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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협상 국면 맞지만···양사 입장문에 담긴 전제 조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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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진정성 보여라”···SK “대통령 검토” 언급 조명
판결 직후 입장문에서 드러난 ‘협상 위한 포석’ 해석
3조원에서 수천억 사이 입장차 어떻게 좁혀질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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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2년 넘게 이어진 LG와 SK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단이 ‘LG 승소’로 나오면서 합의를 위한 양사의 협상 테이블도 다시 차려질 전망이다. 그간 LG는 3조원대의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SK는 수천억원대를 산정해 사실상 공식적인 협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로 LG가 승기를 잡은 만큼 이런 금액 사이의 간극이 조금은 더 LG쪽으로 기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최종 결론이 나온 만큼 이를 토대로 구광모 LG회장과 최태원 SK회장 등 총수와 그룹 최고경영진 차원의 결단이 나올 시점이라는 해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처럼 합의 이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100년 역사상 영업비밀 침해 사안에서는 거부권이 행사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기본적으로 영업비밀 침해를 심각한 범죄 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이 ITC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부권은 수입금지에 관한 것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60일간의 심의 기간 동안 SK가 공탁금을 내면 영업비밀 침해와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의 효력은 일시 중단될 수도 있다. 이 기간 양사의 합의가 이뤄지면 향후 앞으로 SK의 영업 활동엔 아무런 영향이 없다.

SK가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기간에도 수입 금지와 영업비밀 침해 중지 효력은 지속돼 실효성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린다. 특히 2010년 이후 ITC 최종 결정에서 수입금지 명령이 나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총 6건이며 이 가운데 5건이 항소를 진행했으나 결과가 바뀐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양사는 판결 직후 곧바로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고 보는 LG와 여전히 남은 절차가 분명하다는 SK의 동상이몽은 계속됐다.

입장문에서 LG는 “(SK가) 이제는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을 인정하고 소송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작년 2월 조기패소 결정에 이어 이번 최종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경쟁사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성 있는 태도’는 그간 LG가 꾸준히 반복한 말이다. 사실상 SK가 합의금 산정에 좀 더 높은 금액을 적어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조는 LG가 승기를 잡았다는 면에서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SK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를 통해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수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며 “나아가 결정에서 주어진 유예기간과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남은 절차’를 언급하며 ‘대통령 심의(Presidential Review)’를 명시한 것도 빠질 수 없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말 그대로 가능성일뿐 얼마든 실현 가능한 수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모든 것이 SK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은 국면이란 걸 포함한 해석이다. 실제로 SK는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전할 계획”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양사가 그간 외나무다리 싸움을 벌이듯 소송전을 이어온 점에서 아직은 그간 쌓인 감정과 앙금이 다 가시지 않았다는 해석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60일간의 시간이 있는 만큼 끝내 합의에 이를 것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배터리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양사 입장문 모두 협상을 위한 포석을 깔아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어쨌든 협상 외에는 달리 크게 방도가 없다는 점은 양사 모두 분명히 알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다만 ITC는 SK가 현재 배터리를 공급 중인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배터리와 부품 공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포드의 경우 4년간 배터리와 부품 공급을 허용했으며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 중인 폭스바겐에 대해서도 2년간 공급을 허용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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