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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뻔한 내러티브로 막내린 옵티머스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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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 보상 방침을 지난 주 마무리했다. 예상을 살짝 빗겨갔지만, 1년 넘게 끌어온 드라마의 결론은 진부했다. 금융당국에 두 손 들어 투항했고, 투자자들은 결국 100%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배임’이라는 배수진을 치며 저항했던 이사회는 2개월 동안 8번의 이사회 논의 끝에 278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선제적인 보상 후 수탁사인 하나은행 등과 소송을 벌이는 불확실한 미래도 남겨놨다.

옵티머스 사태는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뒤 사업 실체가 없는 부실기업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낸 게 핵심이다. 투자자는 물론 판매사인 NH증권도 사기를 당했다. ‘불완전 판매’가 있었지만, 책임소재를 따져보면 판매사가 ‘독박’ 쓸 구조는 아닌 듯하다. 공공매출채권을 하나도 사지 않은 옵티머스 운용사와 이를 방기한 수탁사(하나은행)의 잘못도 커 보인다. 정치권에선 권력형비리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고 직접적인 보상과는 또 다른 문제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상은 NH가 전액 책임지기로 했다. 소송의 길을 열어놨지만 비용과 시간은 불확실하다. 시장에선 결국 NH가 금융당국에 손을 들거라고 예상했다. 라임 때도 그랬듯이 판매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훗날을 기약(?)하는 뻔한 ‘내러티브’가 펼쳐진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문제는 향후 금융질서의 붕괴와 시장 고사 위기다. 지난 4월까지 새롭게 설정된 사모펀드 개수는 826개다. 2016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가 작년을 기점으로 급감했다. 2019년 6921개였던 사모펀드는 수는 이듬해 2592개로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모펀드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시장의 붕괴 속도가 빨라졌고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보상의 주체를 판매사에만 한정시킨 것도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자충수다. 앞으로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데, 이런 선례를 남겨놓고 시장의 질서를 바라는 건 이율배반이다. 정영채 사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본시장은 금융회사 간 신념과 신뢰에 큰 기반을 두고 있다. 금융 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 굉장히 아쉽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옵티머스 사태는 이제 ‘법원의 시간’만 남겨뒀다. 어떤 판결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수천억원을 놓고 벌이는 끝장 소송이 주는 압박감은 당사자나 주주들에게 고통의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검찰은 수탁사인 하나은행 직원들을 펀드 환매대금 돌려막기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했다. NH증권 상품기획부서에서 근무한 직원들도 자본시장법 위반 협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나은행은 자동화된 환매대금이 지급된 것이라고 해명했고, NH증권은 부당권유 판매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세기의 재판은 어떤 식으로든 판결이 내려지겠지만, 판매사에 무조건 선보상을 강요하고 해당 CEO들을 징계한 상처는 영원히 남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돌아가야 할 금융시장은 이 뻔한 내러티브에 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내줄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숙제도 생겼다. 당국과 금투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신용회복을 위한 동행에 나서야 할 때 소송으로 얼룩진 현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윤철규 마켓에디터 bdr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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