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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TALK]‘시장 조진자’ 오명 쓴 증권사들···시장조성 놓고 갑론을박

‘시장질서 교란’으로 480억원 과징금 폭탄
업계 “계약 의무조건 맞추기 위한 것일 뿐”
개인투자자들 “취지 훼손, 공매도에 악용”
유동성공급-시세조종 반목···신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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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가가 ‘시장조성자’ 문제로 시끌시끌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 6개 증권사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따른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는데요. 시장조성자들이 과도한 주문 정정 또는 취소로 시세에 영향을 끼쳤다는 판단입니다. 시장조성이 대체 뭐길래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 걸까요.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에 과징금 480억원을 부과할 방침입니다. 이번 과징금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등을 거쳐야 확정되는데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증권업계는 향후 자조심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했습니다.

시장조성자는 주식시장의 가격발견 기능과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입니다. 한국거래소와 시장조성 계약을 체결한 14곳의 국내외 증권사들은 시장조성 종목(총 673개)에 대해 상시적으로 호가를 제출하고 있죠. 거래가 부진한 종목에 매수·매도 가격을 촘촘하게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금융당국은 일부 증권사들이 이 같은 시장조성 과정에서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제출한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할 경우 과징금 대상인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합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시세조종’ 의도가 없었더라도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거래소와 계약한 의무 조건에 맞추기 위해 주문 가격을 지속적으로 정정·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데요. 이 같은 시장조성 계약을 잘 알고 있는 금감원이 과징금을 사전 통보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시장조성자 지위를 반납하고 싶다”는 다소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성 증권사들은 저유동성에 시달리는 코스닥 종목에 개입했다가 과징금 폭탄을 맞게 생겼다”며 “원활한 거래를 위해 주문을 정정·취소한 것이지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호가창을 빽빽하게 채우는 시장조성의 ‘순기능’을 강조한 셈이죠.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금감원의 과징금 결정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인데요. 그간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공매도 수익을 위해 시장조성 제도를 악용해왔다는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공매도와 시장조성자 제도가 합쳐지면 하방 시세조종은 누워서 떡먹기라는 겁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시장조성자들은 시장조성에 따른 직접적인 수익보다 시장조성을 이용한 부대 수익을 훨씬 많이 얻었을 것”이라며 “시장조성자들은 저점에서 매수해 개인투자자들이 붙으면 차익을 실현한 뒤 다시 공매도로 하락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조성자 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취지 훼손’입니다. 중소형주에 유동성을 공급하라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줬는데, 정작 시장조성 거래는 대형주에 몰렸거든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5조원(지난해 기준) 이상인 시장조성 종목 수는 전체의 5% 밖에 안되지만 시장조성 거래 비중은 70% 수준에 달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올해 들어 시장조성자 혜택을 축소시켰습니다. 시총이 1조원 이상이거나 코스피·코스닥 시장별 회전율이 상위 50% 이상인 종목은 시장조성자의 증권거래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는데요. 삼성전자, 셀트리온 등 시총 10조원을 넘는 33개의 대형주들도 시장조성 종목에서 빠졌죠. 또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물량은 절반으로 줄고 특혜로 지적됐던 업틱룰 면제 혜택도 사라졌습니다.

증권사들이 떠안게 될 과징금은 시장조성으로 얻어온 이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입니다. 정부 역시 시장조성자 제도를 통해 증권거래세를 짭짤하게 거둬들이고 있는 만큼 애꿎은 개미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정 대표는 “시장조성자 제도의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면 폐지를 검토해야 하며, 증권사들이 뜻대로 시장조성자를 반납하는 것이 시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이 시장조성자 제도 전반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해 무차입 공매도 등 증권사들의 불법과 비리를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전체 시장조성자의 거래내역을 점검해 무차입 공매도와 업틱룰 위반 의심사례를 적발한 바 있습니다. 올해에도 4곳의 국내외 증권사들이 시장조성과 관계없는 불법 공매도 혐의로 금융위의 조사를 받았죠.

이 때문에 시장조성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장조진자’ 또는 ‘시장교란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과징금 철퇴가 내려진 지금이야말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적기라고 보여지는데요. 앞으로는 건전한 시장조성을 통해 오명을 벗고 자본시장의 든든한 주체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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