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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의 건썰

부동산 경착륙 대비 시급한데···침묵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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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에서 집값 단기간 폭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현 정권 들어 빠른 속도로 식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영향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펼친 결과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7월 1주차(지난 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2주차(-0.01%) 마이너스 흐름에 진입한 이후 9주 연속 하락세다. 국내 집값 바로미터인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지난 5월 5주차(-0.01%)을 기점으로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강남 집값도 매물이 적체되며 하락전환 중에 있다. 이는 경기 침체, 이자 부담 확대 등 때문에 집을 처분하고 싶은 사람들은 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 이자 부담 확대 등에 따라 사려는 사람은 줄고 있어서다.

KB부동산에서 조사하는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전국 기준으로 40.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지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적다는 뜻이다.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산출하는 전국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 또한 81.5로 나타났는데, 이 지수가 100 이하이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하락해 지난주(-0.02%)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모든 지표가 가격 하락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거래량 역시 축소일로다.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의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72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414건의 28.6%에 불과하다. 거래량 축소는 가격 하락 전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주택 매물도 넘쳐난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약 6만6000건으로 2020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13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결정했다. 향후 집값이 추가로 곧두박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수요자들 생각은 어떨까. 직방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727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주택매매가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1.9%가 '하락'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1년 말에 조사한 2022년 주택 매매가격 '하락'(43.4%) 응답 비율보다 더 커진 결과다.

부동산 가치의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고가인데다, 생활필수품이며 막대한 은행 대출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자산가치는 국민 전반의 소비심리와 직결도 직결된다. 아무리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도 자신이 투자한 주식 종목에 파란불이 들어오면 씀씀이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현상이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부의 부동산 편중이 심각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은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전체 국민순자산(국부)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4.8%에 이른다. 대한민국 가계, 기업, 정부의 자산 중 대부분이 건물 또는 토지인 셈이다.

주택 가격 하락은 여기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진다. 지난달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시장과 연계된 대출 비중은 67%에 달한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오히려 이자 부담은 커졌으니 어느 누구도 먹고, 입고, 놀고, 쉬는 일에 돈을 쓰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집값 하락은 필연적으로 소비 지출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아무리 생산·투자활동이 늘어도 소비 진작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

전반적인 내수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선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소비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 위축 속도가 너무 빠르다. 다방면에서 연착륙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이를 인지한듯 윤석열 정부는 6·21 부동산대책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제 혜택 확대, 대출 규제 완화 등 연착륙 방안을 공개했다. 방향성 만큼은 제대로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 아래 국회 동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정부는 지난 6일 물가 안정을 위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도 마땅한 추가 대책 또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다음달 250만가구 플러스 알파(∝) 주택공급 정책을 예고 했지만, 추가 공급대책 인데다 전 정부와 이름만 바꾼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염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번에는 바닥을 모르는 하락 전망으로 한국경제에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부동산 시장 위축 속도가 여기서 더 붙으면 국가경제 방파제인 금융권에까지 영향이 간다. 냉정을 유지하면서 다가오는 태풍의 진로와 영향을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부의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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