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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發 조직 혁명’ 보는 재계의 시선

‘삼성發 조직 혁명’ 보는 재계의 시선

등록 2016.06.29 17:50

정백현

  기자

직급 단계 줄이고 사내 호칭 ‘이름+님’으로 통일‘신선한 혁신’ 호평 속에도 확산 가능성에는 의문업종 환경 등 감안하면 혁신 확산세 제한적일 듯

국내 대표적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수평적 조직 문화 창달을 위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에서 시작된 이른바 ‘벤처형 조직 문화‘의 반영 사례가 재계 내 다른 기업으로 전파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27일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창의적·수평적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해 직급 단계를 줄이고 조직 구성원 간의 상호 존중의 차원에서 수평적 호칭을 부르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최종 확정·발표했다.

이번 제도 개편에 따라 임직원 간의 공통 호칭은 ‘성씨+직급+님(예 = 홍 과장님)’의 형태에서 ‘이름+님(예 = 홍길동 님)’으로 바뀐다. 또 수직적 직급 개념을 타파하고 경력개발 단계에 따라 직급을 4단계로 나누게 됐다.

더불어 불필요한 회의와 야근을 줄이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여름철에는 반바지 착용 출근을 허용한다.

이와 같은 제도 개편은 지난 3월 말 삼성전자가 발표한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언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특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삼성전자의 사업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볍고 빠른 조직으로 회사 전체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재계의 관심은 삼성을 넘어 다른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인만큼 삼성에서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장점이 발생할 경우 다른 기업에서도 삼성의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계 다수의 기업 관계자들도 삼성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타 기업에서 이와 비슷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오랫동안 깊게 뿌리를 내려 온 기업 문화의 차이가 있고 업종별 환경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나 조선, 철강 등 중대형 제품의 제조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업계는 수평적 조직 문화의 확산을 경계했다. 조직 문화의 혁신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체감하지만 작업 중 안전과 직결되는 업종의 특성 상 일정 수준의 위계질서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자동차, 철강, 조선업계의 기업들은 전자나 서비스업 기업에 비해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삼성의 변화는 그 자체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일이지만 재계 전체가 이 문화에 동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보수적·수직적 조직 문화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조직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철강사 관계자 역시 “삼성처럼 R&D나 디자인 등 시대적 변화를 체감해야 하는 조직이라면 반드시 조직 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면서도 “이 문화가 천편일률적으로 재계 다수 기업에서 적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고 말했다.

서비스업과 관련된 업계 관계자들은 상황에 따라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근무 환경을 개선할 경우 고객에게 제공될 서비스의 품질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근본적으로 지켜 온 조직 문화는 어느 정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일부 직군에서는 삼성과 비슷한 유형의 혁신이 몇 년 전부터 적용돼왔다”면서 “직원들이 일하기 편한 환경이 갖춰지면 그 후의 성과도 확실히 달라진다고 믿는 분위기가 회사 전체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반면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직급 제도의 개편 등은 다수의 기업에서도 시도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머지 혁신은 어디까지나 삼성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면서 “고객의 안전은 물론이고 항공업의 전통적 특징과 관념을 감안한다면 조직 문화 파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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