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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 후 곳곳서 ‘업틱룰’ 위반 정황...감독시스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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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에 물량 던지고 셀트리온 삼형제 동시 매도폭탄
감시의 눈 피해 외국계 창구로 공매도...시세조종 의혹
업틱룰 예외조항 많아 무용지물...거래소 관리감독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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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 업틱룰(up-tick rule) 규정을 피해 편법으로 시세를 조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공매도 재개 첫날 업틱룰이 지켜지지 않은 특정 바이오주들이 대거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업틱룰 예외조항이 너무 많고 한국거래소의 관리감독도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매도 재개 첫날인 지난 3일,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국내 바이오주들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에서 공매도 잔고금액이 가장 큰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 대비 6.2%나 떨어졌고, 셀트리온헬스케어과 셀트리온제약도 5% 넘게 급락했다. 코스닥 스타인 에이치엘비와 씨젠도 각각 4.23%, 8.01%씩 내렸다.

시장 참가자들은 바이오주들의 급락이 업틱룰 위반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업틱룰은 공매도 시 현재의 시장거래 가격 밑으로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현재 시장 가격보다 밑으로 주식을 팔 수 없어 현재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 예약을 해야 한다.

◇에이치엘비 최저가에 2만주 매도...셀트리온 삼형제도 동시간 최저가
하지만 이날 일부 종목 곳곳에서 업틱룰 위반 의심사례가 포착됐다. 외국계 기관투자자인 JP모간은 9시 21분경 최저가격인 3만1949원이 되자 2만1846주를 대거 매도했다. 주가가 가장 낮을 때 대량으로 매도하는 건 일반적인 투자기법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JP모간은 왜 주가가 가장 낮을 때 매도폭탄을 던진걸까. 공매도로 빌린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도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대거 팔아 주가를 낮췄다는 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대량매매가 이뤄지는 경우 시세조종을 위한 통정거래일 확률이 높다.

에이치엘비와 함께 공매도의 주요 표적인 셀트리온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1시 24분 셀트리온(33만5000원)과 셀트리온헬스케어(14만6000원), 셀트리온제약(17만9000원)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최저가를 찍었다. 같은 시간 세 종목이 엮인 관련 펀드들에서도 대량 매도폭탄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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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왼쪽)이 3일 오전 9시 21분 에이치엘비 주식 2만1846주를 최저가에 매도. 셀트리온 삼형제는 이날 오후 1시 24분 매물 대량 출회로 동시 최저가 기록. 사진 출처=케이스트리트베츠·씽크풀

◇외국계 창구서 이뤄진 공매도...外人은 예탁결제원 대차시스템서 '열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354억원으로, 총 거래대금의 20.64%에 달했다. 셀트리온은 무려 4940억원(14.39%) 어치가 공매도로 거래됐다. 이날 주요종목들의 공매도 거래 주체는 JP모간을 비롯해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었다.

케이스트리트베츠 운영자 A씨는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비롯해 씨젠, 케이엠더블유 등 종목에서 업틱룰을 편법으로 위반한 의심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호가에 공매도 물량을 걸어놓은 뒤 대규모 현물을 팔아 주가를 낮추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종목들의 공매도는 감시의 눈을 피해 외국계 창구를 통해 거래됐다”며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업틱룰 위반과 무차입 공매도는 사실상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호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3월부터 ‘대차거래계약 확정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 투자자들의 대차거래를 관리하고 있다. 대차거래정보를 보관해 대차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이지만, 정작 공매도의 핵심 투자주체인 외국인은 빠져있다.

◇업틱룰 예외조항 줄인다더니...1년 지나서야 7개로 축소
업틱룰에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는 업무규정 제18조를 통해 총 12개의 업틱룰 예외조항을 뒀는데, 지난 3월에야 7개로 줄였다. 다양한 예외조항을 악용하면 업틱룰을 빠져나갈 수 있는 셈이다.

앞서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인 지난 2019년에도 국회 입법조사처는 업틱룰 예외조항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차익거래 및 헤지거래를 하면 업틱룰이 면제된다는 점을 이용해 차익거래 등으로 호가를 표시한 뒤 특정 종목을 대량으로 공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틱룰 예외 거래대금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로, 지난 2014년 2조6138억원에서 2018년 19조4624억원으로 4년 만에 7배 넘게 늘어났다. 공매도 재개 첫날인 지난 3일엔 총 6600억원 가량의 공매도 물량이 거래됐는데, 이 가운데 업틱룰 예외 거래대금은 350억원이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3월 “올 상반기까지 공매도 업틱룰 예외조항을 축소하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기까진 1년이 걸렸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최근 시장조성자에 대한 업틱룰 면제도 폐지하지 않았나”라며 “업틱룰 예외조항을 축소하는 문제는 더 이상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업틱룰 위반 제재없는 거래소...커져가는 개미들의 불신
업틱룰 위반을 감시해야 할 한국거래소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틱룰을 도입한 1996년 이후 업틱룰 위반으로 한국거래소가 제재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업틱룰 준수를 사실상 업계의 자율에 맡긴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에 업틱룰을 위반하는 호가가 들어오면 시스템적으로 자동으로 걸러진다”며 “업틱룰 위반에 대한 제재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거래소와 증권사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봐야하는데, 무차입 공매도와 업틱룰 위반에 대한 단속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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