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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의 골든크로스

'1000만 개미와의 약속' 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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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약속'이라는 말은 매우 중요합니다. 국어사전 속 약속의 뜻은 '다른 사람과 미래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정해 두는 것'이라고 하네요. 상대방과 미래 활동 계획을 정하는 것인데 이 말의 속뜻에는 그 계획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의미도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약속의 중요성은 여러 번 말해도 부족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 사람과 기관 사이의 약속, 기관과 기관 사이의 약속 모두 중요하지요.

제가 사는 동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 요즘 제일 시끄러운 이야기는 '양치기 소년이 된 공기업'입니다.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일을 미룬 공기업과 관청의 횡포 때문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지요.

저희 동네 한복판에는 큰 호수공원이 있습니다. 지역 개발을 총괄했던 한국토지공사(현 LH)가 호수공원 한가운데에 450m 높이의 마천루 '청라시티타워'를 세우기로 2006년에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16년이 지났어도 타워는 없습니다. 흉물스러운 빈 땅만 있을 뿐입니다.

지역 주민들은 '주민과의 약속을 제멋대로 무시한 기관은 존재 가치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서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자 LH 측에서 부랴부랴 조속히 일처리를 하겠다고 말을 돌렸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습니다. 누구도 믿지 않기 때문이죠.

자본시장으로 넘어가 볼까요.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희망사항은 몇 가지가 꼽힙니다. 제일 큰 희망사항은 공매도의 전면 금지 요구이고 그 다음 희망사항은 최근 줄을 잇고 있는 상장사의 자회사 물적분할 이후 신설 자회사 재상장 문제 해결입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상장사의 자회사 물적분할 이후 신설 자회사의 재상장 문제는 최근 몇 년간 크게 부각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 등이 '쪼개기 상장'의 주인공들이죠.

문제는 이들 회사들이 새로 상장될 때 모회사 주주들의 동의 없이 분할과 상장을 진행됐다는 점이 논란으로 불거졌습니다. 모회사 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큰 손해를 입었고 일부 주주들은 '쪼개기 상장'을 법적으로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대통령선거에서 주요 정당의 후보들은 나란히 '쪼개기 상장'에 대한 대안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공통된 공약은 쪼개기 상장을 추진할 경우 해외 주요국처럼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먼저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개미들이 원하던 정책이었죠.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배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의 정책 리스트에서 이 내용은 쏙 빠졌습니다. 이를 두고 동학개미들은 '정부가 개미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모회사 주주 대상의 신주인수권 우선 배정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고쳐야 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모험적 취지의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뭔가 해보려는 노력이나 시도조차 하지 않고 정책 추진을 접은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여러 개인투자자들은 "회사가 그냥 증자를 해도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준다"며 "자회사가 상장되면 모회사도 증자가 이뤄지는 상황인데 왜 신주인수권을 줄 생각조차 않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공약은 '공적으로 내거는 약속'이죠. 각 정당이 대통령선거 공약을 만들었을 때 상당한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압니다. 정책 수행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단점이나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과 한 약속은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10만여명의 주민에게 마천루를 세워주겠다고 약속했다가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던 공기업이나 1000만여명에 달하는 개미들과 투자자 친화 정책 시행을 약속해놓고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정부. 모두 제대로 된 도리를 지키지 못했다고 봅니다.

당장은 힘들다고 하더라도 장기적 시각으로 모든 투자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대안 정책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자세가 필요해보입니다. 그것이 약속 이행을 기대하고 지지해준 민초들을 위한 도리가 아닐까요.

정백현 증권팀장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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