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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ILI, 주식가치 희석에도 주가는 상한가···투기판 된 코스닥

조광ILI, 주식가치 희석에도 주가는 상한가···투기판 된 코스닥

등록 2022.07.19 15:47

박경보

  기자

무상증자 테마로 '3연상'···119% 급등하며 투경 지정투기성 단타 수요 집중···잇단 증자에 주식가치 희석매년 CB 주식전환으로 자본금 불려···80만주 미상환 물음표 달린 재무안정성···연간 영업익도 50억원 내외"무증, 장기적인 악재 이슈···신중한 투자판단 나서야"

조광ILI, 주식가치 희석에도 주가는 상한가···투기판 된 코스닥 기사의 사진

코스닥 상장사 조광ILI가 최근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달성했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테마성 무상증자는 장기적으로 주식가치 희석에 따른 하락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조광ILI는 몸집이 작은데다 매년 발행주식 수도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높은 변동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광ILI는 이날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됐다. 투자경고종목 지정은 특정종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시장 조치다.

조광ILI는 안전밸브, 감압밸브, 스팀트랩 등 산업전반의 설비배관에 사용되는 밸브를 생산하는 회사다. 산업용 특수밸브는 원자력 발전설비 등에도 쓰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정책수혜주인 '원전주'로 묶이기도 했다.

그간 조용하던 조광ILI는 지난 14일부터 사흘 연속 상한가로 마감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2135원(수정주가 기준)이었던 주가는 이 기간 119.4%나 급등하며 4685원(종가)까지 치솟았다.

1주당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소식은 조광ILI의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지난달 15일 1397원(수정주가)에 머물렀던 주가는 무상증자 권리락 전날인 이달 13일까지 52.8% 급등했고, 권리락 이후엔 '3연상'에 성공했다.

조광ILI는 앞서 지난달 15일 보통주 7945만4445주를 증자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 1589만889주였던 주식 수는 9534만5334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통상 주식시장에서 무상증자는 단기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보유주식을 무상으로 늘려줘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고,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잉여금이 많다는 점을 시장에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동성 공급효과에 따른 거래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어 거래량 부족에 따른 기존 저평가 요인도 해소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무상증자를 단행한 조광ILI에 몰려들었다. 우량주까지 주가가 빠지는 하락장 속에서 조광ILI에 투기성 단타 수요가 집중된 셈이다. 선거철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정치테마주처럼 최근에는 '무상증자'라는 이슈 자체가 주가부양을 위한 '테마'로 인식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무상증자 결정 공시 이후 약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은 약 11억원, 외국인투자자들은 약 6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17일 하루에만 24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발행주식 수가 늘어난 효과로 EPS(주당순이익)은 감소하고 PER(주가수익비율)은 높아진다는 점이다. 무상증자는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고, 주식 수 증가로 단순히 변동성만 확대시킬 수 있다. 보유주식은 늘어났지만 정작 평균 주가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조광ILI는 매년 전환사채(CB) 주식 전환 등으로 발행주식 수를 늘려온 상장사다. 2020년(1분기 기준) 1503만9996주였던 주식 수는 지난해 1385만909주로 증가했고, 올해에도 무상증자 전까지 118만9087주를 더 늘렸다. 매년 자본금을 부풀려온 사이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지속적으로 희석된 셈이다.

조광ILI의 주식 수는 내년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지난해 1월 12일 발행한 제4회차 CB가 미상환 사채로 남아있어서다. 전환가능 주식 수는 80만8842주에 달하며, 사채권자들은 올해 초부터 내년 12월 12일까지 주식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조광ILI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1000억원을 밑돌고 있어 향후에도 높은 변동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몸값이 낮은 코스닥 상장사들은 유통주식 수가 많지 않다보니 적은 투자금으로도 주가를 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광ILI의 자본금 대비 잉여금은 5대1 무상증자를 단행할 만큼 넉넉하지 않다. 앞서 무상증자에 나섰던 노터스와 공구우먼의 유보율(1분기 기준)은 각각 8958.13%, 1만2991.43%이지만 조광ILI는 1090.22%에 머물고 있다.

조광ILI의 연간 영업이익도 매년 50억원 내외에 머물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계기업까지는 아니지만 매년 FCF(잉여현금흐름)가 악화되는 등 재무적 안정성이 높진 않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1분기 ROE(자기자본이익률)와 ROA(총자산이익률)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경영효율성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하락장에서 단타 목적의 투기적 거래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며 "무상증자는 주식 거래량 증가와 주주가치 제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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