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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약 명가'에 바라는 한 가지

오피니언 기자수첩

'신약 명가'에 바라는 한 가지

등록 2024.01.17 09:54

수정 2024.01.17 16:05

유수인

  기자

reporter
국내 제약업계에 '개량신약'이란 화두를 제시하며 신약 명가로 우뚝 선 한미약품그룹이 때아닌 경영권 분쟁 논란에 휩싸이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때 제약업계의 본보기가 됐던 기업이 경영권을 두고 가족 간 불화가 일어난 데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미사이언스와 소재·에너지 전문 OCI그룹 통합 소식은 업계에도 깜짝 소식이었다. 양사는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 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OCI그룹의 지주회사인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투입해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하고 둘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한미약품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지난 11일 기준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1.66%, 임주현 실장은 10.2%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다.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이 후계를 정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면서 2020년부터 부인인 송영숙 회장과 장남인 임종윤 대표가 회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임 사장이 지난 2022년 임기 만료로 사임하며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자 송 회장 단독체계로 전환했다.

이때부터 한미약품그룹의 후계 구도는 미궁 속으로 빠졌다. 업계는 대부분의 전통 제약사처럼 으레 장자 승계를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론 송 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장남, 장녀, 그리고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까지 동등 선상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이때 임주현 사장도 지주사 사내 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했었고 삼 남매의 지분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시 송 회장이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후계 구도가 잡힐 거라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이번에 두 아들이 모르게 OCI와 그룹 통합을 결정했다는 장남의 입장이 나오며 이런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고 밝혔고, 이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예고했다.

한미그룹 측은 이번 통합 절차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고, 임 사장이 지주사 이사회엔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발판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송 회장이 밑그림을 그렸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임주현 사장이 다시 지주사 전략기획실장으로 오르고 대대적인 R&D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을 보고 업계는 임주현 사장에게 힘이 몰리고 있다고 예측만 할 뿐이었다. 다만 시장에선 여러 얘기가 돌았는데 그중 하나가 남매들의 경영 능력이었고 또 하나는 상속세 마련 문제였다. 여러 상황상 모녀의 뜻이 서로 맞았을 거라 생각된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을 하는 기업이다. 신약 명가라는 위상에 걸맞는 차기 성장동력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자금이 있어야 한다. OCI의 풍부한 현금성 자산 등은 R&D 자금 조달에 힘이 될 수 있다. 그룹 측도 한국 산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통합과 상생의 모델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단 입장을 공고히 한 상태다.

상속세 해결 차원에서도 OCI와의 통합이 필요했을 거다. 송 회장과 삼 남매는 5400억원에 육박하는 상속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투자 업계에선 오너일가가 매우 안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팔아야 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바이오사업에 뜻을 두고 있는 OCI라면 한미그룹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단 판단도 있었을 것 같다.

다만 선대 회장을 중심으로 온 가족과 임직원들이 50년간 일군 기업이다. 절차가 적법했다 할지라도 그룹의 대주주이자 가족이 모르게 일을 진행했다는 점,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까지 옳다고 볼 수 있을까.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가업승계의 최대 장점은 책임경영이고, 최대 단점은 오너 리스크다. 기업의 신뢰가 제고되는 방향으로 소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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