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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통화정책 펼치고 경제 전망 신뢰 높였다

떠나는 이주열

선제적 통화정책 펼치고 경제 전망 신뢰 높였다

등록 2022.03.23 08:30

한재희

  기자

43년 한은 근무···첫 연임 총재 타이틀굵직한 사건 때마다 통화정책으로 대응9번 인하‧5번 인상···시장과 소통도 강조조사 연구에 힘쏟아···전망 정확도 높여복지‧내부혁신 부족···아쉬운 평가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 8년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이끌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31일 퇴임한다. '44년 만의 연임 총재'라는 타이틀을 가진 만큼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해왔다는 게 조직 안팎의 평가다. 재임 동안 현안 분석에 기반한 조사연구에 공을 들이고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을 위한 연구도 첫발을 뗐다. 국제협력 부분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주열 총재는 전통 '한은맨'이다.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 부총재를 역임한 후 2014년 총재로 임명돼 2018년 연임했다. 부총재 퇴직 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활동한 2년을 제외하고 43년을 한국은행에서 근무했으며 이는 한국은행 최장수 근무 기록이다.

특히 한은 총재 연임은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는 처음이며, 정권이 바뀐 이후 연임된 것도 처음이다.

한국은행 내 핵심 요직을 거치는 동안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17년간 참석한 통화정책 전문가로도 평가받는다. 국장과 부총재보 시절에는 보고 부서장과 집행간부 자격으로 6년(171회), 부총재와 총재 시절에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11년(295회)으로 총 466회 회의에 참석했다.

◇선제적 통화 정책···9번 내리고 5번 올렸다=이 총재는 지난 2014년 한은 총재로 자리 한 뒤 8년 동안 총 9번의 금리 인하와 5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 총재가 취임 할 당시 금리는 2.50% 수준이었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브렉시트 등 경기 부진때마다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힘썼다. 실제로 2016년 6월까지 5차례 금리 인하를 통해 1.25%까지 낮추며 경기 회복을 뒷받침했다.

2017년부터 경기가 살아나자 기준금리를 인상해 1.50%로 만들었고 2018년 11월까지 한 차례 더 인상해 기준금리는 1.75% 수준이 됐다.

또 한 번 경제 위기는 2019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내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지면서 찾아왔다. 당시 이 총재는 2019년 7월과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해 1.25%로 운용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나 한꺼번에 낮추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고, 5월 28일 추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떨어뜨렸다.

◇15개월만에 꺼내든 '통화정책 정상화'···여전히 완화적=지난해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으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 등이 심해지자 '통화정책 정상화'를 꺼내 들었다.

한은 금통위는 15개월동안 이어진 금리 동결을 끝내고 지난해 8월부터 11월과 올해 1월 거침없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임기 만료 전 마지막 금통위에서는 동결을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숨가쁘게 오르면서 시중 금리도 가파르게 올라 이자 부담이 눈덩이 처럼 불어난데다 금융불균형으로 우려됐던 집값 상승이 완화되고 가계대출 역시 감소세로 돌아서서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한 효과를 지켜보고 경기 회복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현 수준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1.50%까지 올려도 완화적"이라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완화정도는 더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책의 출발은 소통"이라고 강조하며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 시장과의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정확한 소통으로 금융 시장에 혼돈을 줄이겠다는 목표에서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통합, 발간횟수를 늘리고 간담회에서도 금통위의 결정을 정확히 전달하는데 공을 들였다.

실제로 통화정책방향을 암시하는 중요한 표현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왔다. 지난해 5월 "실기하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8월 인상 때는 '첫발'이라는 표현으로 추가 인상 의지를 밝혔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점진적'이라는 표현을 '적절히'로 대체하며 기준금리 연속 인상 가능성을 전달했다.

◇현안 기반 조사연구 힘 실어···CBDC 첫발=이주열 총재는 취임 후부터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강조했다. 지난 2015년 1월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을 조사국장으로 영입하는 등 처음으로 조사국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은이 모니터링하는 경제지표도 대거 확충했다. 월별 카드승인 실적, 외국인 카드매출 및 온라인구매 데이터 등을 경기 분석·예측 지표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경제전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감염병 확산 모형을 이용한 경제전망 등 경제전망 모형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보였다.

현안을 기반으로 한 조사연구에도 집중했다. 재임 동안 한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로 저출산·고령화와 고용 문제를 꼽고, 경제연구원에 집중적인 연구를 지시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2017년 4월부터 9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고 2018년 7월부터 12월중에는 고용 관련 기획연구보고서 14건을 발간했다. 이들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해 청와대 및 정부·유관 기관에 제안하기도 했다.

또 코로나19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주요 이슈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발간해 통화정책과 경제전망의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참가율 변동요인, 고용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등에 관한 분석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국가적 차원에서 CBDC 도입이 결정될 경우, 차질 없이 발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제도적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이 총재는 이를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모의테스트를 단계적으로 실시했다. 2018년 2월 가상통화연구반을 신설한 뒤 이듬해 2월에는 디지털혁신연구반으로 개편했고, 2020년 2월에는 디지털화폐연구팀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8월엔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를 모의실험 연구용역사업자로 선정해 CBDC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제조·발행·유통 등 기본기능을 구현하는 1단계 모의실험은 지난 1월 성공적으로 완료됐으며, 지금은 오프라인 결제 등 확장기능 및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2단계가 오는 6월까지 진행된다.

◇내부선 아쉬운 평가도···복지‧내부혁신 부족=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3~10일 직원 7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노조의 65.7%가 이 총재의 내부 경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33.3%가 매우 미흡, 32.4%는 미흡이라고 응답했다. 25.9%는 보통, 7.0%는 우수, 1.5%는 매우 우수라고 답했다.

한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인사 개혁 측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한은은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지난해 맥킨지에 의뢰해 진단을 받았는데,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이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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