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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에이치엘비와 금융당국의 위험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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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코스닥 시가총액 3위 업체 ‘에이치엘비’의 주가가 하한가 근처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후로 이틀 간 내리 빠지더니, 19일 13% 가량 반등하며 장을 마쳤다. 자사의 위암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놓고 ‘허위공시’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주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서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해보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사고는 회사가 치고, 뒷수습은 주주들이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2019년 6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 회사 오너인 진양곤 회장의 ‘입’이 문제였다. 당시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의)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OS(전체생존기간)가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아 미국 FDA 신약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의 말은 ‘임상실패’로 들렸다. 7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1만9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개인 투자자 일부는 눈물을 머금고 손절했고, 일부는 ‘비자발적 장기 투자’에 들어갔다.

3개월 후 ‘식스센스급’ 반전이 일어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임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실패’를 연상시키는 말이 ‘성공’으로 바뀌며 주가는 단숨에 18만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보도된 대로 ‘허위공시’는 아니었지만, 금융당국이 문제 삼는 건 이 기간 진 회장의 말과 회사의 성공 발표의 상반된 부분이다.

햇수로 3년, 주주들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3상 성공이라는 엄청난 성과의 무게로 보나,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력을 따졌다면 진 회장의 말은 신중했어야 했다. 에이치엘비 지분 8%를 갖고 있는 대주주이자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대표이사 등 7개 회사의 임원을 겸임하고 있는 자리를 감안했다면 말이다. 아무리 전문가들 견해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경솔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물론 진 회장의 진심은 느껴진다. “어떤 결과든 바로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한 것이었고, 사실을 확인한 뒤 바로 알리는 것이 회사의 경영방침이었다”는 게 그의 해명이다. 경영의 투명성은 주주와의 충분한 소통이 필수다. 그래야 주주들은 회사의 주식을 더 사고, 투자자들은 최고경영자의 말을 믿고 신규 매수에 나선다. 하지만 코스닥 시총 3위 기업 회장의 입을 통해 나온 6월엔 ‘허가신청’이 어려웠고, 9월엔 ‘성공’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진 회장의 말 때문에 주주들만 독박을 썼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건 금융당국 관계자의 입이다. 한 언론에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논란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말을 전한 것이다. 조사 중인 사안을 외부에 알리는 건 금융위원회 설치법(제35조) 위반이다. 시장에 미칠 영향이 막대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이를 어긴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곧장 금융당국 자체 감사나 경찰, 검찰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주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에이치엘비는 셀트리온과 함께 공매도 이슈가 나올 때 마다 꼭 언급되는 회사다.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 상승이 제한된다는 주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적은 내부에 있다.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공매도 세력 때문이 아니라, 회장의 경솔한 발표와 금융당국 관계자의 무분별한 처신 때문에 폭락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제발 그 입 다물라.

윤철규 마켓에디터 bdr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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