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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물량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SK하이닉스의 이유 있는 '고급화 선언'

산업 전기·전자

"물량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SK하이닉스의 이유 있는 '고급화 선언'

등록 2024.01.25 16:40

차재서

  기자

투자 최소화하고 고성능 제품에 역량 집중 "수익성과 경쟁력 확인된 쪽으로 움직여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이찬희 기자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이찬희 기자

"AI(인공지능)향 메모리가 주도하는 앞으로의 시장에선 거래처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매출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SK하이닉스가 올해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앞세워 다시 일어서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쳤다. 타 기업과의 출혈 경쟁에 동참하기보다 HBM3E 등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실속'을 챙기겠다는 복안이다.

25일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물량이 아닌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매출과 수익성 확대에 힘쓸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세부적으로 SK하이닉스는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흐름에 맞춰 AI용 메모리 HBM3E 양산과 HBM4 개발에 만전을 기한다. 또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도 DDR5, LPDDR5T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지속 확대되는 AI향 서버 수요와 '온디바이스 AI' 응용 확산에 대비해 고용량 서버용 모듈 MCRDIMM과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 준비에도 속도를 낸다. 낸드의 경우 eSSD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투자비용(CAPEX) 증가를 최소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신경을 쏟기로 했다.

이는 전세계 반도체 업계가 지난 2년 동안 전례 없는 위기의 시간을 보낸 데 기인한다.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이에 각 기업은 작년 초부터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강행해야 했고, 4분기에 접어들어서야 재고를 안정시키고 가격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따라서 SK하이닉스로서도 이를 교훈 삼아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신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만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김우현 부사장은 "2023년과 같은 다운턴을 겪은 지금으로서는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적정 수익성과 수익의 가시성이 확보된 곳으로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확실한 제품 우위가 있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증권가의 예상을 깨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4분기 실적(영업이익 3460억원)만 봐도 그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 회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저수익 모델의 판매는 줄고 프리미엄 모델의 매출은 늘어난 영향이었다.

올해 반도체 기업이 생산을 확대하려는 것도 DDR5와 같은 고사양 제품이다.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도 현재 공급 부족 현상을 빚는 고용량 DDR5, LPDDR5,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울러 SK하이닉스의 이러한 판단은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데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트렌드포스 자료를 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시장에서 53%를 점유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올해 생산분의 판매 계약을 마쳤을 정도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 성능의 메모리로 평가받는 5세대 HBM3E와 관련해서도 판매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상반기부터 이를 AI 빅테크에 공급할 계획인데, 엔비디아의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는 전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I향 메모리는 일반 D램과 달리 완제품까지 공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제품"이라며 "성능 요구 수준이 매우 높을뿐 아니라 안정성도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제품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를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결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서플라이 체인 간 병목 현상도 생기지 않아야 한다"면서 "그런 만큼 거래 기업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요가 많은 제품은 생산을 늘리고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 제품은 지금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메모리 업황은 개선세가 지속되겠지만, 올해 생산 증가율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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