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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불량배터리와 오징어게임

오피니언 기자수첩

[장기영의 인스토리]불량배터리와 오징어게임

등록 2021.10.14 11:02

장기영

  기자

상금 456억원이 걸린 의문의 생존게임을 소재로 한 웹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화제를 낳았다.

오징어게임의 두 번째 게임은 지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불량식품의 대명사로 불렸던 ‘설탕뽑기’다. 무슨 게임인지도 모른 채 우산 모양을 골랐다 당황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은 혓바닥으로 설탕을 녹여 가까스로 탈락 위기를 모면했다.

설탕뽑기 게임이 끝난 후 전광판에 찍힌 남은 참가자는 108명, 상금은 348억원. 고작 불량식품을 놓고 벌인 게임 때문에 79명은 목숨을 잃었고 79억원의 상금이 쌓였다.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 불량식품 때문에 진땀을 흘린 기훈의 모습은 최근 배터리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는 한 기업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배터리를 납품했다 화재 사고에 따른 리콜로 1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쌓게 된 LG가 그 주인공이다.

LG와 GM은 10년 이상 전략적 협력관계를 이어온 사이다. 오징어게임의 최고령 참가자 오일남(오영수 분)의 대사로 유명세를 탄 ‘깐부’와 비슷한 관계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장착한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서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미묘해졌다.

앞서 GM은 볼트 EV 화재 사고와 관련해 2017~2019년 생산한 차량 약 6만9000대와 2019년 이후 생산한 차량 약 7만3000만대의 추가 리콜을 시행하기로 했다. 해당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화해 GM에 납품한 것으로, 일부 배터리 모듈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LG와 GM 측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분리막 밀림과 음극탭 단선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는 GM과의 합의에 따라 각 약 7000억원씩 총 1조4000억원의 리콜 비용을 떠안았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6200억원, LG전자는 480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해 올해 3분기 재무제표에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는 올해 2분기 재무제표에 각각 910억원, 2346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바 있다.

지난 12일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5000억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LG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738억원에 비해 5331억원(49.6%) 감소했다.

LG전자는 올 들어 생활가전과 TV를 팔아 벌어들인 영업이익 7000억원 이상을 리콜 비용으로 날려버렸다. 올해 1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의 꿈도 함께 날아갔다.

여기에 리콜 비용을 놓고 LG와 GM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올해 4분기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할 가능성도 있다.

GM과의 합의가 순조롭게 종결됐다던 LG 측 발표와 달리 GM은 1조원 가까이 더 많은 최대 19억달러(약 2조2734억원)를 배상받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LG 측은 구형 전수교체와 신형 선별교체를 기준으로 충당금을 설정한 반면, GM은 구형과 신형 모두 전수교체를 전제로 충당금을 쌓으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GM의 돈독한 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조짐 속에 리콜 진행 과정에서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미 1조원이 넘는 충당금 설정으로 속이 쓰린 LG 측은 GM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애써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다.

LG와 GM의 리콜 관련 합의가 게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가운데 배터리에서 비롯된 갈등이 앞으로 양측의 깐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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