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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연봉에도"···한국타이어 노조 올해 '투쟁' 으름장

"최고 연봉에도"···한국타이어 노조 올해 '투쟁' 으름장

등록 2022.05.10 13:24

이승연

  기자

1노조, 한국노총서 '강성' 민주노총으로 세력 교체작년 파업 자신감...강성화로 신임 노조원 확보 차원직원 급여 인상 추세·경영 여건 감안..투쟁 명분 미약 60년 무분규 따른 사내 노사 분쟁 컨트롤타워 부재 커

한국타이어 본사. 사진=한국타이어 제공한국타이어 본사.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노사 관계는 올해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작년 말 한국타이어 교섭대표 노조로 올라선 '강성'의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올해 사측과의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상)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코로나 19 여파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미 4년 연속 임금 인상이 이뤄졌고 인상 폭 또한 업계 최고라는 점에서 노조의 투쟁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1월 대전 대덕구 목상동 대전공장 앞에서 올해 단체교섭 요구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면서 "앞선 노조가 어용으로 꼭두각시 역할을 하면서 노동자들은 연월차 폐지, 통상임금 축소 주휴수당 미지급 등 정당한 권리를 빼앗겨 왔다"며 "사측이 금속노조 가입을 방해하거나 금속노조 가입을 이유로 부당한 지시와 전환 배치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꼼수를 쓴다면 거침없는 투쟁을 통해 한국타이어의 민낯을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가 올해 임단협을 벼르는 건 세력 과시 차원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불과 몇년 전까지 소수 노조였던 민주노총이 교섭대표 노조로 올라선 만큼 사측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임금 인상 등을 이끌어내 직원과 노조원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얻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노조는 첫 파업으로 60년 간 이어온 노사협상 무분규 기록이 깨졌다. 이 과정에서 노조 측은 한국노총 고무산하 노조원들이 강성으로 분류되는 민주노총 금속산하로 대거 이탈, 노조의 강성화가 시작됐다. 한국타이어 노조 내 민주노총 금속산하 노조는 2014년 설립 돼 7년 간 소수 노조로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해 파업 당시 교섭대표였던 한국노총 고무산하 노조 위원장이 직권으로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노조원들의 분노를 샀다. 그로 인해 노조 위원장이 해임되고, 노조가 해산되는 상황까지 초래됐다. 노조원들은 한국노총을 이탈, 민주노총에 대거 가입하면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는 단번에 1노조로 올라섰다.

참고=타이어 3사 사업보고서참고=타이어 3사 사업보고서

한국타이어 측은 최근 몇 년간 불확실한 국내외 대내외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사기를 위해 4년여 동안 급여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노력을 감안할 때 한국타이어 노조 측의 올해 투쟁 명분은 많이 미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타이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액은 7600만원으로, 2018년 6800만원 이후 줄곧 증가하고 있다. 업계 1위의 시장 지위답게 인당 급여 규모가 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등 경쟁사 보다 훨씬 높은 가운데 4년 새 임금 인상 폭도 가장 크다.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액은 각각 6600만원으로 4년 전 6200만원 대비 나란히 400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800만원 오른 한국타이어의 절반치다.

한국타이어 임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017년 11억 6400만원 고점을 찍은 후, 이듬해 2억 8500만원까지 급감했다. 이후 매년 늘어나 지난해 7억 7600만원까지 다시 증가했지만 2017년 받은 급여에 비해 아직 40% 정도 모자란 수준이다. 코로나 19와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실적 부침을 경영진 등 임원들이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회사는 올해 반도체·물류난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최근 임원들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한편, 이들의 임금은 2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4년 연속 직원 연봉 인상이 이뤄졌고, 인상 폭 또한 업계 최고라는 점에서 노조의 투쟁 명분은 미약한 상황"이라며"회사의 경영 환경 역시 녹록치 않은 만큼 사측 또한 올해는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 11월 노조의 첫 파업 당시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게 올해 투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가 투쟁하니 사측이 돈을 내놓더라는 인식이 노조원들 사이에 형성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노조는 총파업 26일 만에 사측으로부터 임금 6% 인상, 성과급 500만원·협상 타결금 200만원 등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타이어 내부적으로 노사 문제를 책임질 컨트롤타워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회사는 60년 가까이 무분규였던 터라 노사 문제를 관장할 구심점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실제 한국타이어 경영진 중에는 노무 전문 담당 임원이 없다. 그간의 지속가능경영 활동과 성가, 중장기 전략을 담은 ESG 보고서에도 노사 관계의 분쟁 및 갈등에 대비한 메뉴얼 등을 적시돼 있지 않다. 노사협의회라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하고 있다는 것과 인권 경영 차원에서 노사간 일체감 조성 등 긍정적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명시한 게 전부다.

금호타이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캡처금호타이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캡처

경쟁사인 금호타이어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노사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과 대비된다. 금호타이어는 2021년부터 노사 관계 재정립에 돌입, 노사 분쟁 등을 해소하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미래 지향적인 노사 관계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노사 관계의 분쟁과 갈등을 대비하고 대응할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며 " 노사안정과 함께 실적회복까지 아울러야 하는 시기에 노사 전문가의 부재는 앞으로 한국타이어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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