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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 막장의 왕관을 벗다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 막장의 왕관을 벗다

등록 2014.04.07 17:19

문용성

  기자

[사진=MBC][사진=MBC]


낳아준 엄마와 길러준 엄마가 공존하는 피치 못할 운명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 MBC ‘왔다 장보리’가 방송 2회 만에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말드라마 부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내의 유혹’이나 ‘다섯 손가락’ 등 파격적인 드라마로 유명해진 김순옥 작가의 또다른 쾌거라고 평하기도 한다.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 격이 된 김 작가의 신작이기에 시청자들이나 업계는 ‘관성적으로’ 이번에도 막장의 연속선상에 있을 것이라 여겼다.

아니나 다를까 극 초반 젊은 주인공들의 부모 세대에서 벌어진 일들이 파격적인 설정으로 인식되는 면이 없지 않다. 최고의 침선장이 되고자하는 한 여인의 야욕이 불러온 악행들이 드라마 전반에 인상 깊게 포진해 있기 때문에 보는 이들은 과거 김작가의 작품을 떠올리며 ‘막장드라마’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드라마를 다시 한 번 뜯어보면 지극히 정통성을 가진 한국의 드라마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막장’을 운운하려면 먼저 ‘불륜’이나 ‘패륜’ 코드의 고의성을 짚어봐야 하는데 ‘왔다 장보리’는 그것보다 주요 인물의 기구한 운명이 앞선다. 어떤 드라마건 갈등에 중심에 선 안타고니스트는 존재하는 법. 갈등 없는 드라마가 없듯 안타고니스트 없는 프로타고니스트도 없다.

이유도 명분도 없는 악인의 모진 악행이 천륜을 저버리고 ‘패륜’으로 치닫거나 상식을 벗어난 극악무도한 행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야기를 드라마의 중심에 놓았을 때 ‘막장’이라 치부한다. 하지만 ‘왔다 장보리’는 앞으로 보여줄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을 드라마틱하게 끌고 가기 위한 장치로 어른들의 삐뚤어진 세상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작가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장보리를 통해 ‘때 묻지 않은 순수녀의 웃음기 있는 성장기로 부와 명예에 사로잡힌 모순적인 인간들이 진짜 사람답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기획했다. 피붙이지만 서로를 부인할 수밖에 없는 엄마와 딸, 또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맺은 엄마와 딸이 어떻게 화해하고,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려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미덕이다.

다소 상투적일 수 있으나 이런 정확한 주제를 촘촘한 스토리로 구성하는 것이 어찌 보면 한국 드라마의 정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때문에 극 초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깔아놓은 밑바탕 설정만을 놓고 ‘막장’을 운운하는 것은 분명 시기상조로 보인다. 오히려 베일에 가려진 ‘부러진 가위’ 같은, 향후 어떤 엄청난 비밀이 담겨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극적 장치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왔다 장보리’가 막장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얼마나 우리 현실 속 인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함께 숨쉴 수 있을지 지켜보는 맛이 더 좋을 듯하다. 아울러 이번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찾아가는 동안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작가가 ‘막장의 왕관’을 벗고 기획의도에 딱 들어맞는 ‘웰메이드 대본’을 내놓는지 지켜보는 것도 ‘별미’가 될 것이다.

문용성 대중문화부장 lococo@

뉴스웨이 문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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