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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묵은 낡은 제도 때문에···실손보험 가입자 4000만명 ‘속앓이’

13년 묵은 낡은 제도 때문에···실손보험 가입자 4000만명 ‘속앓이’

등록 2021.11.26 15:17

문장원

  기자

[논란以法]보험업법 개정안-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현재 기준으론 절차 복잡해 ‘2명 중 1명’ 청구 포기의료계 반대···“민간보험사 하위 계약자 전락 우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이 주최한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입법공청회’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병욱 의원 유튜브 채널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이 주최한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입법공청회’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병욱 의원 유튜브 채널

의료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4000만명에 이르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보험금 청구 절차로 속앓이를 해온 지 십수 년이 지났다. 심지어 상당수 가입자가 절차 때문에 실손보험금을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국회는 올해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지난 23일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상정하고도 논의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실손의료보험은 실질적인 의료비를 보장하는 것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서류로 증빙자료를 발급받은 뒤 이를 보험설계사 또는 팩스 등을 통 제출하거나, 보험회사를 직접 방문해 청구서와 함께 제출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전재수, 고용진, 김병욱,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5건 제출된 상태다. 이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험금 청구 절차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거나 보험사가 전산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거나 이를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개정안은 해당 요청을 받을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까지 규정했다. 아울러 전산체계 구축과 운영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도록 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오래된 문제다. 이미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소비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청구 간소화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이후 보험업계는 물론 정부와 소비자단체까지 국회에 관련법 개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료계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반대 이유로 의료 정보가 민간보험사에 넘어가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개인의료정보가 민간보험사에 축적되면 결국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사의 하위 계약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진료기록을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은 보험사가 할 일인데, 이를 의료기관에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심평원이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에 관한 자료까지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비급여 항목에 의료비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진다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도 의료계의 우려에 동의하고 있다. 지난 9월28일 열린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금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인협회들이 대부분 다 반대하고 있다”며 “지금 협회들 대부분 건강보험심평원에다가 못 맡기겠다고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 함께 의논하거나 고민을 해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도 “민간에서 비급여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사실상의 비급여와 관련된 보건정책이 민간의 손으로 넘어가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윤창현 의원과 고용진, 김병욱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에서 심평원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의료 정보를 사용하거나 보관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걸어뒀다. 윤 의원은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비급여가 없으면 급여도 무너진다. 심평원에 절대로 정보를 건드리지 말라고 한 것”이라며 “비급여 항목을 건드리는 순간 병원들이 힘들어지면 간접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다시 환자들이 다른 형태로 받게 되는 의료체계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병욱 의원 역시 “(복잡한 절차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가입자도 많다. 국회가 징구 자체를 포기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되는 건가”라며 “관련 단체들의 입장도 우리가 존중해야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사)소비자와함께·(사)녹색소비자연대·(사)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단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만 20세 이상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7.2%가 최근 2년 이내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청구 포기한 이유로는 ‘진료금액이 적어서’ 51.3%, ‘진료 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 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 ’ 23.5% 등이었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일반 국민들에게 유용한 보험 상품인데 절차가 복잡해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소액이라도 포기하는 것 자체가 복잡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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