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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0만전자’를 바라는 27조원에 대한 위로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데스크 칼럼]‘10만전자’를 바라는 27조원에 대한 위로

등록 2021.07.19 09:52

윤철규

  기자

reporter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돌아오는 칼럼 쓰기는 참 고역이다. 이슈가 넘치고 색깔이 선명하면 뭘 선택해, 어떻게 풀어 나갈지 글쓰기가 한결 편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해 항상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기 일쑤다. 이에 반해 월급날만 되면 사는 주식투자는 아주 편하다. 국내나 해외 가릴 것 없이 돈 잘버는 기업을 고르고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증권 계좌로 이체해 매수 버튼만 누르면 된다. 일종의 적금이다. 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돈이 일할 것’라는 이 한 줄짜리 문장을 믿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작년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애정이 남달랐다. 기자와 비슷한 믿음일텐데, 딱 1년만 놓고 보면 개인투자자들은 한국의 최대 기업에 27조2953억원을 베팅했다. 평균매수단가는 7만5536원으로 현재 5.64% 수익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10조4390억원, 기관은 17조5649억원을 팔아치웠다. 시장의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이 집중적으로 매도하면 주가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동학개미들의 자신감 넘치는 베팅에 주가는 8만원 초반과 7만원 후반을 왔다갔다하며 6개월 이상 횡보하며 방어 중이다. 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삼성전자의 실적이 나쁘지 않고 반도체에 대한 수요예측도 긍정적인 전망이 많아 평균적으로 현재가에서 30% 가량의 추가 상승을 예측하는 기관들의 리포트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는 게 감지된다. 다른 건 다 오르는데 시장 황제주 삼성전자만 빨랫줄처럼 옆으로 박박 기고 있어 안달복달이다. 궁금해졌다. 삼성전자의 현재 위치가 어디쯤인지. 1년 정도의 데이타를 갖고 다른 종목과 지수(ETF)를 통해 정말 단순 비교해봤다.

삼성전자는 1년 전(2020년7월16일~2021년7월16일 종가기준) 보다 48.32% 올랐다.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는 같은 기간 76.73% 급등했다. 압도적이다. 삼전의 상승폭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TSMC와 비교해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미국의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QQQ’는 38.79% 상승했다. 삼성전자보다 10% 가량 낮은데, 이 ETF에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페이스북·테슬라 등이 속해있다. 개별 종목별로 따져보면 삼전 보다 많이 오른 종목도 있지만 평균적으론 낮다. 지수형 ETF이긴 하지만 삼성전자 보다 상승률이 떨어져 위안이 된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ETF ‘SOXX’는 54.07% 올랐다. 또 울컥한다. 삼전보다 6% 더 올랐는데 애써 큰 차이가 아니라고 내심 스스로 위로한다.

반도체 및 IT 관련주 상승률(그래픽=박혜수 기자)반도체 및 IT 관련주 상승률(그래픽=박혜수 기자)

가만히 들여다보면 TSMC나 테슬라 등 몇몇 빼어난 애들을 빼면 예를 든 종목과 ETF의 상승률은 엇비슷하다. 모두 글로벌 기업이고 매출은 매년 늘고 있으며 실적도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오르는 시기와 상승폭의 정도이지 우량주들은 장기투자하면 여태까지 크게 배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애플은 올해 1월 최고점을 찍은 후 상반기 동안 횡보하다가 최근 전고점을 뚫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우상향 중이다. 반명 저세상 주식 테슬라는 연초 최고점을 찍은 후 아직 -30%대에서 조정 중이다. 우리나라 개미투자자들이 중국 주식 중 가장 많이 샀다는 항서제약은 1월 97.163(배당락 후 수정주가) 위안까지 올랐다가 현재 60.10 위안으로 38% 가량 떨어졌다. 중국 빅테크의 대표 기업 알리바바는 작년 11월 최고점을 찍은 후 35% 가량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월 고점 대비 18% 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시가총액, 매출, 영업이익, PER, PBR, ROE, EPS 등등 각종 지표를 배제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비교했을 때 독자들은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미래성장성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삼성전자는 가격대나 조정받은 기간 등을 감안하면 매우 매력적이지 않나. 삼성전자 한 종목에 몰빵하는 것이 꺼림칙하다면 삼전이 포함된 ETF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 싶다. 얼마전 미국에서는 최근 가장 핫한 메타버스 ETF(META)가 출시됐다. 이 ETF에는 삼성전자가 담겨져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운용하는 IDRV(자율주행 ETF)에도 삼전이 들어있다. 이밖에도 해외나 국내에서 출시된 여러 펀드나 ETF에 삼성전자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뭐가 두려운가? 수수료? 낮은 상승률? ㅎㅎ 우리가 언제 주식으로 제대로 수익낸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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