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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50년 싸움···‘OLED 동맹’으로 화해 무드

삼성·LG 50년 싸움···‘OLED 동맹’으로 화해 무드

등록 2022.01.07 16:56

이지숙

  기자

삼성, 전자사업 진출 초기부터 LG와 갈등TV부터 냉장고, 스마트폰, 세탁기까지 경쟁삼성, LGD로부터 OLED 패널 공급 가능성↑한종희 부회장 “가능성 다 열어놓고 있다”

삼성·LG 50년 싸움···‘OLED 동맹’으로 화해 무드 기사의 사진

국내 전자업계 양대산맥이자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랜 기간 감정싸움을 해소하고 ‘동맹 체제’를 구축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데는 삼성전자의 OLED 시장 진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 사의 OLED 협업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으나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히며 업계에서는 사실상 협업이 확실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공급받는 것이냐는 질문에 “기존 TV 패널 부족이 심했을 때부터 LG로부터 패널을 구매하고 있다”며 “OLED 패널 구매는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답했다.

◇사업 초기부터 날선 비방전=삼성전자가 OLED 시장 진출을 앞두고 LG와 손잡을 가능성이 커지며 과거 삼성과 LG의 비방전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과 LG의 갈등의 역사는 LG의 텃밭이었던 전자사업에 삼성이 진출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구인회 LG 창업주와 지수보통학교 동창이자 사돈까지 맺었으나 이병철 회장이 1969년 삼성전자공업을 설립해 전자사업에 뛰어들며 사이가 틀어졌다.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당시 삼성에 입사해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냈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LG로 복귀한 일화 또한 유명하다.

당시 금성사였던 LG는 57개 기업과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름으로 삼성전자의 전자사업 진출을 저지해 달라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출범 초기부터 갈등을 겪은 양사는 이후에도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곳곳에서 비방전을 이어갔다.

가전시장이 크게 성장하던 1990년대에는 위성수신 TV부터 와이드 TV, 육각수 냉장고 등에서 양사의 신경전이 거셌다. 1990년대 말에는 평면 TV를 놓고 서로 ‘진짜 평면 TV’라며 맞섰다.

이후 2011년에는 3D TV와 스마트폰으로 신경전이 이어졌다. LG전자는 ‘옵티머스 LTE’를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2, 애플의 아이폰4와 발열 강도를 비교한다며 휴대폰 위에 버터를 놓고 녹이는 장면을 시연했다.

◇OLED 기술 놓고 소송전도 불사=2012년도에는 양측의 다툼이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삼성전자가 동영상 광고로 삼성의 857리터 냉장고와 LG전자의 870리터 냉장고를 눕혀 놓고 물을 채워 용량을 실험한 내용을 내보내자 LG전자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출한 것이다.

양사는 같은 해 OLED TV 기술 유출 문제를 놓고도 서로 소송전을 벌였다. 2012년 검찰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기술을 빼돌려 LG디스플레이에 제공한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연구원과 LG디스플레이 임원 등을 불구속 기소하자 섬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OLED TV 기술·자료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LG디스플레이도 곧장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관련 특허침해금지 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IFA 행사에서 LG전자는 삼성의 8K TV가 국제 규격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양사는 유튜브를 통해 비방전을 이어갔다. 사진=삼성, LG 유튜브 캡처2019년 IFA 행사에서 LG전자는 삼성의 8K TV가 국제 규격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양사는 유튜브를 통해 비방전을 이어갔다. 사진=삼성, LG 유튜브 캡처

2014년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서 터진 세탁기 파손 사건도 양사간 극심한 갈등을 보여준 사례였다. 당시 LG전자 임직원들은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삼성전자는 이들을 독일과 한국 검찰에 고발했다.

OLED 기술과 세탁기로 인한 갈등은 2015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 4개 회사 대표이사가 ‘사업 수행 과정에서 갈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적 조치는 지양하고 양사 간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하며 끝을 내렸다.

하지만 합의서 서명 이후에도 양사간 기싸움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2019년 IFA 행사에서 LG전자는 삼성의 8K TV가 국제 규격 미달이라고 지적했고 삼성은 반대로 LG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반격했다.

◇LG OLED 패널 공급받는 삼성···갈등 수면 밑으로=양사의 감정싸움은 삼성이 OLED TV로 방향을 틀며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화질 문제로 지속된 양사의 ‘TV 전쟁’이 협업을 계기로 ‘윈-윈(win-win)’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며 경쟁사와 직접적인 비교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으며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삼성의 OLED TV 진출에 대해 “시장 생태계 확대에 긍정적 요소로 보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2019년 IFA 행사장에서 “삼성 8K TV는 국제 규격 미달”이라고 지적한 인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던 양사가 OLED 공급으로 협력하며 한 배를 타게 됐다”며 “그동안 지속된 양사의 비방전 또한 이번 협력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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