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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공간 절반씩"···우리·하나은행 공동점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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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첫 공동점포 2개월째 순항 중
직원 수, 인테리어 동일하게 구성하고
고령층 소비자 위한 입출금 업무 지원
점심시간엔 '브레이크 타임' 도입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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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공동점포. 나란히 적힌 두 은행 이름이 눈길을 끈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안녕하세요. 어느 은행에 오셨어요?"

밖에서 상호를 두 번, 세 번 확인했더라도 여기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구든 가장 먼저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의 번호표를 뽑고 창구에서 필요한 업무를 볼 수 있다. 2개월째 한 지붕에서 동행을 이어가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얘기다.

23일 우리은행·하나은행 공동점포가 자리 잡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멀리서부터 단지 상가 2층에 두 은행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이색적인 간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지난 4월26일 문을 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공동점포다. 두 은행은 이 동네에서 운영하던 지점을 각각 폐점하면서 소비자의 불편이 커지자 함께 쓰는 점포를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우리은행 신봉지점이 있던 장소를 개조해 약 165㎡(50평) 넓이의 소규모 점포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새 점포답게 내부는 무척 깔끔했다. 안정감을 주는 색상과 정돈된 분위기 때문인지 다른 지점의 절반 크기임에도 그다지 비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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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공간을 반으로 나눴다. 가림판을 사이에 두고 창구와 가구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흥미로운 대목은 두 은행이 공간을 정확히 반으로 나눠 사용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업무 환경도 흡사하다. 가림판을 사이에 두고 하나은행이 왼쪽, 우리은행이 오른쪽을 차지하고 있는데, 창구는 물론 방문자를 위한 소파·탁자 등이 대칭을 이루고 있다. 번호표 발급기계(1대)와 자동화기기(2대) 숫자가 동일한 것은 물론이다.

직원수도 마찬가지다. 은행별로 직원 2명과 청원경찰 1명 등 3명씩 짝을 맞춰 총 6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장의 우리은행 관계자는 "데칼코마니처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데 신경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각 은행이 사용하는 금고까지 똑같은 크기로 만들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공동점포를 꾸린 것은 고령층 등 디지털금융을 어려워하는 계층과 인근 지역 주민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에 점포에선 ▲소액 입출금 ▲제신고 ▲전자금융 ▲공과금 수납 ▲카드발급 ▲대출원금·이자 상환 등 고령층 수요가 가장 많은 단순 창구업무를 취급한다.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 외환업무는 하지 않는다. 자칫 옆자리와의 경쟁이 과열될 수 있어서다.

소비자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하루 평균 60명(은행별 30명), 대부분 고령층 이용자가 방문하는데, 사라졌던 점포가 다시 생긴데다 두 은행 업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앞선다.

통장정리를 위해 처음으로 지점을 찾았다는 한 소비자는 "두 은행이 한 곳에 있다는 게 신선하다"면서 "집 근처 은행이 문을 닫아 불편하던 차에 새로운 점포가 문을 열어 다행스럽다"는 소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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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기기는 은행별로 두 대씩 배치돼 있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은행권 첫 공동점포이다보니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도 있다.

점심시간인 오후 12시부터 1시까진 모든 직원이 업무를 중단하는 게 첫 번째다. 직원이 식사하는 동안 대신 업무를 책임질 사람이 없는 탓이다. 국내 최초로 '브레이크 타임(휴식시간)'을 도입한 은행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이는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정보보호 차원에서 철저히 거리를 둬야 하는 두 은행의 입장에 기인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연 중 은행과 소비자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조심하고 있다"면서 "우리·하나은행 직원 간 점심식사도 함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운영 시간도 독특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 상대적으로 업무가 복잡하지 않고 방문자 수도 적다는 점을 두루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직원의 근무 시간이 다른 행원보다 짧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인근에 위치한 우리은행 수지상현지점, 하나은행 수지성북지점에 속해 있어서 오후 3시 운영을 종료하면 마감 후 다시 소속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침에도 8시반까지 해당 지점으로 출근한 뒤 9시쯤 함께 공동점포로 이동한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거래 금액도 정해져 있다. 입출금 한도는 현금 100만원, 이체는 1000만원까지다. 점포의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고령층 소비자의 경우 보이스피싱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120만원을 인출하고자 한다면 창구에서 100만원을 찾고, 나머지 20만원은 지점 내 ATM을 활용하면 된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은행권이 점포를 줄여나가는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과감한 실험이 새 기준을 제시할지 주목한다. 일단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지만, 대출 등 일부 업무가 제한돼 있다는 점은 반드시 조율해야 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 측은 "점포 축소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공동점포를 기획했다"면서 "앞으로도 디지털 점포 운영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 접근성 향상과 편리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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