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분양 단지 입주율은 84%였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양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입주하지 못한 16%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입주를 포기한 이유는 ‘기존주택 매각 지연’(35.2%), ‘세입자 미확보’(20.4%), ‘분양권 매도 지연’(1.9%) 등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잔금대출 미확보’에 의한 미입주입니다.
대출을 받지 못해 분양을 받고도 입주하지 못한 사람이 크게 증가한 것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11월 29.3%였던 ‘잔금대출 미확보’는 12월에 40.7%로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7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40%를 돌파한 것은 처음입니다. 지난해 말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로 불거진 대출 대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지요.
해가 바뀌면서 대출 대란은 지나갔지만 더 큰 파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LTV(담보인정비율)만 중점적으로 고려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DSR이 적용되는 것인데요.
DSR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만 계산하는 LTV와 달리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을 고려하는 정책입니다. 그렇기에 잔금대출을 못 받는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입주경기실사지수 전망치도 82.6으로 지난해 말보다 9.6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당장 미입주가 속출하지는 않겠지만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지요.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라’라는 정부의 대출 규제. 그 취지가 틀렸다고는 볼 수 없지만 조이기만 하는 것이 능사인지는 의문입니다.
어렵사리 맞이한 내 집 마련의 기회만큼은 지켜줄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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