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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장거리’ 노선 반납···신기재 플랜 발목

대한항공-아시아나 ‘장거리’ 노선 반납···신기재 플랜 발목

등록 2022.01.10 13:31

수정 2022.01.10 13:43

이세정

  기자

공정위, 알짜슬롯·황금노선 회수 조건부 승인2019년 B787 30대 도입 계약, 코로나로 지연장거리 노선 축소땐 ‘기재운용력’ 약화될 수밖에수지타산 안 맞아···최악의경우 인력감축 우려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조건으로 운수권(다른 나라 항공에서 운항할 수 있는 권리) 재분배와 슬롯(시간당 가능한 이착륙 횟수) 반납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마지못해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통합 이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대형항공사(FSC)의 장거리 노선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대한항공의 차세대 항공기 도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잉여 인력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1일까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기업측 의견서를 바탕으로 이달 말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하게 된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추정되지 않도록 하거나, 점유율 증가분을 해소하는 수준의 슬롯 반납을 요구했다. 또 항공 비(非)자유화 노선에 한해 신규 진입자가 운수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두 항공사의 운수권을 재배분할 방침이다. 다시 말해, 알짜 슬롯과 황금 노선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심도 있는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상 수용 외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정위 제안을 거부한다면, 기업결합 ‘불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거나 수요가 적은 노선이 배정된 슬롯을 반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피크시간대인지, 해외 이·착륙 공항의 슬롯 재획득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두 항공사로부터 회수한 운수권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만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비자유화 노선에만 해당된다. 공정위가 회수한 슬롯이 외국항공사(외항사)로도 넘어갈 수 있는 만큼, 국가 항공 경쟁력 상실은 불가피하다.

LCC들은 김포~일본 하네다,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인천~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단거리 독점 노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특정 LCC를 제외하고는 진출 가능성을 원천차단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만큼, 중·대형기를 도입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대한항공의 차세대 기단 운용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에어쇼에 참가해 보잉사의 B787-10 20대, B787-9 10대 총 30대를 도입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 회장은 ‘기단 현대화’를 목표로 B787 30대 중 20대를 직접 구매하는 등 1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기재당 좌석수는 B787-9가 269석, B787-10이 300석 초반이다. 목표는 아시아태평양 등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였다. 경쟁사가 비교적 적은 장거리 노선은 안정적인 운영이 보장되고, 수익성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대한항공은 B787-10를 수요가 많은 중·장거리에, B787-9를 장거리 노선에 운용하겠다는 로드맵을 설계했다. 신기재는 당초 지난해부터 순차 도입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가 변수로 등장했다. 대한항공은 MOU 체결한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B787 단 한 대도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완화에 맞춰 신기재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거리 노선 운수권이 대폭 축소되는 만큼,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대형기를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통상 객실승무원은 50석당 1명이 배치되는데, B787-10의 경우 최소 6명이 탑승해야 한다. 단거리 노선은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항공운임이 바닥을 찍은 만큼, 수익을 내기 힘들다. 여기에 유류비 등 각종 운영비 지출이 소형기보다 높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두 항공사의 노후기재를 최신식으로 교체하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본다.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에 따르면 대한항공 여객기 중 기령 20년 이상 노후기는 25대(17%)이고, 아시아나항공은 8대(11%)다. 기령 15년 이상 준노후기까지 포함하면 총 60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 주장도 장거리 노선 규모가 기존대로 유지된다는 전제일때 성립된다.

그렇다고 MOU 계약을 무를 수도 없다. 만약 대한항공이 기재 도입을 불이행한다면, 천문학적인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장거리 노선 위축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잉여인력은 직군 조정과 재배치 등으로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비스 인력을 정비나 사무직으로 돌리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잉여인력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통합사 직원들의 고용안정이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LCC가 장거리 노선에 도전하더라도, FSC 서비스 질을 따라기기 힘들 것이고 소비자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초반 기재 투자비 등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항공사와 고객 모두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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