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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의 산업쑥덕

불편한 진실 'CJ대한통운' 파업···노조가 얻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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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사슴을 쫒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눈 앞의 이익에 홀려 주변의 위험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달 28일 총파업에 돌입한 CJ대한통운 택배노조(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의 행보를 보고 있자니, 이 단어가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택배파업은 벌써 한 달을 넘겼습니다. 평소보다 배송물량이 50% 이상 늘어나는 '대목' 설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사는 좀처럼 화해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노조는 사측이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측이 요금 인상분의 60% 가량을 빼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경쟁사 어느 곳보다도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고, 노조 주장은 회사 노력을 폄훼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갈등골은 점점 깊어져 갔습니다. 결국 이슈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던 정부까지 나섰습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국 택배터미널을 대상으로 25곳을 불시점검했고, 사회적 합의 이행 상태가 '양호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부 발표에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택배노조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 불이행이라는 파업 근거가 사라졌다"며 즉각 파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여전히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파업 근본 원인인 택배 요금 인상분을 정상적으로 집행했는지는 살펴보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조사 결과가 '보여주기 쇼'에 불과하다며 비판 강도도 높였습니다.

파업은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 갈등으로까지 번졌습니다.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연합은 노조의 조건 없는 파업 중단과 현장 복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파업을 지속할 경우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엄포도 놨습니다. 택배업은 원청인 택배사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이 다시 개인사업자인 기사와 계약하는 구조입니다. 즉,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비노조 소속인 3000여명의 기사들이 결성한 비노조 택배기사연합도 "노조가 국민 물건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경쟁사 택배기사들은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CJ대한통운발(發) 택배대란을 우려한 고객들이 빠르게 이탈했고, 이 물량은 고스란히 주변 택배사로 넘어갔습니다. 배송물량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폭증했고, 본사 차원의 송장 출력 금지 등 택배 발송 제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파업에 참여 중인 택배기사가 택배 상자를 정리하는 대리점주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택배상자를 발로 차는 폭력적인 장면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여론은 더욱 싸늘하게 식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감행한 속사정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6월 최종 합의된 내용을 가지고 반 년이 지나 걸고 넘어진 '진짜 이유' 말입니다.

노조는 ▲택배요금 인상액 공정분배 ▲별도요금 폐지 ▲저탑차량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 철회 ▲노조 인정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길 원하고 있습니다.

세세하게 따져보면, '좀 더 편하게 일하고, 좀 더 많은 돈을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요금 인상분을 사측과 나누지 않고, 당일배송 등 부속계약서상 규정을 따르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안에 따르면, 요금 인상분은 택배기사 외에도 분류비용과 산재고용보험, 대리점, 원청사업자 등에 고루 배분됩니다.

CJ대한통운은 이미 2000여억원을 투자해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 지능형 스캐너 'ITS', 소형상품 자동분류장치 'MP' 등의 첨단화 설비를 구축했습니다.

요금 인상분에서 거둔 비용은 5500명 이상의 택배 분류지원 인건비와 MP 설비 구축 비용 등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MP 설비 강화에 467억원을 투입했고, 올해 576억원을 계획 중입니다.

통상 2~3일 걸리던 일반배송을 당일 배송과 당일 반품, 새벽 배송 등으로 차별화한 것은 CJ대한통운이 국내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한 비결입니다.

배송물량이 몰리는 명절 기간의 경우 당일배송은 상당한 육체적 노동 부담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배송마감 시간을 밤 10시로 지정해 심야배송을 제한합니다. 물량이 몰려 당일배송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에도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 측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배경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장기화 수순에 돌입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지적합니다. 시장 2·3위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세를 불리고, 이커머스 업체들이 개별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등은 우려를 더하는 대목입니다. 실제 2020년 50%를 넘긴 CJ대한통운 시장 점유율은 지난 3분기 기준 48%로 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문제는 수년간 누적된 소비자 피로감 뿐만이 아닙니다. CJ대한통운 노조는 같이 일하는 동료를 적으로 돌렸고, 동종업계 근로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중재자인 국토부를 향한 불신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명분을 상실한 파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측 역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강대강 대립 구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한 노조 파업이 해피엔딩을 맞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극적으로 협상안을 도출하더라도, '택배노조=이기주의 집단'이라는 주홍글씨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겠습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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