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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골든타임' 위협 받는 뇌졸중···전문인력 부족 '심각'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골든타임' 위협 받는 뇌졸중···전문인력 부족 '심각'

등록 2024.02.14 14:09

유수인

  기자

초고령사회 환자수 급증 예상···2050년 年의료비 9조 달할듯 대한뇌졸중학회 "의료진 없어 취약지 발생···환자 치료 못해" 보상체계 마련 시급···AI솔루션 도입·신약개발 한창

대한뇌졸중학회 제공대한뇌졸중학회 제공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며 국민 4명 중 1명은 죽기 전까지 뇌졸중을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됩니다. 초고령화사회에서 뇌졸중 치료 체계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인적 자원 확보, 보상 체계 마련, 질병군 체계 분류 수정 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수적입니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의대 신경과)은 14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초고령화 사회에서 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현황 분석 및 발전 방안 모색'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흔히 중풍으로 알려진 뇌졸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 그 부분의 뇌가 손상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을 포함한다. 뇌졸중 유형별 발생비율을 보면 뇌경색 발생 비중이 약 85% 정도로 높게 나타난다.

전체 뇌졸중 환자의 50%는 해당하는 진료권에서 정맥내혈전용해술, 동맥내혈전제거술 등과 같은 뇌졸중 최종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유수인 기자전체 뇌졸중 환자의 50%는 해당하는 진료권에서 정맥내혈전용해술, 동맥내혈전제거술 등과 같은 뇌졸중 최종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유수인 기자

뇌졸중은 세계적으로 연간 1500만명씩 새로운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현재 국내 환자 수만 18만명 이상으로 집계되는데, 올 하반기부터 국내 인구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향후 환자 수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졸중 환자 증가로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의대 신경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보험 청구비용 기준 후유증 없는 뇌경색 환자의 5년간 진료비용은 약 5000만원이고, 중증 뇌경색 환자는 약 2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뇌졸중 환자 의료비용은 약 4조7000억원인데, 오는 2050년에는 연간 9조원으로 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의대 신경과) 대한뇌졸중학회 제공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의대 신경과)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김 이사는 "205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2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매년 3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뇌졸중으로 인한 연간 진료비용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턱없이 부족한 뇌졸중 전문의 인력 문제로 현재 뇌졸중 치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내에는 여전히 뇌졸중 취약지가 존재한다.

김 이사에 따르면 전체 뇌졸중 환자의 50%는 해당하는 진료권에서 정맥내혈전용해술, 동맥내혈전제거술 등과 같은 뇌졸중 최종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치료 진료권 자체 충족률은 평균 45.7%에 불과하며, 전체 70개 중 33개 진료권(47.1%)은 자체충족률 평균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뇌졸중 환자 수 대비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 병원 뇌졸중 전문의는 209명에 불과하며, 일부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는 전문의 1명이 400~500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유수인 기자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 병원 뇌졸중 전문의는 209명에 불과하며, 일부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는 전문의 1명이 400~500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유수인 기자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 병원 뇌졸중 전문의는 209명에 불과하며, 일부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는 전문의 1명이 400~500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이사는 "2024년 권역센터 뇌졸중 신입 전임의가 1개 센터에 2명 뿐이다. 소위 빅5 병원에도 뇌졸중 전임의가 없는 곳이 있다. 추가 인력을 보충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 인력구조로는 35만명의 뇌졸중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뇌졸중은 빨리 치료할수록 뇌 손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망 위험이 높고, 치료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 73%가 영구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국내 뇌졸중 1년 치명률은 전국 평균 17.4% 정도이지만 의료자원 부족으로 인해 70개 중 36개 중진료권이 1년 치명률 평균 이상인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뇌졸중 치료 시스템 기반 마련을 위해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각각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 사업', '필수의료 패키지' 등의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무엇보다도 인력 자원 확보, 보상체계 마련, 뇌졸중 질병군 분류 체계 수정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뇌졸중은 신경과 전공의 1인당 응급진료 건수 1위로, 진료과의 응급실 중증 환자 부담 역시 높다. 하지만 높은 진료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신경과 의사가 뇌졸중 의심 환자를 진료할 경우 진찰료가 없고, 24시간 뇌졸중 집중 치료실 전담의의 근무 수당은 2만7730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병원은 교수의 급성 뇌졸중 당직비가 없거나 3만원 온콜(비상대기) 교통비 정도만 청구가 가능하다.

