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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성공'은 옛말···백화점 꺼리는 맛집들

민지야 놀자

'입점=성공'은 옛말···백화점 꺼리는 맛집들

등록 2022.10.13 16:28

수정 2022.10.14 14:08

조효정

  기자

백화점보다 불편해도 희소성 있는 매장 웨이팅 선호"체험 자체 즐기는 동시에 인정 욕구 충족 성향 영향"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최근 백화점 입점을 꺼리는 외식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밀레니엄+Z)세대들에게 외식 브랜드 고유 이미지와 분위기가 중요해지며 백화점 입점이 되레 마케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백화점 입점은 곧 외식업체에겐 성공을 의미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는 곧 '유명맛집'이란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 여기에 매출이 보장됐고, 인지도가 올라가며 백화점 매장 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MZ세대 사이에선 오히려 백화점 입점 식당이 비선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희소성과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MZ세대 사이에서 '오픈런 맛집'으로 떠오른 곳들을 살펴보면, 맛도 중요하지만 매장 디자인과 감성,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한 곳들이 대다수다. 이는 백화점 매장이 갖지 못한 요소이기도 하다. MZ세대에겐 공사장 인테리어가 가장 인기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땡볕 또는 추위에서 오랜 대기 시간을 감내하며 특색 있는 곳들을 찾아가고 있다.

'2시간 줄서 먹는 런던 베이글', '오후 2시면 완판 되는 미트파이', '100명 대기 줄이 기본인 크로켓' 등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오픈런 맛집'으로 떠오르는 곳들이다. SNS에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만 약 5만개에 이른다. SNS에는 구매에 성공한 음식 사진 뿐만 아니라, 웨이팅 줄, 웨이팅 '꿀팁', 웨이팅 두 시간 등 웨이팅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함께 올라온다. 상대적으로 맛에 대한 평가는 찾기 어렵다. 베이글이라는 음식 자체가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기 베이글 가게에 줄을 서서 인증하는 것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이 된 것이다.

'나만 고양이 없어'는 한 물간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지만, 이 짤막한 문장에서 MZ세대 사이에 쉽게 발생하는 편승효과를 발견할 수 있다. SNS에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맛집 포스팅을 보며 MZ세대들은 '나도 한 번 줄을 서볼까?'하고 동조하게 된다. 웨이팅하는 사람들이 집단이라면, 나라는 개인 또한 웨이팅 해 집단에 참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MZ세대의 현상 기저에는 '인정욕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하기 어려운 소비 경험을 본인이 성공했다는 데서, 또 그 성공을 SNS에 공유하고 '좋아요'를 받으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원하고 쫓는 것을 자신이 성취했다는 부분에서 희열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MZ세대는 아무 데서나 줄 서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좋다고 인정하는 특정한 장소에 줄을 서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기쁨을 누린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인정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MZ세대는 백화점 보단 희소성을 가진 매장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줄이 더 길면 길수록,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더욱 인기가 있다.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MZ세대들은 힘들게, 불편하게 구매할수록 큰 만족을 느끼고, 웨이팅이라는 경험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MZ세대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체험은 그 자체로 재미고 놀이다. 특히 MZ세대는 스마트 기기 활용도가 높다. 이 말인 즉, 사회적 인정욕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기엔 디지털네이티브의 속성이 있다. 이 점이 기성세대와의 차이점이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소비에는 '나'가 중심으로 있다. 하지만 MZ세대는 체험도 즐기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성공과 성과를 공유하면서 팔로워 및 방문자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MZ세대들은 자신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라 할지라도 백화점에 입점할 경우 원하는 요소들이 사라진다고 본다. 백화점에 입점한 만큼 매장은 쾌적해지지만, 인테리어 한계로 매장 분위기가 평범해진다는 것이다. 20대 직장인 A씨는 "백화점 등에 입점하게 되면 희소성이 사라지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브랜드 자체가 지닌 특별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MZ세대 사이에서 '3대 도넛'으로 칭송 받던 한 카페도넛 브랜드는 최근 롯데백화점과 IFC 몰에 들어서며 정체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엔 1~2시간은 기본으로 줄을 서야 했지만, 백화점 입점 매장에선 이러한 대기줄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입점 등의 협상에선 백화점에 유리하게 협상이 진행됐다"며 "하지만 최근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식당이나 카페는 입점 자체를 꺼린다. 오히려 더 적은 임대료로 운영하는 지금의 매장에 더욱 신경쓰자는 분위기다. 이는 백화점 등에 입점할 경우 자신들의 브랜드가 지닌 분위기나 감성이 사라져 손님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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