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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 회원’ 자신감?···이승건 토스 대표, ‘규제완화’ 목소리는 높였지만

[행간뉴스]‘1300만 회원’ 자신감?···이승건 토스 대표, ‘규제완화’ 목소리는 높였지만

등록 2019.09.20 17:15

수정 2019.09.20 18:41

차재서

  기자

이승건, ‘증권업 심사 지연’ 공개 저격에 금감원장 “금융 이해 못하시는 듯” 일침토스, 서둘러 진화 나섰지만 ‘앙금’ 남아 연말 ‘인터넷은행 인가전’서도 충돌 예고“핀테크 육성하려면 유연해져야” 지적도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증권사 설립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의 토로일뿐 감독당국의 역할과 권한에 불만을 제기하려던 게 아니다. 안정적인 요건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의 작심발언에서 촉발된 감독당국과 핀테크 기업의 기싸움은 불과 이틀 만에 금융감독원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토스 측은 이 같은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적격성 검증’이 감독당국 고유 권한임을 인식한다며 실수를 인정하는 한편 ‘증권업 포기’ 발언도 번복했다.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토스 측이 황급히 자세를 낮춤 것인데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였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들의 신경전이 끝을 맺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토스 측의 ‘자본적정성’ 문제가 현실적으로 당장 풀어낼 수 없는 이슈라서다. 게다가 증권사에서 연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도 금감원과 토스가 부딪힐 일이 많아 갈등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금감원이 무리한 요구” vs “금융 잘 모르시나”=알려진 것처럼 빌미를 제공한 쪽은 비바리퍼블리카였다. 이승건 대표가 과도한 요구로 증권업을 포기할 지경이라며 은성수 금융위원장 앞에서 금감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다.

지난 18일 이승건 대표는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금융당국이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면서 “특별한 규정에 따른 게 아니라 정성적 이슈”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그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여한 간담회에서는 “금융위와 얘기할 땐 진심 어린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지만 감독기관과 얘기하다 보면 진행되는 게 없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는 금감원 측 추가 자료 요구로 ‘증권업 진출’이 지연되는 데 대한 이승건 대표의 강력한 항의 표시였다. 실제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5월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나 4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결과를 받아들지 못한 상황이다. 통상 심사엔 약 2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금감원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하루 뒤인 19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재진 앞에서 “금감원은 말도 안되는 얘기 안 한다”며 이승건 대표의 발언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특히 윤석헌 원장은 “(이승건 대표가)규정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기 어려우니 그런 말을 한 것 같다”면서 “금감원이 기술을 잘 모른다고 하는 데 그 쪽에서도 금융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싶다”며 사실상 수용하지 않겠다는 완고한 뜻을 내비쳤다.

◇‘유니콘기업’의 위상?···과도한 스포트라이트가 ‘독’=이승건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과감한 발언을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은 2조700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비바리퍼블리카의 위상과 무관치 않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비바리퍼블리카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발판삼아 가파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한 송금 기능으로 각광을 받았고 6년이 지난 현재 계좌·카드 사용내역 조회와 관리, 신용등급 조회, 해외투자, 보험 조회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진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엔 가입자가 1300만명을 넘었고 누적 송금액은 49조원에 이른다.

지난달엔 홍콩투자사 에스펙스와 클라이너퍼킨스 등으로부터 6400만달러(약 77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비바리퍼블리카는 약 22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유니콘기업’이라 칭하는데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미 그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이렇다보니 이승건 대표도 어느새 유명인사가 됐다. 초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여러 행사에서 강연을 펼치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모습이다. 대통령 해외순방의 경제사절단 명단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정부에서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토스’를 거론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배경이 결국 탈을 불러왔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과도한 칭찬과 관심이 이승건 대표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누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인터넷은행 인가전에서 신한금융과 현대해상이 막판에 이탈한 것은 ‘다소 독선적’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이 대표의 태도 때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감원과 관련한 이번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승건 대표가 스타트업을 유니콘기업으로 키운 성과는 높이 사지만 이면엔 정부의 지지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핵심은 ‘자본적정성’···명분 잃은 토스=하지만 금감원이 우려하는 토스의 ‘자본적정성’은 금융회사가 갖춰야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만큼 토스 측으로서는 애초에 명분 없는 싸움을 걸었던 셈이다.

현재 ‘증권업 심사’에서 금감원은 토스의 자본금 대부분이 부채에 해당하는 전환상환우선주(RCPS)로 구성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RCPS는 만기 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지닌 주식인데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경우 회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다.

더욱이 ‘금융투자업규정’에서도 주주 출자금이 차입금이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도 상환우선전환주는 자본이 아닌 부채로 본다.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 때도 비슷했다. 컨소시엄 내 벤처캐피탈 3사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끝내 ‘토스뱅크’의 예비인가 신청을 불허했다. 벤처캐피탈(VC) 3사가 3년 뒤 기업공개(IPO) 실패 시 약 20%의 이자와 함께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조항을 요구한 게 화근이었다.

덧붙여 비바리퍼블리카의 재무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다. 이 회사는 2016년 227억원, 2017년 391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44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6400만달러(약 7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해도 증권이나 은행업을 영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비바리퍼블리카는 ‘4000억원 규모’의 LG유플러스 PG사업부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원칙 지킨 금감원···최선이었나?=그렇다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대로 증권업과 인터넷은행을 포기해야 하는가. 금감원으로서는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지만 외부에서는 감독당국 역시 그간의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핀테크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핀테크 기업이 비바리퍼블리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금융업에 진출한다면 똑같은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편에서는 핀테크 기업에 대해선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단순 투자중개업’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본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금융당국도 이 부분을 고민하는 눈치다. ‘혁신금융’을 독려하려면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 있는 핀테크 기업의 활약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토스와 금감원 입장을 모두 접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당국의 기본 역할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강화”라면서도 “원칙을 지키면서 진보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에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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