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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난과 시련'을 버틴 대우조선의 꽃망울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윤경현의 포디엄

'고난과 시련'을 버틴 대우조선의 꽃망울

등록 2022.07.20 00:03

수정 2022.07.20 11:13

윤경현

  기자

reporter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고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련의 짐은 한없이 괴로운 시간의 나날이다. 하지만 끝내 싸워 이겨나가야 할 필연이기도 하다. 그렇게 50여 년 시간을 굳건히 버텨온 꽃이다. 바다의 언덕길 아래로 몰아치는 무수한 해풍에서도 꽃망울을 지켜왔고 섬의 처절한 외로움 속에서도 화려하게 꽃잎 피울 날을 인내하며 버틴 시간이다. 아직 아름다운 꽃망울이 맺히지도 않았지만 언젠가 눈부신 개화의 시간의 기다리는 웅크림의 보상은 반드시 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시련의 시간 그대로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의 육성 정책에 따라 건설된 옥포조선소 대한조선공사 주체로 공사를 착수했지만 1차 오일쇼크로 인해 사업계획이 변경됐고 자금난 속에 옥포조선소 공사는 중단됐다. 혹독한 시련기다. 이후 새로운 사업 주체로 대우그룹이 선정됐다. 대우조선의 새로운 이름과 함께 공사가 재개됐고 첫 삽 이후 8년 만에 명실공히 옥포조선소의 텃밭을 마련했다. 새로운 사업의 성장통을 겪은 이후 1990년대 경영위기 시련과 극복. 대우중공업과 합병 그리고 대우그룹 해체의 상처에 따른 방황.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브랜드 기업문화를 만들기까지 옥포조선소의 꽃은 쉽게 꽃망울을 피우지 못한 채 비극적인 운명에 처하게 됐다.

또 깊숙이 박힌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주홍글씨 낙인으로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 건으로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내고서야 대우조선해양 본연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또 다른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심각한 사안이다. 일반적인 '노사(勞使) 갈등'의 차원을 넘어 '노노(勞勞) 갈등'으로 확대됐다. 100여명의 하청 노조의 도를 넘은 파업은 갈길이 먼 약 2만여명에 가까운 근로자와 사내하청 근로자의 손과 발을 묶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곳이기에 수주와 함께 골리앗 크레인은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 4700억원, 2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노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임금 30% 인상과 전임자 등 노조활동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하청지회의 임금 인상안은 다르게 반영된다. 기존 조선하청지회 300여명 모두 임금 인상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한 100여명의 하청노조만 임금 30% 인상을 해달라는 것. 이미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인상은 하청지회가 요구하는 인상안에 못 미치는 3~8% 인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군을 떠나 집단이기주의다.

옥포조선소의 일련의 사태는 새로운 정부에게도 짐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와 관련해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공권력 투입은 제2의 쌍용차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더 이상의 유혈사태 사례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역사의 시간을 돌이켜 본다. 옥포조선소는 시대를 뛰어 넘어 역경의 시간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가족들 모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시간을 버텨왔기에 가능했다. 아직 대우조선해양의 꽃망울은 터트릴 때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만개한 꽃잎을 보기 위해선 하청지회 노조는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5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해양한국의 새역사를 함께 써나가야 한다. 회사를 존폐위기로 몰아서는 안된다. 아직 대우조선해양이 꽃을 피울 만개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조선소로 인해 생계를 꾸리는 조선 가족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우조선의 역사는 앞으로도 이어져야 한다. 세상의 모든 꽃은 흔들리지 않고 피울수 없다.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다. 다만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워야 한다. 하청지회 노조가 잊어서는 안될 삶의 진리이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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