동원하거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의 회동에도 직접 참석했다. 그 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당초 박 사장은 HDC현산으로의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건설이 보유하던 아시아나항공 구주의 매각 대금을 받아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지난해 자산기준 재계순위 22위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매각 후 재계순위 60위권 밖의 중견기업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이후 딜클로징(거래종결)을 지연시켰다. 금호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을 신뢰할 수 없다며 재실사를 요구했고, 채권단과 금호건설은 결국 지난해 9월 ‘노딜’을 선언했다.

유동성이 최악 상태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선 리조트 사업을 처분하기로 한다. 금호리조트 새 주인으로는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금호석화그룹이 낙점됐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의 딸 박세진 상무가 금호익스프레스로 자리를 옮겼다. 박찬구 회장 일가와의 악연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라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채권단은 지난해 말 국내 최대 국적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기로 결정했고,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대표들이 사임하면서 급작스러운 연말 인사가 실시된다. 박 사장은 이에 맞춰 금호건설 관리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박 사장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워크아웃 돌입과 졸업, 계열사 매각과 인수 등을 경험했다. 이 영향으로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위기 관리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삼구 전 회장에 이어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금호건설 사장, 영향력 막강…금호고속 사내이사 선임도 = 재계에서는 박 사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1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박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때부터 리더십을 발휘해온 만큼, 영향력을 더욱 넓힐 것이란 추측이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이사회 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사장의 실질적인 사내 위상은 압도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금호건설 대표를 맡고 있는 서재환 사장과 동등한 직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박 사장은 컨트롤타워격인 전략기획실 해체를 주도했고, 그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경영관리본부와 감사팀 등을 이끌고 있다.

박 사장은 당분간 건설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건설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별도기준 1조8291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으로 중견건설사 수준이다. 안정적인 수주와 사업을 영위하며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

지난 3월 사명을 금호건설로 변경한 것은 사업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과 리조트 등을 연상할 수 있다는 이유로 22년 만에 결별을 택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이르면 올해 연말께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고, 금호건설이 보유한 구주에 대한 매각 권리는 채권단이 가지게 된다. 박 사장은 이 절차가 끝나면, 그룹사명 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금호그룹’이 유력하다고 본다.

박 사장은 지난 4월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금호고속(금호홀딩스)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며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다만 공식적인 대표이사 취임 등의 시기는 예단하기 힘들다. 당분간은 서재환 사장을 멘토로 건설업 전문성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3세 승계가 완벽하게 정리되려면 박삼구 전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금호건설 최대주주인 금호홀딩스(금호고속)는 금호건설 주식 44.56%를 들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의 금호고속 지분율은 45.43%로 최대주주이며, 2대주주인 박 사장은 28.57%를 확보 중이다. 이 외에도 박 사장은 금호건설 주식 0.31%를 보유하고 있다.

◇박세진, 금호리조트→금호익스프레스…신사업 전담 = 박 사장의 동생인 박세진 금호익스프레스 상무는 전업주부를 하다 2018년 그룹에 입사했다. 1978년생으로 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를 졸업했고, 요리·호텔 전문학교인 르코르동블루 도쿄를 거쳐 르코르동블루 런던에서 수학했다.

일본 동경관광전문학교 음료서비스학과와 일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상지대 대학원에서 글로벌사회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일본 ANA 호텔 도쿄에서 3년간 실무 경험을 쌓기도 했다. 이 같은 학력과 경력 덕분에 금호리조트에서 조리와 호텔부문 서비스 품질 향상 등을 도맡았다.

하지만 입사 2년 만에 금호리조트는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이 과정에서 박 상무는 직접 입찰 후보들을 상대로 발표를 진행하는 등 성공적인 매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무는 금호고속의 고속버스 사업을 물적분할한 금호익스프레스에서 신규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다. 경영 환경이 정상화 궤도에 오를 때까지 무보수를 자처하기도 했다.

박 상무는 오빠를 도와 안정적인 그룹 경영에 도움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진행하는 ‘셔틀 서비스’ 개발 협력도 박 상무의 아이디어다.

금호고속 지분 2.35%를 들고 있다.

◇남매 모두 소탈한 성격…박 사장 ‘연애결혼’ 화제도 = 박 사장은 재벌가 자제답지 않게 매사 행동거지를 조심하는 것은 물론, 일반 직원들과도 소탈하게 지낸다는 평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한 직원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서스럼없이 먼저 인사하는 성격”이라며 “의전도 부담스러워해 혼자 다니거나 수행인원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모터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재직 당시 엑스타레이싱팀을 창단한 것도 박 사장이다. 세살 터울의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대표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박 사장은 2003년 일반인인 김현정 씨와 결혼했다. 서울 신사중학교 동창이자 한 살 아래인 김 씨는 평범한 교육자 집안의 자제다. 두 사람은 6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화려한 혼맥으로 유명한 금호가인 만큼, 박 사장의 결혼은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 상무는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최성욱 김앤장 변호사와 일찍 결혼했다. 최 변호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크고 작은 M&A의 법률자문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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