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 금요일

  • 서울

  • 인천 20℃

  • 백령 16℃

  • 춘천 25℃

  • 강릉 18℃

  • 청주 26℃

  • 수원 23℃

  • 안동 27℃

  • 울릉도 17℃

  • 독도 17℃

  • 대전 25℃

  • 전주 25℃

  • 광주 26℃

  • 목포 23℃

  • 여수 23℃

  • 대구 29℃

  • 울산 24℃

  • 창원 25℃

  • 부산 23℃

  • 제주 20℃

테라·진로 쌍끌이 흥행···김인규號 10년 만에 왕좌 탈환?

[하이트진로는 지금①]테라·진로 쌍끌이 흥행···김인규號 10년 만에 왕좌 탈환?

등록 2020.11.03 08:24

김민지

  기자

맥주시장 1위 ‘크라운-OB-하이트-카스’로 엎치락뒤치락작년 하이트진로 신제품 ‘테라’ 초대박 10년 설움 씻어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 1위 탈환 시간문제 점유율 수직상승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유례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업이 정체됐고 정부의 규제, 일본과의 무역갈등, 중국의 한한령 등으로 요동치던 유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까지 마주하며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당장의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이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도 미지수다. 오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간 내놨던 처방들이 더 이상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각 유통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한편 사업전략을 재편하는 등 또 다시 새로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최근 현안과 경영 상황 등 현주소를 통해 짚어본다.[편집자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10년 동안 맥주 부문 부진을 떨치지 못했던 하이트진로의 왕좌 탈환이 가시화하고 있다. 통상 업계의 ‘10년 주기설’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올해 오비맥주의 1위 자리를 빼앗아오느냐 간발의 차로 2위에 머무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100년 기업’을 불과 4년 앞둔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앞세워 맥주 사업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지 이목이 모인다.

하이트진로는 2005년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하이트맥주는 1933년 국내 최초 맥주회사로 설립된 조선맥주가 전신이며, 진로는 1924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진천양조상회로 출발했다. 조선맥주주식회사는 해방 후 대표브랜드 ‘조선맥주’를 ‘크라운맥주’로 바꾸고 1967년 부산에서 주정, 소주 등을 생산하던 대선발효공업 회장을 지낸 故 박경복 하이트진로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하이트’ 승부수 띄운 박문덕=당시 맥주 시장은 크라운맥주가 선점한 상황이었는데, 조선맥주는 오비맥주의 전신인 당시 동양맥주와 대리점 확보를 위한 무리한 투자로 재정 상황이 악화했다. 박 명예회장은 1977년 ‘이젠벡’ 맥주를 생산하던 한독맥주를 인수하고 사세 확장과 품질 개선에 집중한다. 이에 앞서 동양맥주는 총판제도를 도입하고 ‘OB’ 판매에 집중하면서 크라운맥주의 점유율은 점점 떨어진다. 동양맥주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OB’의 점유율 1위는 굳어진다.

1980년대에 들어서 동양맥주가 ‘OB드라이’를 출시하자 크라운맥주도 ‘크라운 슈퍼 드라이’, ‘크라운 마일드’를 연이어 출시하지만, 흥행에서 참패한다. 이후 1991년 박경복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박문덕 회장(당시 사장)이 조선맥주주식회사 사장으로 취임하고 1993년 크라운맥주를 대신할 신제품 ‘하이트’를 출시하면서 변곡점을 맞는다. 하이트는 출시 3년 만에 맥주 시장 1위에 오르며 그간의 설움을 씻었다. 당시 박 명예회장이 1년 이상 회사 근처 여관을 통째로 빌려 합숙하며 신제품 개발에 몰두해 하이트가 탄생했다는 일화는 업계에서 이미 유명하다.

1994년 진로쿠어스는 비열처리 맥주 ‘카스’를 출시하는데, IMF로 맥주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금난이 심화한 진로그룹이 부도나고 오비맥주(전 동양맥주)가 인수한다. 오비맥주는 2001년 두산그룹에서 벨기에 인터브루로 매각되고 진로쿠어스를 흡수합병한다. 이 시기 하이트는 ‘하이트’ 이후 출시한 신제품(하이트 프라임, 맥스, 드라이피니시)이 모두 실패하고 오비맥주가 2007년 이호림 사장을 선임하면서 ‘OB’ 브랜드 대신 카스 브랜드에 집중하게 된다. 이후 오비맥주가 1위를 재탈환한 후 하이트진로는 2019년 테라 출시 전까지 맥주 사업 부문 암흑기를 맞이한다.

◇테라로 반전드라마 쓴 김인규, 1위 빼앗아오나=지난 10년 동안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의 ‘카스’가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수입 맥주 열풍이 불면서 하이트의 점유율이 지속 하락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은 2019년 3월 ‘테라’를 출시하면서 새 국면을 맞이한다.

테라 출시 당시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만큼 좋은 결실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주 사업에서 재도약을 해낼 것이라는 포부였다. 테라가 실패하면 맥주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각오였다.

실제로 당시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오비맥주 카스가 60%대, 하이트는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비맥주에 시장 점유율 1위를 내준 이후 점유율 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2014년부터는 맥주 사업이 적자로 들어섰다. 이후 5년간 맥주 사업 부문에서 누적적자는 900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는 수입 맥주에도 밀리고 있어 '하이트'로서 맥주 시장 경쟁력은 저하된 상황이었다.

김 사장의 전략이 적중하며 하이트진로는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김 사장이 ‘호언장담’한 대로 테라는 품질, 디자인, 콘셉트 등 모든 면에서 기존 하이트와 완전히 차별화한 새로운 브랜드였다. 출시 100일을 맞은 '테라'의 판매량은 1억병을 돌파했다.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맥주 부문 판매량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1억병 판매에 이어 두 달도 되지 않아 2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출시 1년 3개월 만인 올해 상반기는 9억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41억원으로 전년 대비 대비 411%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816억원으로 11% 올랐고, 당기순이익은 34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102억원으로 전년 대비(64억원) 대폭 늘었다. 매출은 1조1154억원으로 17% 증가했다.

3분기도 실적 상승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하이트진로 3분기 컨센서스를 매출액 5920억원, 영업이익 5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9%, 17.5%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3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침체를 겪었으나 테라 판매 호조에 힘입어 타격을 최소화했을 것이란 예상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9월 중순까지 부지했던 주류 수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회복 추세”라며 “특히 핵심 브랜드 테라가 수도권 업소용 채널에서 점유율이 높은 편이고 경쟁사의 ‘푸시 마케팅’이 완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회복세가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