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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피 튀기는 맥주 전쟁···오비·하이트 ‘재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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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VS하이트, 불법 영업 관행 증거 확보 서로 경찰고발
1994년 비방광고부터 최근 홍보물 훼손·탈취 논란까지
시장 파이 빼앗기 위해 30년째 비방·고발·소송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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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오전 7시 경 정체불상의 사람들이 경기도 성남시의 한 식당 앞에 승합차량을 세운 뒤 오비맥주 한맥 홍보물을 무단으로 수거해 차량 뒤쪽 트렁크에 싣는 장면이 찍힌 CCTV의 일부. 오비맥주가 이를 입수해 경찰에 증거 자료로 제공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맥주업계 1,2위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또 다시 전면 충돌했다. 오비맥주가 자사 홍보물을 탈취했다며 하이트진로를 경찰에 신고하자,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 역시자사 홍보물을 훼손했다며 ‘맞고소’에 나섰다.

양사는 20년이 넘도록 맥주업계 1,2위를 주고받으며 서로 ‘물어뜯기’를 일삼다가 최근 수 년간은 다소 잠잠한 양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 점유율이 변동할 조짐이 보이자, 자신의 시장 파이를 지키려는 경쟁이 ‘상호 비방전’으로 다시 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비·하이트, 영업 일선서 홍보물 훼손 놓고 서로 경찰에 신고 = 30일 오비맥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부근 상권에서 신제품 ‘한맥’ 홍보물이 잇따라 분실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관할 성남중원경찰서에 신고해 수사를 의뢰했다.

홍보물은 한맥 모델 이병헌의 등신대로 이달 들어서만 총 5건의 분실사고가 발생했다. 오비맥주는 경위 파악을 위해 업주의 동의를 받아 식당 건물에 설치된 CCTV를 입수해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CCTV에는 지난 9일 오전 7시경 정체 불상의 사람들이 식당 앞에 승합 차량을 세운 후 한맥 홍보물을 수거해 차량에 실은 뒤 현장을 떠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승합차량의 차적을 경찰이 조사한 결과 하이트진로 법인 소유 차량으로 확인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비슷한 형태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면서 하이트진로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경쟁사 영업방해 행위를 기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는 영업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며 본사에서 지시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회사는 항상 ‘정도경영’을 강조하고 있으나 주류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수년째 영업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그 동안은 영업현장에서 합의를 거치며 원만히 해결해왔는데 이번에는 오비맥주가 경찰 수사까지 의뢰한 것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하이트진로도 비슷한 피해 사례를 모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30일 인천 관교동에서 오비맥주 직원이 하이트진로의 홍보물을 뜯어내는 영상을 확보했다. 해당 영상에는 한맥 로고가 들어간 점퍼를 입은 남성이 식당 벽에 붙어 있는 하이트진로의 ‘진로’ 포스터를 떼어내고 한맥 홍보물을 붙이는 장면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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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인천 관교동에서 오비맥주 직원이 하이트진로의 홍보물을 뜯어내는 영상의 일부.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1994년부터 시작된 비방전 역사…맥주 1위도 두차례 ‘교환’ = 오비맥주에 이어 하이트진로까지 상대방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양사의 경쟁이 ‘전면전’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사이의 비방전은 그 시작이 19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상당히 뿌리가 깊다.

당시 두산그룹 계열사였던 오비맥주는 업계 1위에 올라있었으나 두산전자의 ‘페놀방류’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두산전자가 낙동강에 페놀을 방류하며 수돗물이 오염시킨 사건이었는데 오비맥주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하이트진로(당시 조선맥주)는 1993년 ‘하이트’를 출시하며 천연암반수로 만들어 청정하다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었는데, 이 시기 ‘맥주를 끓여 드시겠습니까’ 등의 광고로 오비맥주를 겨냥했다. 이 때 아직 하이트진로에 인수되기 전이었던 진로가 ‘카스’를 출시하고 비방광고전에 가세하면서 맥주 회사들의 진흙탕 싸움이 본격화 했다. 하이트진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비방광고’라는 이유로 시정 조치를 받았으나 오비맥주를 제치고 1996년 맥주 1위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오비맥주는 1998년 IMF 위기 당시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AB인베브에 매각됐다.

이 삼파전은 2001년 오비맥주가 카스를 합병하면서 현재의 ‘오비맥주 대 하이트진로’의 이파전으로 압축됐다. 2007년에는 오비맥주가 외국계 자본의 투자를 받은 것을 두고 하이트진로가 ‘외국자본의 먹튀’ 사례라고 광고를 하다 또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당시에는 여전히 하이트진로의 ‘하이트’가 시장 점유율을 60% 가까이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와 오비맥주 ‘카스’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며 2011년에는 1위와 2위의 자리가 뒤집혔다. 카스는 그 뒤로도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려 2014년께에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60%까지 기록했다. 이 시기에도 양사의 경쟁이 치열했다. 2014년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산화취’ 논란이 벌어졌는데 하이트진로의 직원이 이 비방글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하이트 ‘테라’ 높은 성장세에 비방전 재점화 = 최근 들어 양사의 비방전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 보이는 것은 맥주 시장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출시된 ‘테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1위와의 격차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맥주시장 1위에 오른지 10년이 되는 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1993년 내놓은 신제품 ‘하이트’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다가 1996년 오비맥주를 제치고 2011년까지 15년간 맥주시장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출시된 ‘테라’ 역시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재도 오비맥주와 대표 브랜드 ‘카스’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테라가 카스를 위협하는 대표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맥주 시장 경쟁이 다시 가열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맥주 시장 점유율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공인된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2013년 이전까지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주류시장 점유율을 공개했으나 ‘과당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8년이 넘게 점유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오비맥주가 닐슨코리아를 통해 조사한 가정용 시장 점유율을 최근 들어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카스 프레시’는 지난해 가정시장 점유율 약 40%로 1위 자리를 지켰고 올 1분기에 38%로 1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는 “카스는 압도적 1위 맥주”라는 입장인 반면 하이트진로는 “카스의 점유율이 올 1분기 작년보다 떨어졌다는 반증”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 수치는 가정용 시장 자료일뿐 이보다 규모가 더 큰 유흥시장의 점유율의 경우 외부에 공개되는 자료가 없다. 오비맥주는 “유흥시장도 가정용 시장과 비슷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하이트진로는 “수도권 유흥시장에서 이미 오비맥주의 점유율을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주세법 개정 등으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외의 다른 맥주사들까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점유율 싸움이 극에 달해 있다”며 “이 때문에 다시 비방전이 불거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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