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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이어온 기업의 스포츠 후원

[올림픽과 재계]세대를 이어온 기업의 스포츠 후원

등록 2016.07.08 14:56

정백현

  기자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기업 후원 본격화'84 LA 올림픽 선전 이후 후원 효과 체감후원 배경, 총수들 과거 경력이 영향 미쳐

재계 내 기업들이 올림픽 종목에 후원을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재계의 올림픽 후원 역사는 꽤나 오래 됐다.

물론 기업들이 처음부터 스포츠 후원의 순기능을 일찌감치 깨닫고 자발적으로 후원을 시작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각 기업들이 후원을 통한 긍정적 효과를 체감하면서 후원이 확산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 스포츠를 맡으시오” = 지난 1981년 9월 30일 우리나라는 일본 나고야를 제치고 1988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다.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최초의 올림픽 유치였다는 점에서 민족적 자긍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정부는 적잖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잘 치르려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올림픽 유치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올림픽에서 세계 20위권 수준의 성적을 내던 상황이었다.

당시 정권의 수장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경기력 향상에 대한 임무를 기업에게 맡겼다. 공교롭게도 올림픽 유치 활동의 전면에 섰던 인물이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 겸 대한체육회 회장이었기에 전 전 대통령이 기업에 임무를 하달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5공 정권은 향후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유력한 종목을 기업들이 기호에 맞게 각자 맡아서 육성하도록 지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두 번의 ‘오일 쇼크’ 여파를 벗어난지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린 지시를 마뜩찮게 여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당시는 정부가 시키면 군말 없이 그대로 이행해야 목숨을 챙길 수 있는 시절이었다.

기업들은 1981년 말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탁구는 최원석 회장의 동아그룹이 맡았고 현대는 수영과 양궁, 한국화약(현 한화그룹)은 복싱을 담당키로 했다. 축구는 신동아와 대우가 나섰고 레슬링과 유도는 각각 삼성과 쌍용이 맡았다.

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선 것도 이때부터의 일이다. 최원석 회장은 탁구협회, 정몽준 당시 현대중공업 사장은 양궁협회, 최순영 회장은 축구협회,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은 유도회 회장을 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현대건설 사장 시절 수영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전국적으로 올림픽 붐이 일고 기업이 공격적 후원을 시작한 이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이 거둔 성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를 따내며 세계 10위권에 등극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낸 4개 종목(양궁·복싱·레슬링·유도)은 원래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인 종목이기도 했지만 모두 공교롭게도 대기업의 후원을 받은 이후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이후 대기업의 후원을 통해 우리나라의 스포츠 국력이 신장됐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뒤따랐고 이때부터 각 기업들은 스포츠 후원의 진가를 깨닫고 후원의 폭을 넓히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다.

◇그들이 그 종목을 후원하는 이유 = 사실 기업들의 후원 종목들은 대부분 프로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의 인기와 거리가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올림픽 기간이 아니면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각 기업들이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각 기업은 ‘기호에 맞게’ 후원 종목을 선정했는데 대부분은 총수 본인의 취미 또는 학창시절 경력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핸드볼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대표적 사례다.

최 회장은 서울 수송중학교 재학 시절 핸드볼 선수로 뛴 경력이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초 핸드볼협회 회장에 취임한 후 태릉선수촌에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은 뒤 깔끔한 슛을 던졌을 정도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레슬링협회 회장을 거쳐 현재까지 명예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것도 이 회장의 학창시절 경력과 연관이 있다.

서울사대부고 출신인 이 회장은 고교 시절 한 때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다고 전해진다. 이 회장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지인들은 선수 시절 전국 규모 레슬링대회에서 상도 받을 정도로 이 회장의 레슬링 실력이 꽤나 빼어났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TV 중계를 보다가 후원을 결심한 사례도 있다. 바로 양궁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 시절이던 지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여자 양궁 개인전 경기 중계를 지켜봤다.

양궁 선수단의 빼어난 실력에 감탄한 정 회장은 양궁 후원의 의지를 다지게 됐고 동생인 정몽준 회장에 이어 양궁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현재까지도 양궁 종목에 수백억원을 들여가며 후원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의 사격 후원도 김승연 회장의 뜻과 연결돼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한화의 텃밭인 대전 출신 선수로 알려진 강초현 선수의 사연을 우연히 들었다. 당시 강 선수는 은메달 획득 이후 진로 고민 때문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이 소속을 들은 김 회장은 한화갤러리아를 통해 실업 사격단을 창단토록 하고 신생 사격단에 강 선수를 입단시켰다. 이후부터 한화는 민간 기업이 주최하는 첫 사격대회인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신설해 현재까지 운영하는 등 사격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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