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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기자
등록 :
2020-04-29 08:22

[허지은의 주식잡담]묻고 더블로…‘동학개미’ 가고 ‘한탕주의’만 남아

4월 ETN 중 레버리지·인버스 96% 육박
코스피 올라도 우량주 대신 인버스 담아
금융당국 경고에도 매수 행진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기다리던 반등장이 돌아왔습니다. 코스피는 전날 1920선을 넘은 데 이어 1930선 위로 올라섰습니다. 그간 코스피에서만 16조원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동학개미’들은 쾌재를 부를 때겠죠.

하지만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우량주가 아닌 원유와 레버리지·인버스 등 파생투자상품으로 옮겨간 모양입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우량주로 큰 수익을 보지 못하자 바닥을 뚫고 들어간 원유와 단기에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레버리지·인버스에 투자금이 몰린 건데요. ‘한탕’ 노리는 개미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체 상장지수증권(ETN) 중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거래비중은 96%를 넘어섰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레버리지·인버스 거래비중이 지난달 81%까지 치솟았습니다. 올 초만 해도 70%(ETN), 50%(ETF) 수준이던 비중이 매달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겁니다.

코스피가 35거래일만에 1920선을 회복한 27일에도 개인들은 삼성전자 대신 원유와 인버스에 투자했습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날 ‘KODEX 200 선물인버스2X’를 1466억원 어치 순매수했습니다. ‘KODEX WTI 원유선물(H)’ ‘KODEX 인버스’ ‘TIGER 200선물인버스2X’ 등도 각각 3위, 5위, 14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어로 ‘지렛대’를 의미하는 레버리지는 추종 지수의 변동 폭보다 수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입니다. 국내에서는 2배 수익을 추종하는 상품이 상장돼있죠. 인버스란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지수가 내리면 수익을 냅니다. 지수가 내리면 2배의 수익을 거두는 ‘곱버스’ 상품이 대표적이죠. 모두 단기에 투자하는 ‘하이리스크’ 상품으로 분류됩니다.

문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모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레버리지 ETF의 경우 누적수익률의 2배가 아닌 일일수익률의 2배를 추종합니다. 만약 지수가 일별로 등락을 거듭할 경우 최종 누적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과 같은 변동장에선 리스크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ETN 상품은 괴리율이 1000%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기초자산(국제유가)와 실제 가치의 가격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하는데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상품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얘깁니다.

실제 ETN 상품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모두 수익률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 인버스2X WTI 원유선물’의 수익률은 한달새 -10.57%를 기록했고 ‘삼성인버스2X WTI원유선물ETN’는 -9.60%, ‘QV 인버스 레버리지 MSCI 선진국 ETN'은 -28.58% 등을 기록했습니다.

선물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원유 선물의 경우 최근 마이너스를 기록한 WTI 5월물을 비롯해 6월물부터 9월물까지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WTI 선물이 롤오버(월물 교체)를 통해 손실을 줄이고 있지만 롤오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결국 해당 상품의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행태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에 소비자 경보 최고등급인 ‘위험’등급을 이달 9일과 23일에 걸쳐 두 차례나 발령했습니다. 금감원은 “지표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향후 원유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상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이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레버리지 ETF의 운용자산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주가지수의 변동성도 함께 확대된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한 증권사 투자운용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내리면서 ETN 상품들이 동전주로 전락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낮아진 가격 부담에 매수를 지속하고 있다”며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는 장세에서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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