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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1조 수출 철회 미스터리...엘아이에스에 무슨 일이

[사건의 재구성] 마스크 1조 수출 철회 미스터리...엘아이에스에 무슨 일이

등록 2020.12.24 15:23

박경보

  기자

대규모 공급계약 공시 전날 상한가...일주일 만에 계약 철회 발표작전세력 개입 의혹...불성실 공시 벌점 누적되면 상장폐지도 가능중국회사가 최대주주면 유의해야...“약속 안 지켜 시장 신뢰 낮다”

 마스크 1조 수출 철회 미스터리...엘아이에스에 무슨 일이 기사의 사진

레이저 응용장비 전문 업체인 엘아이에스의 주가가 일주일 사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마스크 공급계약 체결 이후 1만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6000원대로 급락한 상황이다. 대규모 거래계약을 철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주주들은 ‘패닉’에 빠진 모양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엘아이에스는 더블에이그룹과 약 9817억원 규모의 KF94 마스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686.48%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블에이는 전세계 130여개국에 제지를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국내에서도 복사·인쇄용지로 잘 알려진 태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엘아이에스는 15일 상한가(1만 450원)로 거래를 마친 뒤, 거래계약이 공시된 16일에도 전날 대비 10.53% 급등한 1만 155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공시 이후 엘아이에스의 시가총액은 2000억원을 넘겼고, 주식 매매가 30분간 정지되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총 수주량이 1조 186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은 초대형 호재였다. 다만 마스크 전문 업체가 아닌 레이저 장비업체가 마스크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경계하기도 했다. 아무런 공시가 뜨지 않은 15일에 상한가를 찍은 건 마스크 계약에 대한 사전정보유출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계약 당사자인 더블에이가 엘아이에스와의 마스크 계약 사실을 부인했다는 점이다. 더블에이는 “당사 계열사는 우리나라의 어떠한 회사와도 마스크 공급 계약을 하지 않았음을 고객 및 이해관계자에게 알린다”는 내용의 공지를 22일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날 엘아이에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8.86% 내린 1만 800원에 그치며 하락 전환했다. 다음날인 23일에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엘아이에스에 해명을 요구하며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엘아이에스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계약 철회’로 답하면서 결국 1조원 계약은 없던 일이 됐다. 엘아이에스는 23일 공시를 통해 “계약의 중개업체인 윤준코퍼레이션에 동 계약의 진위여부 등을 확인 요청했으나 관계자 등과 연락이 안 돼 진위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받아 공급계약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날 엘아이에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23.37%(1860원) 급락한 7960원에 마감했다. 다음날은 24일도 전날 대비 20% 넘는 하락폭을 보이며 바닥으로 주저앉는 모양새다. 한때 2000억원을 넘겼던 시가총액도 순식간에 절반(955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사건에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규모 계약 공시 전날 상한가를 기록한 뒤 오히려 공시 당일엔 주가 상승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경영진 구속과 상장폐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공시번복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할 예정이며, 허위공시가 누적되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영진에 대한 수사와 구속여부는 경찰과 검찰이 자본시장법 등 위반 여부를 판단해 결정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규정에 따르면 불성실 공시 벌점이 1년간 15점 이상인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엘아이에스에 대한 벌점은 다음달 19일까지 결정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받은 벌점은 없다. 고의·중대 위반이면 규정상 10점을 받을 수 있고 최대 2점을 가중해 12점까지 가능하다.

한편 엘아이에스의 사업 및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참사’는 예정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에 따르면 주요 사업이 레이저 응용장비인 엘아이에스는 올해 6월이 돼서야 마스크 사업을 추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마스크 사업 관련 매출은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엘아이에스의 최대주주는 중국회사인 야웨이정밀레이저코리아다. 야웨이정밀레이저코리아는 지난해 9월 엘아이에스의 주식 350만주를 인수하고 21.84%의 지분을 확보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한국회사지만, 중국 최대주주의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한경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엘아이에스 사태는 계약을 중개했던 업체의 책임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중국회사가 최대주주인 상장사는 시장에서 디스카운트 당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업체가 최대주주인 회사들은 “약속한 투자나 경영계획을 지키지 않아 신뢰가 떨어지는 편”이라며 “매출 목표를 지나치게 상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투자자들의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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