차재관 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은 "현재 뇌졸중 전문의 숫자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의 인원 수준으로 초고령화사회에 들어서면 치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수련 병원 74곳에 전공의가 86명 정도 있는데, 각 연차 당 최소 2명 즉, 현재의 약 2배 수준인 160명으로는 증원돼야 안정적으로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뇌졸중 전문의를 확보하고, 전문의 중심의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향후 전문의가 될 수 있는 필수의료와 관련된 신경과 전공의 증원이 선행돼야 한다. 또 높은 업무 강도를 고려했을 때 최소한의 보상 체계 마련 및 정책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 뇌졸중이 필수중증응급질환인 만큼 질병군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뇌졸중은 발생 환자의 80%가 후유장애를 얻을 만큼 중증질환이며 골든타임 내 치료가 중요하다"면서도 "현재 뇌졸중은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된다. 뇌졸중 환자 중에서도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일부의 환자만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했다.

이 이사는 "상급종합병원은 지정 기준 상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를 30% 이상으로 진료해야 한다. 일반진료질병군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이대로라면 상급종합병원에서 뇌졸중 환자 진료에 대한 관심과 진료량이 감소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해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치료가 주로 이루어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전문인력 부족 상황에 대응하고 뇌졸중 골든타임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인공지능(AI) 의료 솔루션 기업인 제이엘케이(JLK)는 뇌경색 유형 분류 AI 솔루션 'JBS-01K', 뇌출혈 AI 분석 솔루션 'JBS-04K', 뇌동맥류 검출 솔루션 'JBA-01K', 대뇌혈관폐색 조기검출 'JBS-LVO' 등 뇌졸중 분야에서 총 11개 이상의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JBS-01K'는 AI 혁신의료기술로는 국내 최초로 건강보험에 등재돼 200여곳의 의료현장에서 의료진들이 골든타임을 잡아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제일약품은 뇌졸중치료제 'JPI-289'를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2a상을 완료하고 임상3상을 추진할 글로벌 파트너사를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라이선스 아웃도 추진 중이다.

'JPI-289'는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으로 인한 DNA 손상 및 신경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폴리(ADP-Ribose) 폴리메라세(PARP) 효소를 저해하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약물이다.

지엔티파마는 뇌졸중 치료제 '넬로넴다즈'를 개발 중으로, 현재 임상3상 단계다.

지엔티파마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 등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넬로넴다즈는 NMDA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억제하는 동시에 활성산소를 제거해 뇌졸중 후 뇌세포 사멸의 원인인 흥분성 신경독성과 활성산소독성을 차단하는 세계 최초 이중표적 뇌세포 보호 약물이다.

'넬로넴다즈'의 임상 3상을 총괄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가 최근 국제뇌졸중콘퍼런스(ISC 2024)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넬로넴다즈'를 발병 후 응급실 도착 1시간 이내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장애 개선 효과가 위약(가짜약) 대비 5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넬로넴다즈 임상 3상은 발병 후 12시간 이내에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받는 중증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임상시험에 참여한 496명의 환자는 발병 후 응급실 도착 7시간 이내에 약물을 투여받았으며 동시에 혈전제거술을 시행해 12주 후 장애 개선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했다.

뇌졸중 환자의 장애를 평가하는 수정랭킨척도(mRS) 분포와 비율은 위약 투여군과 넬로넴다즈 투여군에서 차이가 없었으며, 넬로넴다즈 투여는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넬로넴다즈의 약효는 약물 투여 및 혈전제거술 시행 시간과 관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급실 도착 1시간 이내에 신속하게 약물을 투여받은 47명의 환자에서 위약 투여군(23명)에 비해 넬로넴다즈 투여군(24명)은 장애 개선 치료 효과가 4.93배로 의학적으로 확연하고 유의적인(p=0.004) 약효가 입증됐다.

넬로넴다즈의 유의적인 장애 개선 효과는 응급실 도착 70분 이내에 약물을 투여받은 79명의 환자에게서도 확인됐다.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이사(연세대학교 생명과학부 겸임교수)는 "심정지와 뇌졸중이 발생한 후 막힌 혈관이 골든 타임 내에 재개통되는 환자에게서 넬로넴다즈의 뇌신경기능 장애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며 "응급실 도착 후 신속한 혈전제거술 시행과 넬로넴다즈 투여로 환자의 장애가 개선되는지 확증하는 다국적 2차 임상 3상을 추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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