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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퓨처빌더' 승부수 띄운 배경

50돌 맞은 현대重②

정기선 '퓨처빌더' 승부수 띄운 배경

등록 2022.03.21 10:42

이세정

  기자

정기선, 첫 CES 참가 주도···'퓨처빌더' 비전 공개2013년 경영 참여 당시 글로벌 조선업황 불황기일찍이 非조선업 강조, 자회사 분사도 같은 맥락자율운항선박·수소 밸류체인·로보틱스·바이오 등지주사, 'HD현대'로 사명 변경···단순 제조업 탈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오는 23일 창사 50주년을 맞는다. 역사의 시작은 1972년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울산의 한 어촌마을인 미포만에 국내 최초의 조선소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현대중공업(옛 현대조선소)은 기공 10년 만인 1983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의 11%를 따내며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고, 그 위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 기둥 역할을 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은 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건설중장비, 엔진기계, 정유, 그린에너지 등 다양한 비(非) 조선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자산(자산총계) 대기업 기준 순위에서는 자산 규모 63조8030억원으로 재계순위 8위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다가오는 새로운 50년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지향점은 세계 1위의 '쉽 빌더'(Shipbuilder)를 뛰어넘는 '퓨처 빌더'(Future Builder)다.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3대 핵심사업을 혁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퓨처 빌더'로의 전환은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이끌고 있다. 정 사장은 정주영 창업주 6남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오너로 그룹을 이끄는 것은 정 사장이다.

정 사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해 근무하다 휴직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013년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복귀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4년 뒤에는 부사장에 오르며 존재감을 나타냈고, 지난해 10월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정 사장은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내정되며 후계자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올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22CES 프레스컨퍼런스 후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과  얘기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올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22CES 프레스컨퍼런스 후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과 얘기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의 변화는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도 정 사장의 역할이 주효했다. 정 사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2'에 주요 사장단을 이끌고 직접 방문했다. 그는 "세계가 성장하는데 토대를 구축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난 50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다가올 50년은 세계 최고의 퓨처 빌더가 돼 더 지속가능하고 더 똑똑하며 더 포용적인,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켠에서는 전 세계 최첨단 신기술을 뽐내는 CES에 조선업이 주류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참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정 사장이 일찍부터 비조선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예견된 행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 사장은 전무 시절이던 2016년 비조선 사업 부문의 분사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통합서비스부문 신설법인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역임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정 사장은 CES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술역량과 미래 비전을 공개하고, 동시에 다양한 글로벌 혁신기술을 그룹 신사업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찾겠다고 구상했다. 그가 공식적인 글로벌 데뷔전을 치루기에도 가장 최적화된 행사였다.

2010년대 글로벌 조선업계의 침체기를 몸소 겪은 정 사장은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 여부가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을 실감했다. 조선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년 뒤부터 불황기와 맞닥뜨렸다. 대형 선주들이 몰려있는 유럽이 휘청이면서 선박 발주는 급감했고, 중국 조선사들은 저가 수주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간 과당경쟁과 저가수주가 불가피해지면서 생존 위기를 겪게 된다.

더욱이 조선업황은 싸이클을 탄다는 리스크도 있다. 지난해부터 업황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또다시 불황기가 닥쳐올 수 있다. 정 사장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경쟁 조선사들은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기술 고도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선업 외 바이오와 수소, AI 등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기존 조선사업에서는 자율운항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 산업 리더를 꿈꾼다. 그룹 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스타트업인 아비커스의 자율주행 기술은 운항 경로의 전체 상황을 판단해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는 '하이나스'(HiNAS) 시스템과 자동차의 서라운드뷰와 같은 '하이바스'(HiBAS)로 구성된다. 궁극적으로는 완전 자율항해로 가장 안전하고 지능적인 선박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해양수소 밸류체인 로드맵은 이미 완성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수년 내 액화수소운반 시스템 등 수소사업을 본궤도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소 사업의 가능성을 높여줄 핵심기술은 그린수소 생산기술과 액화수소 운반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100메가와트(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플랜트 구축, 세계 최초의 2만입방미터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 등 건설기계 부문은 건설현장의 무인화를 목표로 스마트건설 로봇과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2025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 역시 산업용로봇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F&B, 방역 등 다양한 서비스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에 전시관을 운영한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를 통해 측량에서부터 작업계획 수립, 시공에 이르는 모든 건설과정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산업기계 로봇과 원격조정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윤경현 기자올해 처음으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에 전시관을 운영한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를 통해 측량에서부터 작업계획 수립, 시공에 이르는 모든 건설과정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산업기계 로봇과 원격조정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윤경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은 미국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와 손을 잡았다.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등 그룹 내 핵심계열사에 빅데이터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는게 양사 협력의 골자다. 빅테이터 플랫폼은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스마트 조선소 전환이나 현대오일뱅크 등 에너지 계열사의 생산관리 시스템 통합, 건설기계 계열사의 부품 공급망 관리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장기적으로 빅데이터 솔루션을 국내외 기업들에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바이오·헬스케어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투자전문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기업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다. 미래에셋그룹과 34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의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기로 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퓨처 빌더가 되겠다는 정 사장의 강력한 의지는 사명 변경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달 28일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HD현대'로 바꾸는 안건을 다룬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술 중심 그룹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다.

새 사명은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를 탈피해 투자 지주회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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