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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의 건썰

정몽규 회장, '기본'·'초심'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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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손흥민과 김연아. 축구와 피겨스케이팅 변방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린 월드스타다.

이들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본기다. 간결하고 정확한 볼 터치가 안 된다고 가정하자. 당연히 손흥민의 전매특허인 폭발적인 공간 침투와 골 결정력은 없다. 스핀과 점프가 안 된다. '김연아=트리플악셀' 공식은 애초 성립하지 않게 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보자. 그 또한 기본에 충실한 재계의 스타였다.

애초 그는 건설 문외한이었다. 27세였던 1988년 현대차 대리로 입사한 뒤 1990년 이사, 1991년 상무이사, 1992년 전무이사, 1993년 부사장을 거쳐 1996년 회장 자리에까지 오른 정 회장이었다. 자타공인 자동차맨이던 그가 1990년대 말 건설업에 뛰어들며 내세운 기본기가 바로 현장과 품질경영이었다.

분양을 배우고자 경쟁 브랜드인 래미안 견본주택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현대자동차 시절 자동차 만들 때처럼 건물 짓다 조그만 하자라도 발견되면 에누리 없이 "처음부터 다시!"를 외쳤다.

그 결과 회사 매출액은 수직상승 했고, 아이파크 브랜드는 삼성동 아이파크를 필두로 강남 고급 주거시설의 대명사가 됐다. HDC현산은 국내 굴지의 그룹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작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월이 정 회장의 초심을 무뎌지게 한 것일까. 자동차맨이었던 그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한눈 팔기 때문 이었을까.

최근 7개월 사이 광주시 HDC현산 건설현장에서 두 번이나 대형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외벽 붕괴사고 이야기다. 또다시 광주라니. 필자의 귀를 의심케 했다. 지상에서 약 110미터 높이. 39층에서 와르르 쏟아져 무너진,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 잔해, 구부러진 파이프, 무너진 콘크리트 파편 덩어리'들은 무너져가는 HDC현산의 현주소로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부정할 수 없는 정 회장의 가장 큰 패착은 기본과 초심 부재다. 같은 도시에서 비슷한 유형의 초대형사고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고원인은 다양하게 추측해볼 수는 있다. 무분별한 외주화나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애자일경영기법이 원인이었을 수 있다. 단, 어떤 이유에서든 몸통은 정 회장이다.

업계에선 그가 초심을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 그는 2005년 선대 회장 작고 이후 본업인 건설업 외에 사업 다각화, 대한축구협회장, 종합 모빌리티 그룹 등 외도하는 횟수를 늘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와 한솔개발(한솔오크밸리) 인수, 한화에너지와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 공동추진, 면세점사업 진출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지난해 9월말 현재 계열사만 30곳에 달한다.

안전과 관련된 축적된 숙련 인력과 도제식 교육체계가 사라져 갔고, 반면 건설 전문가들은 우수수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도 모르게 회사가 빈틈이 벌어진 사상누각이 되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건설업이 그저 돈 벌어주는 '캐시카우' 정도로 생각하고, 사업다각화를 명분으로 모빌리티 등 다른 업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해 졌다. 정 회장이 초심과 기본기를 잃어가는 순간이었다.

정 회장도 회한이 그득한 듯 하다. 지난 1월17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현산은 1976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설로 시작해 국민의 신뢰로 성장했으나 최근 광주에서 2건의 사고로 너무나 큰 실망을 드렸다. 아파트의 안전은 물론 회사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1999년 현대차에서 현산으로 옮겨 23년 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국민의 신뢰를 지키고자 노력했는데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재벌 대기업 오너가 대국민 사과문에 회사의 연혁과 개인적인 회한까지 절절히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요는 본인의 실수를 어떻게 수습하느냐는 것이다.

위기가 기회다. 그래서, 이렇게 전하고 싶다. '정 회장이여, 초심·기본으로 돌아가시라'.

이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정 회장에게 가장 절실한 이야기일 수 있다.

선대 회장과 본인이 일군 현대자동차를 빼앗기고 맨주먹으로 건설사를 이끌었던 그 의지력, 현대아파트를 놓고 현대그룹과 갈등속에서 아이파크의 싹을 틔운 집념, 경영부진을 무보수 경영으로 해결한 결기를 다시 상기한다면 재기가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더욱이 HDC현산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범 현대가의 피가 흐르는 기업이다. 실제 그룹이 뿌리채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이달 경기도 안양에서 총 4000억원 규모의 재건축 공사 시공권을 따내기도 했다. 기사회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불굴의 의지력으로 재계 스타에 오른 그의 저력도 그대로다.

이제라도 정 회장이 기본과 초심을 갖추었던 1990년대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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