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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우와 배달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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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지난 사흘간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폭우가 시작한 8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 지역 상황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빠르게 공유됐다.

여러 사진 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시선이 머문 사진은 헬멧을 쓴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끌고 배달하거나, 배달음식으로 추정되는 비닐봉지를 들고 무릎까지 찬 빗물을 헤치고 걸어가는 사진이었다. 현재 강남 배달 팁 상황이라는 문구와 함께 2만 원이 훌쩍 넘는 배달 팁이 책정된 배달 앱 화면을 캡처한 사진도 돌아다녔다. 물론 배달원이 저 배달 팁을 온전히 가져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사진들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꼭 배달음식을 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과 '어차피 배달원들은 일하고 싶어서 일하는 것이다. 배달 팁이 높으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니 걱정해줄 필요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반으로 갈렸다. 양 측 모두 어떤 의미로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이해가 됐다.

하지만 이런 악천후. 그것도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서 배달 팁이 몇만 원이 됐든 간에 누군가가 안전을 담보로 음식을 배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지워지지 않았다. 소비자 중 누군가가 '이런 날씨에도 배달음식을 먹어야겠다'며 음식을 주문했고, 마침 배달원 중 누군가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거리에 나와 이 배달을 수행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배달 앱과 배달 대행업체들의 경쟁이 없던 시절 배달원들은 대개 식당에서 월급제로 근무했다. 이때만 해도 배달 시장이 이 정도까지 비인간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배달원들이 주문 내용이나 날씨를 보고 '거절'을 누를 수는 있겠지만, 배달 거절에 대한 패널티는 존재한다.

또 악천후로 인해 한 배달 대행업체가 업무를 종료한다고 하더라도 그 와중에 또 다른 배달 대행업체는 그 배달 업무를 수행한다. 그렇게 되면 업무를 종료한 업체는 가맹 계약 관계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가맹점 입장에서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배달을 수행한 업체로 옮겨가지 않겠는가.

우려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 치킨 프랜차이즈 부사장이 "배달 중단 사태를 내면 잘 배달해주는 업체로 바꿔라"라고 지시했다는 글이 퍼지면서 "매출에 영혼을 팔았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단순히 배달음식에 대한 값을 지불했고 배달원이 그 가격을 수락한 것으로 '합의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시장 논리에 목숨을 내걸어야 하고, 비가 오는 날 배달원들의 안전 때문에 배달음식 주문을 자제한다는 선의가 조롱당하는 게 과연 온당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개인이 스스로 파헤쳐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어느 정도 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우리나라에선 녹록지 않다.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이미 발의돼 있지만, 계류 상태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 이전에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플랫폼 종사자 법'은 회색지대를 만들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또 경영계는 "노동 규제 추가는 기업에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노동자는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보호 받아야만 한다. 시장 논리에 의한 '합의'는 그 이후에 해도 되지 않을까. 조속히 플랫폼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 제정이 통과되기를 바라본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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