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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그렇게 급했나···사장 건너뛰고 부회장 단 사조 3세 주지홍

승계 그렇게 급했나···사장 건너뛰고 부회장 단 사조 3세 주지홍

등록 2022.01.06 16:05

김민지

  기자

부사장 승진 2년도 안 돼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74세 주진우 물러날 시기 다가와 세대교체 ‘속도’소액주주 경영권 분쟁서 완승·지배력 강화도 한몫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 주지홍 부사장이 올해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 회장이 고령이기 때문에 승계가 시급한데다, 오너 일가가 지난해 소액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해 주 신임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까지 끌어올린 점이 ‘속전속결’ 승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조그룹은 최근 주지홍 사조그룹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주 신임 부회장이 부사장직을 달고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진 인사다. 부 신임 부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번 인사에서는 다음 직급인 사장까지 건너뛰고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조그룹이 주 신임 부회장을 빠르게 승진시킨 이유는 사조그룹의 승계가 시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49년생인 주진우 회장은 올해 74세로 고령이라,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상황이다.

현재 식품업계에서는 총수 일가의 세대교체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1935년생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또한 2013년 차남 김남정 부회장(당시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2019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1960년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4세 승계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주 회장과 동갑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장남 허진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사실 2013년만 해도 주지홍 신임 부회장이 사조그릅 전체를 승계할 것이란 시각은 거의 없었다. 동생인 주제홍 이사가 먼저 상장계열사 등기이사로 선임돼 후계 구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 주 전 이사는 2009년 29세의 나이에 주 신임 부회장보다 먼저 사조오양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2014년 7월 판로 개척을 위해 오른 러시아 출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사조그룹은 주 신임 부회장 위주로 승계 판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주 신임 부회장은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15년 3월 정기주총에서야 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해표·사조씨푸드 등 주력 계열사 등기이사에 올랐다. 201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상무로 승진했고 2020년에 부사장직을 달았다.

아울러 주진우 회장은 주제홍 전 이사의 사조시스템즈 지분도 주지홍 신임 부회장에게 넘겼다. 주 신임 부회장은 주 전 이사가 보유하고 있던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전량 상속받았다. 이로써 주 전 이사의 그룹 지배력이 온전히 주지홍 신임 부회장에게 넘어가게 됐다.

그러나 주 신임 부회장 중심의 재편 과정에서 ‘편법승계’ 논란이 불거졌다. 주 신임 부사장이 상속세를 피하고자 비상장주식을 활용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주 신임 부회장이 주제홍 전 이사의 사조시스템즈 주식 53.3%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비상장주식을 상속세(30억원)로 냈기 때문이다.

사조그룹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인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 시도를 두고서도 주 부사장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캐슬렉스서울과 제주를 합병하면 주 신임 부회장 개인의 지분율은 약 12%에 달한다. 향후 주 신임 부회장이 주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을 때 이 지분을 매각해 증여세 납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제는 주 신임 부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캐슬렉스제주가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데서 발생했다. 소액주주들은 오너일가 개인 회사의 부실을 캐슬렉스서울이 떠안아 사조산업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냈다는 데서 분노했다.

이에 사조그룹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 9월 사조산업 경영에 참여해 대주주의 의사결정을 감시하겠다는 목표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때 주 회장은 소액주주연대와의 표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소액주주연대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회계장부 등 열람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이마저도 기각됐다.

소액주주와의 갈등이 정점을 찍은 주주총회날인 9월 14일 종가는 5만7500원까지 내려갔고 11월 30일 4만150원으로 최저를 찍었다. 주 신임 부회장은 이 틈을 타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사조산업의 지분을 취득하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번에 주 신임 부회장 승진이 빠르게 이뤄진 것도 앞선 사건들이 바탕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마지막 과제로는 주 신임 부회장이 주 회장이 보유한 남은 사조산업 지분을 어떻게 상속받느냐가 남아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승계에서의 핵심은 직급보다는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지분율이 사실상 그룹의 지배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조산업은 승계 과정에서 구설수에 올랐던 일도 있고, 오너와 관련된 사항은 사회적인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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