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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조현아가 던진 한진칼 주식 ‘웃돈’에 산 강성부

[Why]KCGI, 조현아가 던진 한진칼 주식 ‘웃돈’에 산 강성부

등록 2021.03.17 09:37

이세정

  기자

조 전 부사장, 한진칼 주식 일부 KCGI로 매도지금은 3자연합, 결별 불가피···개인의지 약화 대변주담대·계열사 지분 매도 등 현금 창출 방안 미활용 KCGI, 프리미엄 인정···세력 약화 방어 의도로 해석엑시트 안해, 워런트 80만주도 보유···주가 상승 주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립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주사 한진칼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 자금난에 따른 피치못할 선택인지, 분쟁 의지를 상실한 결과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지분율을 낮췄다는 사실만으로 경영권 찬탈 기세가 꺾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의 주식은 그동안 동맹 전선을 구축해온 사모펀드 KCGI가 샀다. 특히 웃돈을 얹어 이 물량을 받았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3자 주주연합을 맺은 계약서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KCGI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조현아, 자발적 매도 배경은···‘개인 의지 약화’=조 전 부사장은 지난 8일 한진칼 주식 5만5000주(0.08%)를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에 장외매도했다. 주당 매각가는 6만1300원이고, 현금 약 34억원 규모다.

시장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주식을 건드릴 수밖에 없던 이유에 주목한다.

우선 현금력이 크게 악화됐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의 공식적인 수입원은 배당금이 유일하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한진칼과 대한항공, 토파스여행정보, 정석기업 등에서 총 13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매년 1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3자연합 와해에 따른 분쟁 동력 상실도 있다. 지난해 1월 형성된 3자연합이 거둔 실질적인 성과는 전무한 상태다. 3자간 지분 공동보유 계약기간은 이달 말 종료된다. 당사자 합의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세력을 유지할 명분이 마땅치 않아 주주간 계약 해제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조 전 부사장이 향후 전열을 다져 재반격을 시도하려면 지분율 희석을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언젠가 결별할’ KCGI에 자발적으로 지분을 매도한 것은 개인의 의지 약화를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현금 확보가 목적이라면,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칼 주식 중 약 1%에 대해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동원 가능한 지분 전량에 대해 담보를 제공한다면, 전날 종가 6만300원 기준 250억원 안팎의 자금을 만들 수 있다.

㈜한진이나 토파스여행정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등 그룹 계열사 보유 지분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조 전 부사장의 주식 총 가치는 현재 2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주식들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시세보다 비싸게 매수···새 전략 짤 시간 충분=KCGI는 이번 거래로 지분율이 소폭 상승했다. KCGI의 행보는 3자가 지난해 작성한 계약서에 ‘상호간 합의 없이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긴 데 따른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계약 효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이 지분을 처분할 대상은 KCGI나 반도건설 측 외에는 없다는 것.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조 전 부사장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도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KCGI가 매입한 금액은 당시 종가 5만8600원의 1.05배 높은 가격이다.

조 전 부사장이 오너일가라는 점을 고려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조 전 부사장 지분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도 볼 수 있다.

KCGI 입장에서는 엑시트(자금회수)가 급하지 않다. 한진칼 주식 평균 매입가는 3만원대로, 이미 2배 안팎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강성부 KCGI 대표 역시 “당장 엑시트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KCGI가 첫 경영참여를 선언했을 당시 ‘기업가치 정상화로 투자수익을 낸다’는 목적을 가지던 만큼, 조 회장을 끌어내려야 할 이유는 크지 않다. KCGI가 현 경영진 퇴진을 요구한 배경에는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의 이해관계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 항공사 대통합 이후 한진칼 주가의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망하는 만큼, 더 많은 수익 실현을 노릴 수 있다. KDB산업은행 감시 아래 그룹 전반의 지배·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립 의사를 밝힌 산은에 적극 협조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산은은 매년 한진칼의 경영을 평가해 평가등급이 저조할 시 경영진 해임과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KCGI가 보유한 신주인수권증권(워런트) 한진칼3WR 80만주도 변수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다른 주주들의 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진칼3WR의 가격은 16일 기준 7300원이다. 행사가액은 몇 차례 조정을 거쳐 6만원에 형성돼 있다. 한진칼3WR 1주를 주식으로 교환하려면 행사가액 6만원에 워런트 7300원을 더한 6만7300원이 필요하다. 현 주가보다 7000원이나 더 비싼 가격에 사는 것으로 손해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된 이후에도 5만원대 후반에서 6만원대 초반대를 오가고 있다”며 “더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KCGI는 상황을 지켜보며 새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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