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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황의 역설···부실채권 '줍줍' 나서는 '현금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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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부동산시장, 가격하락세·미분양확대
저렴하게 나온 부동산 쓸어담는 투자업계
HUG 분양보증 덕에 준공 보장돼···현금부자 배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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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장귀용 기자

"미분양 우려가 큰 사업장을 가진 건설사가 10~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분양권을 대량으로 통 매각하는 것은 규모와 지역의 차이만 있을 뿐 늘 있던 일입니다. 다만 최근엔 부실 오명을 쓰기 싫은 건설사들이 현금동원력이 좋은 자산운용업계에 은밀하게 물건을 넘기기 시작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W자산운용사 임원)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격하락과 미분양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투자업계는 막대한 현금동원력을 앞세워 분양권을 대량 할인 매수하고 주택부실채권(NPL)을 사들이는 등 일명 '줍줍'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투자업계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격하락·미분양공포…부실 걱정 깊어지는 부동산시장

주택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전국 주택(아파트와 연립·다세대·단독주택)의 평균 매매가는 전월 대비 0.16%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이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20주 연속 하락을 이어간 끝에 9월 3째 주 기준 79.5를 기록했다. 2019년 6월(78.7) 이후 3년 3개월 만에 80선이 붕괴됐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보다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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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주택매매가격 월간 증감률. 사진=KB부동산

분양시장에선 미분양 공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가구는 2021년 11월까지 약 1만4100가구에서 지난 7월 기준 3만1284가구로 7개월여 만에 2.2배가량 늘었다.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주택 위험노출액(익스포저)도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재미를 보던 금융업계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로 2019년 말(1.3%)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7년(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신전문금융사들도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이 2.5배로 커졌다.

◆"불황을 기회로?" 부실 부동산 사들이는 투자업계

반면, 투자업계는 부동산 불황기를 맞아 오히려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 주택부실채권(NPL)을 사들이거나, 건설사로부터 직접 대량의 분양권을 통매수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을 끌어 모으고 있다. NPL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채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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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NPL시장은 최근 NPL전문투자사들과 자산운용사가 각축전을 벌이면서, 인기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은행권 NPL 매각 입찰결과를 살펴보면, 미상환원금잔액(OPB)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금액이 결정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도 부실채권은 갈수록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지난 6월 말 기준 10조3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5000억원이 줄었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를 연장한데다. 부실채권으로 전환되기 전에 투자업계에서 채권을 인수하는 경우도 많아져서다.

시행사로부터 분양권을 통 매입하는 투자사도 늘고 있다. 통 매입을 하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부동산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재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임대사업을 운영하면서 부동산가격 회복을 기다리겠다는 생각도 깔려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미분양 주택을 회사보유분으로 돌려서 법인이나 개인에게 통 매각하는 형태"라면서 "통 매각의 경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했다.

건설사는 투자원금 회수와 관리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통 매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분양단지로 낙인찍히거나 부실업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서 신용도가 떨어지고 악성재고가 쌓이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악성 미분양이 많이 쌓여있으면, 후속 사업에까지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면서 "통 매각을 하면 겉으로 봤을 때, 분양률이 확 올라가기 때문에 문제없이 사업을 마무리하는 걸로 외부에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할인분양을 하는 단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는 3개월 만에 할인분양에 나섰다. 최초 분양가는 약 5억9000만원에서 7억2000만원대로 책정됐는데, 3월에는 공동구매를 조건으로 최대 1억5000만원을 할인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5차 무순위 청약까지 한 끝에 기존 분양가의 10~15%를 깎아주는 할인 분양을 진행 중이다.

◆건설사 도산해도 아파트 준공 문제없어…HUG 보증제도 악용 논란

일각에선 HUG의 분양보증 제도가 투자업계의 분양권 통 매각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UG가 수분양자의 재산권을 지켜주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여러 제도가 통 매각으로 분양권을 사들인 투자업체의 안전장치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

가장 큰 안정장치는 '분양수익금계좌' 제도다. 위험성 높은 현장에서 HUG와 사업자가 공동명의의 계좌를 만들어서 분양수익금을 받고, 공사진행률에 따라 기성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가 도산하더라도 곧바로 새 시공사를 구할 수 있어서 준공에는 문제가 없다. 신탁사가 사업을 대신 관리하는 신탁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HUG의 분양보증은 최근 보증사고가 거의 없고 회수율도 100%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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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고상의 분양보증 구조.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홈페이지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장은 "리스크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양보증을 할 수 있도록 시장체계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공기관인 HUG가 분양보증시장을 독점하면서 사업의 모든 리스크를 떠안아주는 구조가 돼버렸다"면서 "결국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부동산 불황이 발생한 현 상황에선 현금부자들이 안전하게 부동산을 쓸어 담는 수단이 된 것"이라고 했다.

장귀용 기자 jim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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