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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보의 모멘텀]‘공매도와 한판 전쟁’, K스탑 운동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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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힘 보여주겠다는데 회의적 보도 쏟아져
중요한 건 성공 여부 보다 동학개미들의 ‘메시지’
불합리한 자본시장에 경종 울릴 중요 사건 기대

reporter
“증권기자 한다고 해서 함부로 주식 투자하면 큰일난다. 주변에서 하는 말 아무것도 듣지 말고 주식에는 절대 손대지마”

산수를 훌쩍 넘긴 외할머니는 제가 증권기자인 게 늘 못마땅하신 모양입니다. 언제부턴가 찾아뵙기만 하면 “주식투자 하지 말라”는 말씀을 꼭 하시는데요. 8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주식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주식시장에서 ‘패배’를 거듭해왔습니다.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1년간 개인투자자 600만명 가운데 연간 2000만원 이상 벌어들인 비중은 전체의 5%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95%는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했고, 40%인 240만명은 원금을 잃었죠.

정보력과 자본력이 열세인 개인투자자들은 작전 세력들에게 휘둘리기 일쑤였는데요. 주가가 오를 때 매수하고 내리면 매도하는 패턴이 주를 이루다 보니 기대했던 수익을 얻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간판 증권시장인 코스피는 오를 만하면 꺾이는 장세를 반복하며 ‘박스피’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실적전망이 좋은 굵직굵직한 종목들도 여차하면 쭉쭉 떨어졌고, 다른 종목들도 연쇄적으로 발목이 잡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손절매’ 밖에 선택지가 없었죠.

하지만 지난해 동학개미운동 이후 힘이 세진 개인투자자들은 한층 똑똑해졌습니다. 뇌동매매에서 벗어나 기업을 기술적으로 분석하고 주식시장의 흐름을 꿰뚫어 보기 시작했는데요. “대체 내 주식은 왜 안오를까”에서 출발한 의문은 ‘공매도 세력이 원흉’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3월 16일 1714.86에 그쳤던 코스피 지수는 재개 전날인 4월 30일 3147.86에 마감했습니다. 지긋지긋한 박스피를 끝내고 14개월 만에 83.5%나 치솟자 개인투자자들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수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눌러왔다는 겁니다.

이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본격적으로 ‘K스탑운동’의 깃발을 들어 올렸습니다. 공매도 헤지펀드에 대항해 승리를 거둔 미국 게임스탑 주주들의 방식을 벤치마킹한 건데요. 오는 15일 오후 3시, 한국거래소 공매도 브리프 기준 공매도 잔고금액 1위 종목을 4주, 4주, 444주씩 집중 매수한다는 계획입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을 중심으로 모인 20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투자금의 10%를 사용해 선전포고한 뒤 나머지 90%를 광복절인 8월 15일에 쏟아부을 예정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에이치엘비를 연일 팔아치우던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 13일 각각 80만주, 9만2000주씩 순매수하며 숏커버링에 나섰습니다. 에이치엘비는 늘 공매도 잔고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종목이죠.

하지만 일부 경제지들은 이 같은 K-스톱 운동을 평가절하하는 모습입니다. “한국에서 이 같은 운동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K스톱 운동이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시장이 개인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돼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 제도만 해도 의무상환기일, 담보비율 등에서 공평하지 못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탓에 8.5%에 불과한 외국인(코스닥 기준)이 88.2%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을 마음대로 휘둘러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도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진 않을 겁니다. “우리도 공매도에 대항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다른 투자주체들과 시장에 알리려는 의도이니까요. 저는 그간 눌려만 있던 개인투자자들이 스스로 권익을 찾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불합리한 자본시장을 스스로의 힘으로 고쳐나가려는 동학개미들을 다시 한번 응원합니다. 자본이 열세인 한계는 명확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사건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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