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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명예 아닌 사랑으로···정략혼 시대의 종말

돈·명예 아닌 사랑으로···정략혼 시대의 종말

등록 2016.05.24 13:53

정백현

  기자

2000년대 이후 연애결혼 문화 재계 확산CJ이재현 회장 대표적 성공 케이스금호·대상家 3세, 일반인 가문과 혼인

정략결혼이 다수를 이루던 재계에도 변화가 불어오고 있다. 경영에 대한 실익 추구를 위한 ‘혼맥경영’ 시대가 저물고 자녀들의 자유로운 연애를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른바 ‘전략형 혼맥 시대’가 종언을 고한 셈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최근까지 결혼에 성공한 재계 3·4세 인사들의 결혼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연애결혼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낸 친구 내지는 선후배 관계였거나 지인의 소개, 사교모임 등을 통해 만났다가 결혼에 골인했다.

‘거미줄 혼맥’으로 유독 유명한 금호가(家)의 실질적 후계자인 박세창 아시아나세이버 사장은 금호가에서 독특하게도 연애결혼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돼 있다. 박 사장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한 살 아래의 신사중학교 동창 김현정 씨와 지난 2003년 결혼했다.

박 사장과 김 씨는 대학 입학 이후 6년 이상 장기 연애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계와 재계에 다양한 혼맥을 보유한 금호가의 가풍을 감안하면 박 사장의 연애결혼은 쉽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딱딱한 형식에 매여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박 사장의 성품이 결국 자유로운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진 셈이 됐다. 박 사장은 현재도 별다른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부인과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결혼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도 평범한 여성과 결혼에 성공했다. 이 과장의 부인은 과거 서울올림픽 주제가를 불렀던 그룹 ‘코리아나’의 보컬 이용규 씨의 딸 이래나 씨다.

컬럼비아대학을 나온 이 과장과 예일대를 졸업한 이 씨는 미국 유학 중에 만나 교제를 시작했고 이재현 회장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결혼에 골인했다.

두 사람의 만남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이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 다만 이 회장이 부인 김희재 씨로부터 아들의 이성교제 소식을 들은 뒤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가 없을 때를 대비해서 결혼을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것이 유일한 언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선호 과장의 누나인 이경후 CJ오쇼핑 과장도 지난 2008년 평범한 집안의 아들인 정종환 씨와 결혼했다. 이경후 과장 역시 남동생처럼 미국 유학 중 남편을 만났다. 이 과장과 정 씨 부부는 나란히 컬럼비아대학에서 유학을 하며 교제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대상그룹 상무 역시 지난해 말 사교모임을 통해 만난 5세 연하의 국유진 씨와 연애결혼했다. 국 씨는 미국 뉴욕의 한 사모펀드 회사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금융인이다.

국 씨와 임 상무의 만남 과정 역시 부모 세대인 임 명예회장과 어머니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의 영향이 끼친 부분은 없다.

임 상무의 시아버지인 국균 씨가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의 대표를 맡은 경력이 있는 회계사 출신 인사지만 재벌급 인사는 아닌 만큼 과거의 혼맥과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4세 경영 시대를 연 두산그룹은 유독 연애결혼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이 많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녀인 박혜원 오리콤 부사장은 의사인 서경석씨와 결혼했고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도 평범한 집안 출신의 여성인 서지원 씨와 결혼했다.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의 아들인 박진원 전 두산 사장과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등은 모두 평범한 집안의 여성과 결혼했다.

재계 안에서의 연애결혼은 최근 들어와서 유독 빈번해졌지만 따지고 보면 예전에도 연애결혼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고 재계의 안방마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부인 김희재 씨 부부는 대표적인 재계의 연애결혼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80년 고려대 법학과 1학년이었던 이 회장은 그 해 성탄절 즈음 친구들과의 연말 모임에 나갔다가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 2학년이던 김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교제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 이후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씨티은행 신입사원으로 일하던 중이었고 김 씨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차에 연애를 시작했고 1984년 결혼에 골인했다.

김 씨의 어머니이자 이 회장의 장모인 김만조 씨가 김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부유층과는 거리가 있다.

고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도 연애결혼을 통해 결혼에 성공한 부부다. 채 창업주와 장 회장은 어릴 적 이웃으로 알고 지내다가 장 회장이 애정 공세를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의 영향을 받은 덕에 애경가의 네 자녀도 모두 연애결혼을 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연애결혼을 했다. 정 회장은 서울 경복고 동창으로부터 소개받은 황서림 씨와 만나 2001년 결혼했다. 황 씨의 할아버지인 고 황산덕 전 장관이 1970년대 법무부 장관과 문교부 장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결혼한 것과 달리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평범한 여성과 결혼을 했다. 최 부회장의 부인인 채서영 서강대 영미어문학과 교수는 서울 여의도고 교사였던 채희경 씨의 딸이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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